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태극기 부대와 아무개 목사

필자 (匹子) 2020. 8. 22. 10:05

 

인간의 본성은 어질고 착하다. 특히 배달민족은 부모를 애틋하게 여기고 가족과 이웃을 위하려는 고결하고 자비로운 심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인간군이 존재한다. 바로 이러한 인간군이 선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방해하고 이간질 시킨다. 이들이야 말로 악마들이다. 악마는 영어로 “devil”이다. 이 단어는 “절단 기계라는 뜻을 지닌다. 흔히 사람들은 악마를 신비로운 악령으로 이해하곤 하지만, 사실 악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특정 인간들이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그들을 분리시키고 이간질시키며 서로 싸우게 조종하는 인간군이다.

 

광복절 오후 광화문 거리에는 태극기 부대 사람들이 모여서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들은 코로나 19의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태극기를 흔들었다. 그런데 단상에는 전X훈 목사가 등장했는데, 그의 뒤의 플레카드에는 놀라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이름이었다. 본회퍼는 나치에 저항하다가 결국 처형당한 독일인 목사였다. 전X훈 목사는 자신도문죄인 정권에 저항하며 지속적으로 투쟁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었다. 그는 현 정권이 코로나19를 퍼뜨렸으며, 방역당국의 통계가 거짓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독설을 내뱉고 있었다.

 

전목사가 디트리히 본회퍼와 어떻게 다른지, 아니 비교 자체가 어째서 불가능한에 관해서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문제는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부화뇌동하는 소시민들의 정서에 있다. 어질고 고결한 배달민족이 역사적으로 핍박당하는 와중에서 서로 싸우고 단합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배달민족을 이간질하고 서로 싸우도록 조장하는 악마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맺힌 한반도의 역사를 살펴보라. 지금까지 한반도 사람들은 티격태격 싸우는 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광대한 고조선의 영화로움를 중국에게 뺏기고, 걸핏하면 왜구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지금도 남과 북이 분단되고 서로 으르렁거리며, 남한 내에서도 두 개의 세력이 서로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는 「파처 단상Fatzer Fragment에서 눈앞의 이득 때문에 서로 싸우는 소시민들의 어리석음을 문학적으로 희화화한 적이 있다. 독일의 혁명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소시민의 어리석음 때문에 언제나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한반도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된다. 일제와 싸우는 김구 선생의 뒤에서 총을 겨눈 사악한 안X희가 있었으며, 건국을 준비하던 여운형 선생을 끝내 불귀의 객으로 만든 자는 같은 한국인 아무개였다. 영웅이 앞을 바라보고 이웃과 가족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데, 악마의 하수인들은 교묘하게 숨어서 영웅에게 총칼을 겨누었으며, 지금도 겨누고 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악마의 잔인한 영향을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어쩌면 악마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종교의 힘을 교묘하게 악용하는지 모른다. 지금도 어리석은 소시민들은 천지사방 분간도 못하고 광복절 날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분노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애국을 실천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좌충우돌 날뛰는 것일까? 이들을 바라볼 때 나의 뇌리를 스쳐가는 자는 루쉰의 『아Q 정전』의 주인공이다. 주인공 아Q는 마치 신들린 듯이 한 인간을 위대한 지도자로 맹목적으로 숭상하는 어리석은 열정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러한 열정의 오류를 어떻게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나에게 해답을 알려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