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해피 엔딩: 제 4막에서 스미크리네스는 다시 한 번 딸을 만나서, 친정집으로 돌아오라고 강권합니다. 그러나 팜필라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기를 어디론가 내버린 것을 후회합니다. 남편을 잃을까봐, 아기를 유기했지만, 자신의 핏덩이를 낯선 사람에게 넘긴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던 터였습니다. 그미의 아버지는 딸이 어째서 눈물을 흘리는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기생, 하브로토논은 아기를 데리고 팜필라를 찾아갑니다. 이때 그미는 팜필라에게 아기를 보여주면서, 아기의 아버지가 카리시오스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카리시오스 역시 모든 내막을 접하게 됩니다. 자신의 방종을 탓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아내의 정조를 의심한 것을 몹시 부끄럽게 여깁니다. 카리시오스는 모든 것을 간파하고 복잡하게 꼬인 사건을 해결해준 기생 하브로토논의 노예 신분을 파기하고, 자유를 부여합니다. 제 5막에 이르러 스미크리네스는 모든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딸이 겁탈당하여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의 친부가 최근에 결혼한 사위, 카리시오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등장인물들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부부는 아기를 안고 행복감에 젖고, 장인 스미크리네스와 즐거운 웃음을 터뜨립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자그마하게 기여한 오네시모스 역시 자유의 몸이 됩니다.
7. 극작품의 성패는 스토리 전개, 즉 구성에 달려 있다,: 극작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깊은 숙고 끝에 예술적으로 정교하게 직조된 것입니다. 모든 장은 나름대로의 가치와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 2막에서 언급되는 사건 해결의 장면은 어떤 법정의 재판을 연상하게 해줍니다. 사건의 핵심은 제 3막에 있습니다. 세 번째 장에서 주인공 카리시오스는 갈등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분명히 간파합니다. 네 번째 장에서 모든 의혹이 사라지고, 다섯 번째 장에서 등장인물들은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의 우연한 만남이 많이 출현합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우연한 사건들을 교묘하게 서로 연결시켜서,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동화적인 행복을 만끽하도록 유도해내고 있습니다. 이는 위대한 우연의 신 튀케의 영향이라고 작가는 첨부하고 있습니다.
8. 등장인물들의 성격: 극작픔을 대하는 우리가 놀라는 점은 메난드로스의 극작품의 인물의 특성 내지 그들의 일관된 극중 행동입니다. 스미크리네스는 딸의 행복을 근심하며, 자신을 책망하는 인물입니다. 비록 돈을 아끼는 자린고비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딸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려는 극진한 부성애를 보여줍니다. 목자, 다오스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인물이고, 시리스코스는 순박하지만, 고지식할 정도로 정의로운 사내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시리스코스를 케레스트라토스의 노예로 설정함으로써 사건의 전개를 부드럽게 연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 카리시오스는 사랑하는 아내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복수를 꾀하지만, 햄릿처럼 우유부단하고 흥청망청 살아가는 한량입니다. 지조 없는 탕아인 주인공은 스스로 향락적으로 살아가지만, 아내에게는 철저히 정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9. 두 명의 여성: 작품에서 긍정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인물은 두 명의 여성입니다. 팜필라는 자신을 겁탈한 사내가 남편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성을 탐하는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지만, 그의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싼 반지를 빼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미는 아무런 죄 없이 고뇌하다가, 갓 태어난 자식을 희생시키면서 남편과의 사랑의 삶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하프 연주가, 하브로토논은 저열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기생입니다. 고대의 기생은 창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예술을 행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약간 존중 받았지만, 기생은 창녀와 같은 신분이었습니다. 그미는 축제 당시 어느 처녀가 야밤에 겁탈당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는데, 아마 자신의 신분 때문에 처녀를 구조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나중에 아기의 아버지가 카리시오스라는 사실을 알고 주위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기지를 발휘하여 모든 것을 해결해냅니다. 여기서 우리는 품위와 고결함을 잃지 않은 그미의 행동과 자세에서 “인간성Humanitas”의 본질을 엿볼 수 있습니다.
10. 우리는 여기서 또 한 가지 사항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작가는 가난 그리고 부유함, 노예 그리고 시민, 시골 사람 그리고 도시 사람 사이의 어떤 대립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난하지만 선량한 난방공, 시리스코스, 부유하지만,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주인공 카리시오스 등을 생각해 보세요, 메난드로스는 특정 인간을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존재로 다룸으로써, 인간성의 차이에 대해서 처음부터 커다란 비중을 두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말하자면 사회 계층 그리고 도의 내지 윤리에 관한 사회학적 관심사를 처음부터 품고 있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떤 운명적 사건을 맞이했을 때 개개인들이 어떻게 다양하게 행동하는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메난드로스는 바로 이러한 물음에 입각하여, 주어진 사건을 기승전결로 이어나갔던 것입니다. 그는 어느 단장에서 “그가 인간 한 사람이라면, 그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고 노래했습니다. 작품 「중재 법정 Ἐπιτρέποντες 」은 이러한 시구를 증명해낸 놀랍고도 기발한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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