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300년 후의 미래 소설.: 이제 작품 『철제 발굽』에 관해서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제목인 “철제 발굽”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 완강한 권력 집단의 폭력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그것은 과두제의 폭력의 집단을 가리킵니다. 작품이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서 드러난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디스토피아의 문학의 계열에 포함됩니다. 기원후 27세기의 어느 날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사람들은 공허한 떡갈나무 아래에서 오래된 원고뭉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애비스 에버하드라는 여인이 1932년에 집필한 미완성 수기였습니다. 남편은 주인공 어니스트 에버하드인데, 당시에 권력 집단에 회부되어 처형당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는 노동자 출신이지만, 놀라운 지적 능력을 발휘하여 혁명 운동을 주도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애비스의 수기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시에 권력을 차지한 그룹은 철제 발굽이었습니다. 이 그룹은 과두제 형태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되었는데, 나중에 "인간의 형제" 당이 출현하기까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작품은 1912년에서 1932년에 이르기까지의 혁명의 과정과 실패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살던 시기의 러시아의 혁명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습니다.
6. 소설의 관점: 애비스는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그의 혁명적 영웅 행위를 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시민 가정 출신의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애비스의 원고는 자신이 이해한 역사적 과정에 근거하여 모든 것을 서술하려고 하지만, 그미의 관점에는 일방적이고 주관적 특징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작품의 맨 처음에는 앤서니 메레디스라는 이름을 지닌 가상적 편집자의 서문이 실려 있습니다. 가상적 편집자는 애비스의 관점과는 달리 주어진 역사적 행위에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한 채 모든 것을 냉정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앤서니의 합리적 객과성으로 모든 것을 해명하려는 노력입니다. 그의 논평은 벨러미의 『뒤를 돌아보면서』, H. G. 웰스의 『잠자는 자가 깨어난다면 Wenn the Sleeper Awakes』, 도넬리의 『카이사르의 칼럼』 등의 작품에서 자극받은 것들입니다.
세심하게 읽어보면, 이야기는 미래를 다루고 있지만, 이는 1908년의 사회를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풍자하기 위함입니다. 소설 전체의 흐름은 이러한 풍자 내지 각주에 언급되는 비판적 관점 등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염세주의의 분위기가 짙게 풍기고 있습니다. 도넬리의 작품에서 드러나듯이 사람들은 약탈과 파괴 등을 일삼는데,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러 혁명이 발발합니다. 혁명의 발발은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드러낼 뿐 아니라, 독자의 마음속에 정치적 환멸을 부추기고 작가의 혼란한 태도를 접하게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 어니스트는 혁명을 추구하는 영웅이지만, 투쟁의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마는데, 이 모든 이야기는 시민 가정 출신인 아내에 의해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7. 소설의 줄거리 (1): 애비스는 어느날 아버지 존 커닝햄의 집에서 어니스트를 알게 됩니다. 아버지는 대학교수였는데, 집에서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곤 하였습니다. 처음에 어니스트의 언행은 그미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열정적이지만, 말투와 행동이 너무 과격하고 거친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애비스는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어니스트를 통해서 시민 가정에서 곱게 자란 처녀는 샌프란시스코의 노동자 구역을 방문하고 그들의 가난을 체험하게 됩니다. 어니스트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에 관해서 토론하고 연설합니다. 그는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끝내려면, “철제 발굽”이라는 집단과 투쟁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철제 발굽은 모든 기관과 합작하여 미국의 재정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제 발굽을 멸망시키는 일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커닝햄 교수는 주어진 사회구도를 비판하는 책을 발간한 뒤에 대학을 떠나야 합니다.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한 명의 교수를 매장시키려고 합니다. 바로 이 무렵 애비스와 어니스트는 결혼식을 올립니다.
8. 소설의 줄거리 (2): 당시에는 미국과 독일 사이에 커다란 전쟁이 발발할 조짐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 위기는 두 나라의 노동자들의 데모로 인하여 무산되고 맙니다. 독일의 황제는 권좌에서 물러나고, 독일 국가는 사회주의를 표방하게 됩니다. 노동자들이 대대적으로 데모를 벌이자, 과두 체제의 권력집단인 “철제 발굽”은 노동자들 사이에 관료주의의 집단을 만들게 합니다. 노동자들이 서로 대립하여 싸우게 되면, 그들을 지배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철제 발굽의 교묘한 술수로 인하여 노동조합은 두 개의 파로 나누어집니다. 어니스트 에버하드는 미국 사회주의 정당의 대표로 선출됩니다. 그러나 누군가 무고한 사람들에게 폭탄을 투척하였고, 철제 발굽은 이에 대한 책임을 사회주의 정당에 돌립니다. 뒤이어 주인공은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체포되어 몇 년 간의 구금 형을 선고받습니다.
주인공이 감옥에 머무는 동안에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은 더욱 첨예화됩니다. 비참한 경제 상태로 인하여 중산층에 속했던 사람들도 파산 선고를 감수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데모할 때마다 당국은 군대를 보내어 무지막지하게 데모대에 폭력을 가합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지만, 철제 발굽은 눈 하나 까닥하지 않습니다. 약 2년 후에 주인공은 350명의 다른 사회주의 노동자들과 함께 출옥하게 됩니다. 1918년 초에 주인공은 다른 행동대원과 함께 폭동을 계획합니다. 그러나 과두제의 폭력단체는 모든 것을 미리 간파하여 시카고에서 폭동을 자극하여 피의 살육을 저지릅니다. 바로 이 시기에 어니스트와 애비스는 광란의 학살극이 자행되는 시카고를 빠져나와 끝내 살아납습니다. 1932년 무렵 두 사람은 거사를 일으켜서 철제 발굽을 파괴할 계획을 세웁니다. 수기는 이 대목에서 미완성으로 끝이 납니다.
9. 소설의 줄거리 (3): 어니스트 에버하드는 비밀리에 숙청당합니다. 애비스는 끝내 살아남아서 캘리포니아로 도주하여 수기를 집필하기 시작합니다. 완성되지 않은 수기를 떡갈나무 아래에 몰래 감추어둡니다. 안타깝게도 애비스 역시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당하고 맙니다. 말하자면 1932년에 발생한 두 번째의 혁명 역시 프랑스, 독일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나라의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이었습니다. 뒤이어 과두제의 정부는 끔찍할 정도로 계속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합니다. 24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철제 발굽의 권력은 종언을 고하고, 인간 형제애의 지배가 드디어 시작됩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작품에는 서문과 120개의 각주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건과 개별적 등장인물의 운명은 오로지 각주에서 표현되고 있습니다. 각주는 27세기의 가상적 독자를 염두에 두고 첨부된 것입니다. 20세기에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27세기 사람들은 모든 역사적 사실들의 내막과 전말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리라는 판단에서 첨부된 것이 바로 각주입니다. 작가는 인간의 동지애라는 시대를 선취하면서 모든 것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27세기가 되면 사람들은 공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27세기의 시점에는 절도, 청년 범죄, 폭력 행위 그리고 살육 등은 모조리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철제 발굽이 저지르던 억압과 폭정과 같은 디스토피아적 요소는 300년 후의 사회주의 사회가 건설됨으로써 긍정적 유토피아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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