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Y,
당신은 푸코에 관해서 간략하게 언급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푸코는 역사에 자신의 연구 방향을 설정하면서 지식의 질서가 어떠한 형태를 드러내는가? 그리고 지식의 영속적인 대상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여겼습니다. 비록 구조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푸코는 구조의 우주적 특성을 내지 구조의 초시대성을 누구보다도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이로써 푸코는 역사적 흐름의 비영속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프랑스 철학자들 가운데에서 미셸 푸코야 말로 가장 이질적인 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식의 고고학"에서 푸코는 담론의 실제에 관한 제반 문제를 탐구해 나갔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한 시대에 제기되는 어떤 언술의 공감대를 규정하는 것들로서 규정되는 인식의 질서와 관계됩니다. 인간은 푸코에 의하면 18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러한 담론에 있어서 "하나의 경험론적이고 초월적인 논쟁"으로서의 인식론적인 핵심적 입장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인간학의 대상이 된 다음에, 인간은 공교롭게도 다시금 "무의식적 구조의 연구로 향하는" 제반 학문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합니다. 푸코가 가장 핵심적으로 여기는 테마는 인간이 주체로서 어떻게 구성되고, 담론의 그물망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어떻게 해체시키고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담론인데, 이 담론은 지식, 사회 질서 그리고 개인의 자기 이해 등을 형성시키는 권력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담론은 대부분의 경우 어떤 주체들의 내부의 한 복판이 아니라, 말해진 것의 외부성에 의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권력의 전략으로서 어떤 일반론적 입장을 고수합니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말해진 것의 근원을 묻는 게 아니라, 말이 어디서 (어떠한 정황 속에서) 유래했는가? 하는 것만을 묻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특정 발언의 진위 여부 내지는 근본적 의향이 아니라, 특정한 발언이 속해 있는 담론의 주어진 배경 (관습 도덕 그리고 법)과의 관련성입니다. 인간은 담론을 전개하는 주체이지만, 담론은 처음부터 어떤 주어진 정황 속에 구속되어 있을 뿐입니다.
58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가 에이즈로 사망한 미셀 푸코 (1926 - 1984) 그러나 그가 남긴 학문적 족적은 너무나 강하고 깊은 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푸코는 현대적 개인이 형성되는 게 감시 체계가 출현한 결과로 이해합니다. 현대적 개인은 의사, 법관, 교육자 등이 참여한 발언에 의해 구속되어 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드러내라는 요구 때문에 개별 인간은 "벌거벗은 자기 자신"으로서 노출되고, 이는 다시금 개인이 조종 당하는 대상으로 활용됩니다. 푸코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대인의 근심 속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고대인들은 실존의 윤리적 미학을 강조하면서, 전략적으로 거대 단체에 대해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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