21 독일시

귄터 아이히: 꿈 IV

필자 (匹子) 2021. 11. 21. 17:40

거리에는 이정표들이 있다,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여러 강줄기

높은 점 가장자리에는 전망 기구들

호수들을 푸르게 그려놓은 여러 지도

숲들은 초록으로.

- 세상에서 길 찾기는 쉬운 편이다.

 

그러나 내 곁을 지나가는 그대여, 그대의

마음속 풍경은 어찌 그리 감추어져 있는가!

빽빽한 숲, 감추어진 심연에 대한

두려움이 이따금 엄습한다, 안개 속에서 더듬거리며.

난 알아, 누가 네 마음속을 꿰뚫어보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그대 말은 메아리 쳐서 우릴 혼란스럽게 한다는 걸.

- 목표를 지니지 않은 도로,

출구 없는 어느 영역, 몰락한 이정표.

 

해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무언가를 감추고,

어느 공터는, 사랑의 흥미로운 눈에는 너무 많이 자라나,

점점 빽빽해지는 잎에 의해 고독으로 덮여 있다.

 

Träume (IV)

 

Es gibt Wegweiser an den Straßen,

leicht erkennbare Flußläufe

Aussichtsgerüste an erhöhten Punkten

Landkarten, auf denen die Seen blau eingezeichnet sind

und die Wälder grün,

- es ist leicht, sich zurechtzufinden auf der Erde.

 

Aber du, der du neben mir gehst, wie verborgen

ist mir die Landschaft deines Herzens!

Tappend im Nebel überkommt mich oft Furcht

vorm Dickicht und vorm verborgenen Abgrund.

Ich weiß, du willst nicht, daß man deine Gedanken durchwandre,

irreführen soll das Echo deiner Worte,

- Straßen, die kein Ziel haben,

ein Gebiet ohne Ausweg, verfallne Markierung.

 

Jedes Jahr gibt uns neue Dinge zu verbergen,

ein Gelände, überwachsen dem neugierigen Auge der Liebe,

zugedeckt von Einsamkeit, dem immer dichteren Laub.

 

 

아이히의 시 「꿈IV」은 나의 애송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독일 현대시와 관련된 저서를 두 권 간행했지만, 이 작품만큼 현대인의 가려진 심리를 묘파한 시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삶은 어디론가 걸어가는 방랑입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하더라도 주위에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모든 게 표시되어 있어서, 행인은 수월하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에는 이와 유사한 이정표는 없습니다.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입니다. 물론 부모, 선생, 책 등이 있어서 우리는 자신의 삶의 의미 그리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게 내 고유의 삶 그리고 나 고유의 행복을 위한 지름길은 아닙니다. 내 삶의 행복은 한편으로는 목표에 의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친구의 사랑에 의해 충족될 수 있습니다. 전자가 수직적 방향인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다면, 후자는 수평적 방향인 자신의 사랑과 관련됩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직업과 삶의 목표에 관해서 많은 조언을 들려주지만, 자신의 사랑 자신의 반려를 선택하는 방식 그리고 임을 사랑하는 방법 등을 속속들이 가려쳐주지 않습니다. 그저 장님 코끼리 더듬듯이 결혼은 이런 거야 하고 맹목적으로 언급할 뿐이지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결혼생활을 의식하면서, 모든 결혼 생활이 그러할 것이라고 단정해버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의 희로애락은 천차만별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삶의 과정 그리고 경험 (내지 이로 인한 트라우마)이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덴 호수를 달려온 기사 - 어째서 인생은 그 자체 도박과 같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의 영역을 거의 알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벼라별 인간이 있는데, 우리가 이러한 차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가령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어떤 문제로 가슴 아파하고, 무언가를 갈구하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래,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발설한다는 자체가 껄끄럽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무도 “누가 네 마음속을 꿰뚫어보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충동을 은폐합니다. 게다가 인간의 언어가 인간의 삶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역시 자신의 심리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온갖 더러운 상념으로 가득 찬 지적 야수입니다. 그러나 지적 야수는 스스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찬란한 순간을 떠올리는 천사를 동경합니다. 주체의 마음은 온갖 휘황찬란한 감정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냉담한 행인으로 비쳐질 뿐입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행인의 마음속에는 출구가 없는 듯 느껴질 뿐입니다. 타인의 내면은 한마디로 “몰락한 이정표”입니다. 거기에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내밀한 상흔,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힘든 갈망 등이 마치 암호처럼 박여 있을 뿐이지요.

 

너와 나의 마음은 시인에 의하면 “고독”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마치 여름날 더욱 "빽빽해지는" 초록의 잎사귀에 연인들의 입맞춤이 가려지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