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랑크의 '문학과 전설에 나타난 근친상간 모티프'

필자 (匹子) 2020. 11. 28. 10:07

오토 랑크 (1884 - 1939)는 "문학과 전설에 나타난 근친상간 모티브 (Das Inzest-Motiv in Dichtung und Sage)"를 1912년 라이프치히에서 처음 발표하였다. 이 문헌의 집필은 19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을 통하여 랑크는 프로이트 제자 가운데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재능있는 사람으로 손꼽히게 된다.

 

특히 아주 방대한 서문에서 랑크는 근친상간 모티브의 편재론 (遍在論)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고대 그리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로부터 현재 리햐르트 바그너의 오페라에 이르기 까지의 많은 자료들이 실증주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로써 랑크는 정신 분석학에 근거한 문학 예술 심리학의 프로그램을 위한 기념비적인 작업을 완성시킨 셈이다. 비록 (등장 인물의 분열, 등장 인물의 이분성 등과 같은) 형식적 카테고리를 너무 중시하고 있긴 하지만, 작품 및 동기에 대한 랑크의 분석은 전기 작성법이나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작가는 자신의 콤플렉스속에서 근친 상간적 경향을 예술자료에 담기 때문이라고 한다. 딜타이와 관련하여 랑크의 서문은 어떤 내면적 전기의 구상안을 지적한다. 랑크에 의하면 딜타이의 입장은 단순히 의식적으로 파악된 구상안에 불과하다고 한다.

 

문학과 예술의 내면세계를 다루려는 사람은 무의식의 세계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동력”, “자료” 그리고 “생성과 형상화의 메커니즘”은 (꿈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학예술에서도 무의식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꿈꾸는 자와 유사하게 예술가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유아기의 충동적 자극 그리고 에로스의 응시 등의 필요성에 이끌린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작품 속에 “자신의 가장 내밀한 욕망의 부분적으로 은폐된 완성”을 창조해낸다는 것이다.

 

1907년에 발표한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랑크는 예술적 인간의 가장 거룩한 형태로서의 유형을 극작가, 철학자 그리고 종교의 창시자에게서 찾는다. 예술적 인간은 랑크에 의하면 체질상으로 어떤 보다 강한 충동성에 의해 특징 지워지기 때문에, 그의 충동적 삶은 어린 시절부터 어떤 확인과 판타지 형성 등을 추동한다. 스스로를 순화시킬 수 있는 생산 작업에 대한 강요는 노이로제 환자와 유사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예술가는 노이로제 환자와는 달리 병리적, 위생학적 형태 그리고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형태 속에서 나타나는 일반 사람들의 영혼의 갈등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 문학에서 우리가 근친상간의 모티브를 끊임없이 접할 수 있는 것도 모든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인 강렬한 충동적 삶 때문이며, 아울러 그들이 문학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러한 모티브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랑크는 예술적 형상화 작업에서 어떤 역사적 동기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오이디푸스 왕」, 「햄릿」 그리고 「돈 카를로스」 등이 좋은 예라고 한다. 이들 작품은 “근친상간에 대한 판타지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점차적으로 강하게 망각되어 왔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고 랑크는 주장한다. 원래 오이디푸스 가족의 삼각 구조는 약화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햄릿」 그리고 「돈 카를로스」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살인이 강하게 부각됨으로써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근친상간에 대한 묘사는 어쩔 수 없이 방해받을 수 밖에 없다. 의식의 어떤 발전은 역사적으로 고찰할 때 콤플렉스 감정의 증가 그리고 노이로제의 증가와 일치된다. 바로 그러한 까닭에 근친상간의 묘사는 -랑크에 의하면- 마치 은폐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랑크는 장차 무의식적인 것이 의식화됨으로써 예술이 몰락하리라고 진단했다. 보다 높은 의식의 단계는 정신 분석학에 의해서 장악되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문학 작품에 묘사된 “억압되어져야 했던 자극의 무의식적 억압”은 정신 분석학에 의해서 의식적 판단으로 바뀌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술가는 의식적 판단에 의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이로써 자신의 욕망을 극복할 수 있게 되리라고 한다. 랑크는 이러한 진보적 낙관주의를 지닌 채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즉 예술은 종교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과학으로 이행되리라는 주장 말이다.

 

역사적 관찰 방법과 유형학적 유토피아적 관찰 방법은 엄연히 구분되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랑크는 이러한 모순을 묵살했으며, 딜타이의 해석 방법과 분석 결정주의적 심리학 사이의 모순성을 밝혀나가지 않았다. 제 2판의 서문에서 (당시 랑크는 마치 프로이트와의 결별을 스스로 예견하듯이) 두가지의 새로운 관점을 완강하게 내세웠다. 첫째로 창조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충동이나 생물학과는 전혀 다른, “어떤 갈등을 느끼는 자아의 표현에 대한 강박 관념”속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오이디푸스 소재는 부차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후기 저작물 ("출생의 트라우마와 이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의미") 이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랑크의 관심사는 더 이상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관계 (前 오이디푸스의 발전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반박하기 위하여 랑크는 (비극 작품에서 비극적인 죄로서 접할 수 있는) 죄의식을 어머니 콤플렉스에 포함시키고 있다. 바로 이러한 어머니 콤플렉스가 드러나는 시점을 랑크는 오이디푸스 발전 단계로 파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