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3) 망드라의 시골 유토피아 나라에로의 여행

필자 (匹子) 2017. 6. 21. 15:15

12. 개인의 자유와 삶은 국가와 사회의 영향으로부터 얼마만큼 벗어나 있는가? 어느 대학교의 학장은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인데, 공동체를 방문한 알렉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를 잘 교육시키고 그들의 개인적 인성 구조를 가꾸게 할 수 있는가? 하고 묻습니다. 이에 대해 알렉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해 답하기 어렵습니다, 학장님. 나는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나의 얄팍한 견해를 듣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말씀드릴게요. 이곳에서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 그리고 미성년자들은 즐겁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비굴함이나 (1968년에 파리에서 접했던) 저항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교육의 영역에서 깊은 변화가 일어난 게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나는 어떠한 사회적 정치적 사고가 시골 유토피아 공동체에 영향을 끼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까 해요.” (Mendras 1992: 172).

 

13. 원탁의 기사 가웨인, 혹은 사적 이기주의: 시골 유토피아의 공동체는 자신의 내적 구조를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 사람들이 국적을 포기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국가에 대해 더 이상 정치적인 책임을 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재 상태에 대해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사적인 삶에 집착하게 되었으며, 더 이상 전체로서의 사회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태도는 사적 삶에 집착하는 이기주의라고 비난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쨌든 바로 이러한 대목에서 우리는 시골 유토피아 공동체의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계 전체의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골몰하지 않고, 사적인 아름다움과 감각적 삶만 추구하려는 자들의 수수방관주의를 생각해 보십시오, 시골 유토피아의 공동체의 이상은 “세상이 몰락하더라도 나는 100명의 여자들과 메르베이유 성에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겠노라.”고 선언하는 원탁의 기사, 가웨인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14. 알렉시의 보고와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가상 국가: 이미 언급했듯이 알렉시의 보고서는 프랑스라는 산업 및 문화 국가의 거시적 정치 구조를 건드리지 않은 채 자치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농업 유토피아의 공동체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가상적 국가 코라그스탄의 정치 및 경제적 정책에 유익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망드라는 독점 자본주의의 경제체제의 단점 그리고 소련 사회주의 및 중국 사회주의의 체제에 대한 폐해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습니다. 

 

오늘날 소련은 이제 해체되고 러시아가 국가 중심적 전체주의의 경제 정책을 실천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지만, 경제적 영역에서는 국가 이기주의에 근거하는 거대 자본주의 정책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망드라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회주의 국가는 지방자치를 전제로 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가상적 국가인 코라그스탄은 알렉시의 보고서의 내용을 받아들여서 모든 국가 중심적 경제정책을 파기하고 자생적 공동체 운동을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망드라는 이윤을 위해 물품을 만드는 자본주의 메가 시스템을 비판하고,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에 바탕을 둔 모든 도시 계획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