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메난드로스의 "중재 법정" (1)

필자 (匹子) 2018. 7. 23. 13:59

1. 메난드로스의 극작품: 고대 그리스의 희극 작가로 알려진 메난드로스 (Menandros, BC. 342 - BC. 291?)의 5막 극작품, 「중재 법정Ἐπιτρέποντες」은 그의 말기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작품은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고고학자, 조르주 르페브르는 20세기 초에 카이로에서 메난드로스의 파피루스의 문헌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때 이 작품 외에도 고대 그리스의 소품이 발굴되었습니다. 르페브르는 말하자면 메난드로스의 작품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되는 파피루스 복사 본을 찾아낸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작품은 메난드로스의 희극작품「까다로운 인간Dyskolos」과 함께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었습니다. 물론 르페브르가 발견한 파피루스 문헌은 완전한 게 아니었으므로, 우리는 프롤로그, 제 1막의 대부분을 직접 접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 분명히 운명의 신 튀케 그리고 사랑과 유혹의 여신. 페이토 등의 말씀이 언급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게다가 에필로그는 유실되었으며, 제 3막과 제 4막의 경우 오랜 시간에 의해 뜯겨나간 자국으로 인해 완전한 문헌의 면모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2. 카리시오스와 팜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작품의 진행과정, 극작품의 구조 등을 어느 정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 1막에서 주인공 카리시오스는 아테네의 시민, 젊은이입니다. 그는 최근에 팜필라라는 처녀와 결혼식을 치른 다음에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한 남자가 결혼식을 치른 뒤에 혼자 몇 달 동안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고대 그리스의 가부장주의의 생활방식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그의 노예, 오네시모스는 그에게 놀라운 사실을 전해줍니다. 다름 아니라 아내, 팜필라가 결혼한 지 5개월 후에 아기를 출산하여, 하녀 소프로네를 통해서 어디론가 아기를 유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카리시오스는 순간적으로 아내의 부정을 떠올립니다. 자신 몰래 다른 사내와 통정하여 아기를 낳았으니, 천인공노할 노릇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분을 삭히지 못한 채 일단 친구의 집에서 기거하기로 합니다. 친구는 케레스트라토스라고 불리는 자로서 평소에 막역한 사이었습니다. 카리시오스는 노예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알리게 합니다. 즉 자신은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 하프 연주가이자 기생인 하브로토논과 함께 어디론가 멀리 떠난다고 했습니다. 그 사이에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조사할 요량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장인, 스미크리네스는 이 소식을 듣고 몹시 노여워합니다. 그는 자신의 딸을 하필이면 신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탕아와 혼인하게 한 자신을 책망합니다. 사위라는 작자는 결혼 후에도 축제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 강보에 싸인 아기: 제 2막에서 스미크리네스는 결혼의 대가로 사위에게 건네준 막대한 지참금을 몹시 아까워합니다. 설령 장인과 사위의 관계를 철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참금을 돌려받기로 결심합니다. 딸에게 친정집으로 돌아오라고 권하지만, 딸, 팜필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스미크리네스는 우연히 길가에서 두 명의 사내를 만납니다. 목자, 다오스 그리고 난방공, 시리스코스가 그들이었는데, 서로 언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다오스는 최근에 숲에서 강보에 싸인 채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였는데, 자신이 아기를 키울 수 없어서, 난방공, 시리스코스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아기를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아기의 목에는 어떤 인식표로서 값비싼 반지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다오스는 이것을 난방공에게 함께 전해주지 않습니다. 재물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난방공, 시리스코스는 어디서 알아내었는지 몰라도, 다오스에게 찾아와서, 감추어둔 반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말하자면 스미크리네스는 우연한 기회에 반지의 소유권에 관한 다툼에 관여하게 됩니다. 본의 아니게 반지의 소유권을 가리는 판관 역할을 맡은 스미크리네스는 일단 자초지종을 청취합니다. 뒤이어 스미크리네스는 반지의 소유자는 아기의 양육을 맡은 시리스코스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난방공 시리스코스의 손을 들어줍니다. 아기를 키우는 사람이 아기의 재산을 차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거였습니다.

 

4. 카리시오스의 흥겨운 축제 참여: 제 3막에서 일이 꼬이게 됩니다. 난방공은 새롭게 얻게 된 귀중한 반지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던 것입다. 주인공의 노예, 오네시모스는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귀중한 반지 하나를 구경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반지는 분명히 주인 카리시오스의 것이라는 것을 순식간에 알아차립니다. 작년에 주인공, 카리시오스는 아르테미스 신전의 축제에 참석하여 실수로 반지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때 그는 정신 나갈 정도로 술을 마신 다음에 어느 처녀를 겁탈한 적이 있었습니다. 성욕을 충족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므로, 처녀가 자신의 반지를 빼앗은 것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카리시오스는 축제 때 자신의 반지를 분실했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오네시모스는 자신이 발견한 반지에 관해서 주인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유기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주인, 카리시오스임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주인이 곤란한 처지에 빠지기 때문이었습니다.

 

5. 기생 하브로토논: 그런데 이 비밀은 하프 연주가이자 기생이었던 하브로토논에 의해서 나중에 백일하에 밝혀집니다. 하브로토논은 1년 전에 아르테미스 신전 축제에 하프 연주가로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늦은 밤에 어느 처녀가 한 사내에 의해 성적으로 유린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수치심을 느끼며 몸을 추스르던 처녀는 분명히 그 반지를 빼앗아서 자신의 손가락에 끼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하브로토논은 아기의 어머니가 그날 밤에 겁탈 당하던 처녀, 팜필라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 하브로토논은 일단 어떤 놀라운 책략을 세웁니다. 그미는 노예 오네시모스와 함께 친구의 집에 기거하고 있던 주인공, 카리시오스를 찾아갑니다.

 

히브로토논은 자신이 카리시오스에게 겁탈당한 다음에, 임신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뒤이어 강보에 싸인 아기는 카리시오스의 아들이라고 말하면서, 모든 것을 없는 것으로 할 테니, 자신이 자유의 몸이 되도록 처리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지요? 스미크리네스는 우연한 기회에 케레스트라토스의 집을 찾았는데, 자신의 사위와 기생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들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자신의 사위가 기생과 정을 통하여 바로 그 아기를 낳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스미크리네스의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은 노여움 외에도 어떤 두려움이었습니다. 행여나 사위가 아기 안은 여인을 첩으로 삼아서 자신의 집에 들여놓을까 전전긍긍했던 것입니다. 식구가 늘어나면,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