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에밀 졸라의 "모레 목사의 죄" (1)

필자 (匹子) 2021. 12. 23. 10:21

(1) 작가들은 과연 정신이상인가?: 친애하는 Y, 동독 출신의 작가 귄터 쿠네르트 (Ĝünter Kunert)는 70세 생일을 맞이한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들은 심리적으로 왜곡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작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는 독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작가와 지식인들에게 윤리와 도덕에 관한 내용 그리고 멋진 읽을거리에 대한 즐거움 등을 바라지 않는가요?

 

특히 지금까지 살다간 수많은 작가들의 삶을 고찰하면, 우리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지적하려는 것은 그들의 가난하고 외면당하는, 핍박당하는 불행이 아닙니다.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강제적 성윤리에 예속되지 않으려는 태도는 자유를 갈구하는 예술가라면 누구나 견지할 수 있는 입장일 것입니다.

 

(2) 작가, 기이한 존재: 문제는 몇몇 제어할 줄 모르는 작가들의 어떤 돌출된 행동주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가령 이른바 훌륭한 소설의 창조를 위하여,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거나,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게 부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요? [물론 여기서 나는 보편적인 자연법적 가르침으로서의 “도덕”을 말할 뿐, 특정 윤리 내지 주어진 관습과 법과 관계되는 도덕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특정한 윤리 내지 도덕은 상대적인 강령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마치 실정법처럼 어느 특정 인간군에게 유리하게 만들어놓은 것으로 자연법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소설 창조 및 답사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모든 행위가 무죄 처분을 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가령 자신의 음악을 위하여 로마 시를 불바다로 만드는 폭군 네로는 과연 용서 받을 수 있을까요?

 

(3) 사생활 그리고 문학적 삶: 친애하는 Y, 나는 다만 소수의 작가들에게서 드러나는 몇 가지 치부를 지적할 뿐, 작가들의 사생활에 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사랑의 삶에 관한 한 제 3자로서 이를 거론한다는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에밀 졸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19세기의 위대한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 (Emile Zola, 1840 - 1902) 역시 개인 삶에서 많은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는 소설 집필을 위해서 술집과 창녀촌을 들락거렸으며,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30세 이상 나이 어린 세탁부 여자를 유혹하여 동거 생활에 들어갔습니다. 나이어린 세탁부 잔 로즈로는 졸라의 나이 49세에 딸을, 그의 나이 51세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4) 정의로운 자, 그대는 졸라: 그렇지만 졸라는 사회의 공공연한 정의 구현에는 누구보다도 앞장선 사람입니다. 그는 죽기 3년 전에 “여명”이라는 신문에서 프랑스 군 참모 본부를 맹렬하게 비난하였습니다. 말하자면 군 전체가 개인 드레퓌스 한사람에게 억울한 죄를 뒤집어 씌웠던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졸라는 명예 훼손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재판이 열릴 무렵 졸라는 평결을 기다리지 않고 영국으로 도주하였습니다. 1902년 졸라 부부는 평소와 같이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난로 굴뚝이 막혀 가스 중독으로 사망하였지요. 혹자는 졸라의 정치적 반대파가 그를 살해하기 위하여 굴뚝을 막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끝내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5) 루공 마카르 총서: 그러면 이제 당신에게 졸라의 소설 “모레 목사의 죄 (La faute de l'abbé Mouret)”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소설은 “루공 마카르 총서” 가운데 다섯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루공 마카르 총서”는 졸라에 의해 10권으로 기획된 소설 연작입니다. 이 총서는 나중에 20권으로 늘어났습니다. 연작 소설은 나폴레옹 3세부터 1870년의 스당 전투에 이르기까지의 프랑스의 역사를 관통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루공”은 난폭한 인간의 집안이고 “마카르”는 허약한 인간의 집안을 지칭합니다. 졸라는 인간의 본성이 유전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교육과 의약에 의해 공동적으로 교정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6) 어느 신앙인의 이야기: 소설은 1874년에 탈고되어, 책으로 간행되기 1년 전에 러시아에서 간행되는 잡지 “유럽 메시지 (Vestnik Europy)”에 발표된 바 있습니다. 처음에 졸라는 원래 수도사 내지 신부의 이야기를 통해서 1869년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의 권력자 그리고 종교인 사이의 결탁 관계를 백일하에 밝혀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보나파르트의 교회 권력의 문제는 제외되고, 모레 신부의 개인적 이야기가 첨가되었습니다.

 

모레 신부의 아버지인 프랑스와 모레는 파리 근교에서 마르테 루공이라는 처녀와 결혼했습니다. 그리하여 몇 년 후에 아들 세르제를, 그리고 딸 데지레를 출산합니다. 여기서 세르제가 바로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이 처녀는 히스테리 발작으로 시달렸으며, 결국에는 종교적 광기의 상에 사로잡혀 요절하고 맙니다.

 

졸라의 연작 작품집 루공 마가르

 

(7) 친절한 목사: 세르제는 일찍부터 경건한 가정교육을 통해서 신앙을 업으로 삼기로 결심합니다. 결국 그는 목사가 되어, 낙후한 프로방스에 있는 “아르토”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목회활동을 시작합니다. 교회는 마을로부터 고립되어 있으며, 세르제는 여동생, 데지레와 함께 이곳에 거주합니다. 데지레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처녀로서 농촌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가 가축을 사육하는 데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에, 세르제는 영혼의 구원에 관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처럼 신비적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만, 세르제는 기본적 속성에 있어서 사람들을 좋아하는 그러한 천진난만한 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목사 신분이기는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 대해 애정 및 성적 열망이 솟아오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마을 수도사, 아상지아스는 매우 근엄한 사람으로서 주인공의 이러한 열망을 비난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