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Bloch 저술

블로흐의 "기독교 속의 무신론" 영역본

필자 (匹子) 2021. 12. 30. 11:22

 

 

 

미리 말하자면 블로흐의 영어판 가운데 가장 질이 떨어지는 문헌이다. "기독교 속의 무신론" 영어 판에는 상당히 많은 하자가 도사리고 있다. 외국어로 표기된 전문용어 및 각주는 하나도 없으며, 원문 가운데, 11개의 장이 아예 생략되어 있다. 가령 빠져 있는 장은 다음과 같다.

 

1. 서언, 2. 다만 조용히, 3. 힌덴부르크의 코밑수염, 4. 말은 비스듬히, 5. 독일 주교의 마지막 교서, 6. 스스로 높이 뛰어넘기, 7. 지금까지처럼 추종하지 않으면서, 8. 부설: 아르카디아와 유토피아, 9. 부설: 사랑 그리고 사랑의 유토피아 속의 고매한 쌍 그리고 해와 달의 겹치는 시각, 10. 다시 로고스 신화 혹은 인간과 정신, 포이어바흐의 이론: 신은 어째서 인간인가? (Cur Deus homo?), 기독교 신비주의. 11. 충분하지 않다.” (특히 붉은 색으로 표기한 두 개의 장은 문헌학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인데, 책은 이것을 생략해놓고 있다.)

 

블로흐는 기독교를 부분적으로 가치 있게 평가하고, 신앙 바깥에서 부분적으로 기독교를 비판했는데, 신학자, 목사들은 블로흐의 기독교 비판을 무시하고, 기독교의 가치만을 채택하려고 한 것 같이 보인다. 수많은 기독교 신학자들이 블로흐를 인용하는 데 대해서 블로흐는 약간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블로흐의 신학적 발언이 신학 외적인 다른 영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블로흐를 이해하려면 하나의 영역에 국한해서 모든 것을 고찰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는 블로흐의 기독교 속의 무신론은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는데, 제목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원문 그대로 "기독교 속의 무신론"이라고 번역되어야 타당하다. 그래야 저자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로마의 권력자는 당시 기독교도들을 향해 "이런 무신론자들 hoi atheoi"라고 호통을 쳤다. 왜냐하면 기독교도들은 불사의 올림포스신들을 믿지 않고, 나자레트 출신의 예수를 인간 신으로 승격시켰기 때문이다,

 

무신론자인 블로흐는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를 가차 없이 폄하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블로흐는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지만, 종교가 가지는 가치를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종교의 영역 속에는 인간이 원초적으로 갈망하는 어떤 무엇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죽음 내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이며, 또한 영생에 대한 갈망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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