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클로델의 '비단 신발' (2)

필자 (匹子) 2018. 9. 4. 12:30

5. 흑인 군인, 카미유와의 거친 사랑 그리고 이로 인한 고통: 다시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 프루에즈는 로드리고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냅니다. 편지 속에는 힘든 처지에 처한 자신을 구조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프루에즈는 카미유를 격정적으로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스파냐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와 결혼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카미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미를 괴롭히면서, 변태적 향락을 요구했습니다. 

 

프루에즈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로드리게에게 구원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카미유는 흑인 하녀, 조바바라와 마찬가지로 유럽의 문화권에서 벗어난 자로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모노스트라토스를 방불케 하는 인물입니다. 프루에즈의 편지는 불행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다가, 10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로드리고에게 전달됩니다. 주인공은 그 사이에 신대륙에 머물고 있었던 것입니다.

 

6. 프루에즈, 다시 로드리고의 사랑을 거절하다.: 당시 로드리고 주위에는 에스파냐 부왕의 권모술수를 찬양하는 간신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에스파냐 왕권에 빌붙어서 신대륙 발견 이후로 더 많은 금을 차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편지를 뒤늦게 입수한 로드리고는 사랑하는 임을 구출하기 위해 범선을 몰고, 북아프리카의 모가도르로 향했습니다. 두 사람은 배 위에서 조우합니다. 이때 로드리고는 지상에서 연인으로 맺어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 

 

프루에즈는 죽음에 임박해 있었던 것입니다. 죽기 전에 그미는 꿈속에서 자신의 수호천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천국에서의 희열을 어렴풋이 인지합니다. 그것은 지상에서의 사랑의 행복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그미는 신의 피조물 가운데 우연히 탄생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에스파냐 제국이 실제 현실에 출현한 것도 전지전능한 신의 뜻이라고 믿게 됩니다. 에스파냐 제국이 강대해야만 유럽 외의 다른 나라에서 복음의 의미가 제대로 전파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7. 로드리고, 프루에즈의 딸을 헌신적으로 키우다.: 힘과 에너지를 상실한 늙은 로드리고가 등장합니다. 그는 에스파냐의 섬 발레아 근처에서 프루에즈의 딸, 세트 에페와 함께 보트에서 생활합니다. 지금까지 로드리고는 프루에즈와 카미유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자신의 양녀로 받아들여 정성스럽게 키웠던 것입니다. 극적 상황의 배경은 아르마다 전투의 패배 직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16세기에 필립 2세가 영국을 침공했는데, 이때 발생한 전투가 아르마다 전투라고 역사서에 명명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날에 등장했던 에스파냐의 왕은 전투의 패배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전투의 패배는 신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하여 제국이 권력과 금력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로드리고는 더 이상 국가의 충복이 되기를 거부합니다. “모든 민족은 독립적으로 살아갈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로드리고가 왕의 명령을 거부하기 시작했을, 국가의 반역자로 체포되고 구금당합니다. 주인공은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그의 신병은 종교단체에 인계됩니다. 대포 소리가 들릴 때, 로드리고는 세트 에페가 후안 오스트리아의 배에 승선했다는 사실을 감지합니다. 후안 오스트리아는 무슬림 군인들의 공격을 받고 피신한 기독교인들을 해방시키려고 모가도르 항을 떠납니다. 나중에 세트 에페는 젊은 영웅, 후인 오스트리아와 결혼식을 올립니다.

 

8. 마지막 장면, 로드리고,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다.: 마지막 장면은 박진감 넘치게 꾸며져 있습니다. 여기서 관객은 신의 은총이 합리적 이성으로 파악될 수 없는 것임을 간파하게 됩니다. 로드리고는 신으로부터 구원받게 됩니다. 신이 자신의 양녀, 세트 에페에게 바친 온갖 정성과 노력 그리고 딸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의 갈망을 애틋하게 여겨서, 그에게 은총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극작가는 지상에서의 행복의 실현이 하나의 유혹에 불과하다는 것을 첨부하고 있습니다. 로드리고와 플루에즈의 운명에서 중요한 것은 극작가에 의하면 결코 그들의 자아발견이라든가 영혼의 발전의 과정의 서술이 아니라고 합니다. 

 

작가는 여기서 등장인물의 심리에 관한 어떤 심리학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비단 신발』에서 명시적으로 거론되지 않으며, 극중 사건의 결과 속에서 암시될 뿐입니다. 작품에서 결정적인 것은 프루에즈의 수호천사가 16세기의 역사적 사건을 기독교적 의미로 해석한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것은 극작품의 핵심적 문제로 라이프니츠가 도덕적 측면에서 거론한 바 있는 우주의 조화로움에 관한 견해입니다. 개별 인간들의 고뇌는 신에 의해 질서 잡힌 우주 속에 자리하고 있는 지엽적인 사랑이라고 합니다. 결혼의 서약은 신비적인 사랑을 방해하는 무엇으로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진정한 신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된다는 것입니다.

 

9. 작품의 영향 그리고 문제점: 클로델의 극작품 『비단 신발』은 연극사적 차원에서 많이 언급됩니다. 우리는 바로크 연극의 이질적 특성, 기독교 신비극의 요소와 알레고리의 특성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는 천사, 천체 성자들이 등장인물과 함께 무대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무대 장치에 있어서 극작가는 코르네유Corneilles와 칼데론Calderón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게다가 연극 기법을 고려할 때, 맨 처음에 극적 사건을 관객에게 직접 소개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점 역시 특징적입니다. 이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비합리 연극 내지 실험 문학을 선취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문제점은 주제 속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작품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기독교 윤리를 합리화시키는 인상을 강하게 풍깁니다. 클로델의 『비단 신발』은 개별 인간의 행동 그리고 모든 역사적 정치적 사건 등을 신의 뜻에 돌리는 신정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시대의 작가인 앙드레 지드Andre Gide와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는 이 작품에 관해 철저히 함구하였습니다, 나중에 연극비평가 바로Barrault만이 작품이 출현한 지 14년 후에 클로델의 대작을 축약하여, 1963년에 축약된 작품을 무대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