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Bloch 저술

블로흐 어록

필자 (匹子) 2022. 3. 4. 09:19

1. “인간은 항상 초보자이다. Homo semper tiro.” (블로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아는 자는 없습니다. 우사인 볼트는 100미터 달리기에서 세계최고이고, 신공지능으로 알려진 신진서 바둑선수는 바둑에서만 1위일 뿐입니다. 두 사람이 나와 함께 러시아어를 배운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들의 실력은 나와 마찬가지로 초보자입니다. 다른 한 편 자전거를 밟고 있는 동안에는 넘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토끼보다는 거북이를 사랑합니다. 그래도 토끼의 게으름이 이따금 부럽기는 하지만.... ㅋㅋ

 

2. “사랑이란 어떤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여행이다. Die Liebe ist eine Reise in ein gänzlich neues Leben” (영) Love is a journey into a totally new life.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요? 사랑하는 임이 살고 있는 집은 찬란한 왕궁처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은 알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임을 통해서 어떤 새로운 세계로 몰입하게 되는 것을. 그리하여 "신비적 합일 Unio mystica"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3. “일곱 번 깊이 생각해야 영특한 사고가 태동한다. 그런데 그 사고는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떠올리면, 동일한 명제라 하더라도 다른 의미를 전해준다. Alles Gescheite mag schon siebenmal gedacht worden sein. Aber wenn es wieder gedacht wurde, in anderer Zeit und Lage, war es nicht mehr dasselbe.” 이 말 속에는 놀라운 해석학적 사항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는 다른 뉘앙스를 전해줍니다.

 

4. “전쟁이 천 번 발발하는 동안 혁명은 열 번도 출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전쟁은 불필요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발발하지 않게 하는 게 지식인의 임무일 것입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블로흐는 스위스에서 아내 일제 슈트리츠키와 지독한 가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그때 집필된 책이 바로 "유토피아의 정신"이었습니다.

 

5. “기독교의 가장 훌륭한 업적은 이단자를 배출했다는 점이다. Das Beste, was das Christentum hervorgebracht hat, sind seine Ketzer.” 기독교의 힘은 무엇보다도 저항에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신학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종교의 가치를 미약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가난과 고통스러운 삶이 인간과 종교 모두를 구원해줄지 모릅니다.

 

6. “사고는 한계를 뛰어넘는 행위다. Denken heißt Überschreiten얼마나 놀라운 말입니까. 사고는 뛰어넘는 행위이며, 순리를 벗어나는 행위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불가능한 무엇을 꿈꾸면서 이를 얻으려고 노력하지요. 인간의 눈과 귀는 지금 여기에 주어져 있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수단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는 불가능한 무엇, 불충족한 무엇을 끊임없이 갈망합니다. 불가능한 무엇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을 모색하는 행위가 바로 인간의 사고입니다.

 

7. “나치가 수여한 유일한 명예 훈장은 국적 박탈이었다. Die einzige von den Nazis verliehene Ehrenmedaille war der Entzug der Staatsangehörigkeit. ” 블로흐의 저서 "이 시대의 유산Erbschaft dieser Zeit"에 기술된 문장입니다. 나 역시 지옥에 나락하면 그곳에서 국적을 박탈당하고 싶습니다. 이는 얼마나 커다란 명예일까요?

 

8. “허영이란 인간이 벗을 수 있는 마지막 옷이다. Die Eitelkeit ist das letzte Kleid, das der Mensch auszieht.” 허영이란 헛된 명예욕을 가리킵니다. 남들보다 더 잘 보이고, 더 낫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지요. 주위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면, 아담과 이브는 허영심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9. “인간의 사회적 삶이 비스듬하게 경사져 있다면, 수직으로 의연하게 걷지 못한다.Wenn das soziale Leben eines Menschen schief ist, kann er oder sie nicht konsequent vertikal gehen.굴종하는 인간은 언제나 허리를 굽히며 눈을 아래로 깔지요. 블로흐는 항상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고분고분하게 행동하는 것 자체가 노예근성이라고.

 

10. “희망은 본질적으로 환멸을 동반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확신일 테니까.Es gehört zum Wesen der Hoffnung, daß sie enttäuscht werden kann, sonst wäre sie ja Zuversicht블로흐는 무작정 뜬 구름 잡는 정서를 예찬하지 않았습니다. 미래의 찬란한 삶을 위해서 현재 상태를 파괴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가까운 목표와 먼 목표, 두 가지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1. “인간은 성공을 애타게 갈구해야 마땅하지, 실패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 Man muss ins Gelingen verliebt sein. 그의 친구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유토피아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가장 타당한 단어는 바로 죽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 실패하기 위해서 싸운다고 자조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 말아야지, 처음부터 실패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