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5

(단상. 469) 당신에게 나는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친애하는 M, 보내드린 나의 책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4"를 잘 받았는지요? 퇴직 후에도 집필에 몰두하는 이유는 오로지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흙문학 아카이브를 개설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내가 지는 태양이라면, 당신은 뜨는 태양이지요. 이제와서 나에게 명성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상과 공적이 무슨 커다란 기쁨을 줄까요? 그렇지만 나는 -황지우 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최소한 당신에게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은 스승과 제자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고로 스승과 제자는 시대착오적 개념으로서 이조시대에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의적인 학문을 습득하려고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생을 찾아와 3년 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머슴처럼 지내다가, 고매한 학문을 전수하..

3 내 단상 2023.05.18

빅토르 하라 Victor Jara, 끝나지 않은 감동 (2)

롱켄 마을 다음은 하라의 자작시이자 노래인 「올가미 (El Lazo)」입니다. 태양이 내려앉을 때 Cuando el sol se inclinabe 롱켄에 있는 lo encontré 어느 암울한 오두막에서 En un rancho sombrio 나는 그를 발견했지. de Lonquén. 어느 비참한 오두막에서 En un rancho de pobre 나는 그를 발견했지. lo encontré 롱켄에서 Cuando el sol se inclinaba 태양이 내려앉을 때 en Lonquén. 그의 오래된 손들은 Sus manos siendo tan vieja 타래 엮을 정도로 강했지 eran fuertes para trenza 거칠고도 부드러웠지, eran rudas y eran tiernas 동물의 피부와 같이..

서로박: 오디오세대, 백판 세대

오늘날의 대학생들이 “비디오 세대”라면, 73 학번인 나는 “오디오 세대”에 속합니다.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다행히 독재 체제가 어떤지를 잘 모르며, 그래도 옛날보다는 약간 편안한 (?) 입시 지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힙합”들의 복합 매체에 대한 관심은 어떤 새로움에 대한 욕구이지, 어떤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출현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당시의 젊은이들은 끔찍한 현실로부터 탈출하지 않으면 질식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부산에서 삭막하고 고통스러운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음악에서 어떤 도피처를 발견했는지 모릅니다.  바흐 Bach에서 비틀즈까지, 김민기에서 C.C.R.을 거쳐, 제스로 틀 Jethro Tull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2a 나의 산문 2022.06.23

서로박: 작자 미상, 당신은 나의 것

당신은 나의 것, 난 당신의 것 반드시 이를 믿어야 해요. 당신은 내 심장 속에 그냥 싸 안겨 있습니다. 열쇠를 잃어버렸으니 당신은 항상 거기 머물러야 해요. (Dû bist mîn, ich bin dîn./ des solt dû gewis sîn./ dû bist beslozzen/ in mînem herzen,/ verlorn ist daz sluzzelîn:/ dû muost ouch immêr darinne sîn.) (해설) 우리가 끝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에게 결핍된 무엇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결핍된 무엇이 어렵사리 얻어진 다음에도 우리는 새로운 무엇을 찾아 나섭니다. 그래서 인간 자체가 처음부터 완전하지 못한 존재로 규정된 채 ..

21 독일시 2022.03.10

(단상. 477). 치료의 매개체로서의 이야기들

사랑의 갈망은 무지개와 같다. 일곱 색깔에게 다가가면, 그만큼 멀어진다. 헝가리의 시인, 산도르 페퇴피Sándor Petöfi에 의하면 희망은 카르멘과 같아서, 돈 호세가 순정을 바칠 때, 그미는 어리석은 군인을 떠난다. 그런데 행복 추구에서 사랑이 배제되면, 행복 추구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랑 없는 참다움은 허사로 다가오고, 사랑 없는 선은 차가운 도덕으로 남으며, 사랑 없는 아름다움은 생명력 없는 인형의 서늘함만 보여줄 뿐이다. 그래, 사랑이 황금이라면, 진선미는 수은, 황 그리고 소금이다. 사랑이 행복의 결실이라면, 그것을 자극하는 매체들이 진선미이기 때문일까. 완전한 사랑, 영원한 사랑은 그 자체 허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면서도 이러한 허상을 끝없이 추구한다. 그 이유는 고통을 당하는..

3 내 단상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