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프로이트의 도스토예프스키 (1)

필자 (匹子) 2021. 7. 20. 11:36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최고의 작가로 꼽으며, 그의 작품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대해 자신의 정신분석학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원래 이 글은 다음과 같은 계기로 씌어졌다. 어느 독일의 출판업자는 1925년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간행하려고 했는데, 프로이트에게 작품 분석을 의뢰하였던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는 프로이트의 나이 69세 때 씌어졌다. 따라서 이 글 속에는 프로이트의 말년의 정신분석학 이론이 용해되어 있다. 프로이트는 이 논문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죄의식 등을 새롭게 기술한다. 가령 지금까지 인간의 자위행위에 관해서는 초기 저작물에서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였고, 신경증 환자였다. 그는 경건한 윤리적 정신을 지니고 있었으며,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규정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가장 장엄한 소설이고, 심리적인 모순을 담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덕적 인간을 높은 경지에 도달한 자로 이해하지 않는다. 작가에 의하면 도덕적인 인간은 결코 죄를 저지르지 않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도덕적 인간은 죄에 대한 유혹에 사로잡히지만, 이에 대해서 결연히 저항하는 자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스스로 신경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의 내적 고뇌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훌륭한 교육자도 아니었고, 인간 해방의 기수도 아니었다. 다만 위대한 러시아 작가는 도덕적 문제를 둘러싸고 인간이 어떻게 고뇌하고, 이를 거부해 나가는가? 하는 과정을 예리하게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은 결코 도덕적 인간이 아니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도스토예프스키를 범죄자로 간주하고, 심한 혐오감을 느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제어할 수 없는 자아 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고, 강한 파괴 욕구를 지니고 있다. 작가가 그러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근본적 동기는 사랑의 부재에 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있는데, 그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사랑하고 싶은 과도한 욕구 그리고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사랑의 욕구와 능력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과도한 선행을 베풀 때 엿보인다. 실제로 도스토예프스키는 남는 시간에 도박을 즐겼다. 또한 그는 단 한번 나이 어린 소녀를 유혹하여, 어디론가 데리고 가서 겁탈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심각한 고통 그리고 회한에 사로잡혔다. 도스토예프스키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강력한 파괴 충동이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게 했던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속에는 자주 “피학대 음란증 (마조히즘)”과 죄의식 등이 묘사되곤 한다. 작가는 때로는 남에게 고통을 주고자 하는 성향을 지녔고,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용서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내심 품고 있었다. 이러한 “학대 음란증 (사디즘)”은 자신에게 향함으로써 “피학대 음란증”으로 뒤바뀐다. (...) 도스토예프스키는 감정의 충일 상태에서 성도착의 증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등장인물을 학대함으로써 느끼는 쾌감이었다. 여기에 개입된 것은 작가의 신경증 증세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스스로를 간질환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는 졸도, 근육 경련, 순간적인 무기력 현상을 느꼈고, 이를 간질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간질이 아니라, 신경증의 증후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순간적으로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곤 했다. 이러한 질병은 신경질 내지 공격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발작은 혀를 깨물거나 요실금 현상을 동반한다. 이러한 현상은 때로는 의식 불명이나 단순한 현기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누군가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두뇌 손상이나 지능 저하의 인간이 간질 증세를 보이곤 한다. 가령 세포조직의 손상이라든가 독극물에 의한 뇌 활동의 마비는 그러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현상은 성행위와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옛날부터 의사들은 성교 시의 오르가슴 현상을 “작은 규모의 간질”이라고 명명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간에 절정의 순간 신체적 경련을 일으키고, 일순간 마치 의식이 마비되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성적 최고점에 이르는 순간 사람들은 심리적 흥분의 덩어리들을 신체 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간질이란 여기서 이러한 흥분된 에너지가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이다. 이로써 간질적인 반응은 히스테리의 증후가 된다. 나이든 여성들이 히스테리의 행동을 드러내는 경우도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와 다를 바 없다. 그들에게는 오르가슴을 발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육체 내부에 성적 에너지가 마냥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질 발작은 신체적 간질과 정서적 간질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뇌의 손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이고, 후자는 신경증 환자의 경우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간질은 두 번째 종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기에는 확증할만한 증거는 없다. 그가 18세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살해되었고, 이때까지 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 증세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타나는 아버지 살해는 작가의 체험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간질로 발전하기 이전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작은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형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잠자기 전에 머리맡에 종이를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작은 죽은 자와 동일하게 되려는 무의식을 반영한다. 소년에게 죽어야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니라 그의 아버지였다. 히스테리라는 이름의 발작은 미워하는 아버지가 죽기를 갈망하는 데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관계된다. 아버지를 적대시하는 배후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 역시 담겨 있다. 아이는 아버지를 찬미하나, 동시에 아버지를 증오한다. 아이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거세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거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는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욕구를 견지한다. 이는 죄의식을 낳게 된다. 이로써 무의식 속에 가라앉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증오이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처음부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러한 성향은 동성애의 성향과 관계되는 것이다. 이는 작가의 일기 그리고 중편 소설 등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 무의식의 정신 활동을 지배하는 모든 것들은 의식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아버지가 거칠고 잔인했다면, 아들은 초자아의 측면에서 가학적이 되고, 자아의 측면에서는 수동적이고 여성적으로 성장한다. 자아는 운명의 희생자로 드러나고, 아이는 죄의식이 가하는 가혹한 처벌 속에서 만족을 얻는다. 아이는 의식적으로는 특이한 죄의식을 견지했고, 자학하는 듯한 여성적 편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그는 아버지를 살해하려는 순간적 파괴 충동을 드러내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