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M, 보내드린 나의 책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4"를 잘 받았는지요? 퇴직 후에도 집필에 몰두하는 이유는 오로지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흙문학 아카이브를 개설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내가 지는 태양이라면, 당신은 뜨는 태양이지요. 이제와서 나에게 명성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상과 공적이 무슨 커다란 기쁨을 줄까요? 그렇지만 나는 -황지우 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최소한 당신에게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은 스승과 제자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고로 스승과 제자는 시대착오적 개념으로서 이조시대에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의적인 학문을 습득하려고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생을 찾아와 3년 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머슴처럼 지내다가, 고매한 학문을 전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