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시오도스 6

서로박: 황금의 시대와 유토피아

1. 황금의 시대: 친애하는 L, 맨 처음 우리는 “신화에 반영된 유토피아의 상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으며, 유토피아 연구에서 어떠한 척도로 규정될 수 있는가?”하는 물음과 봉착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화와 유토피아 사이의 관련성에 관한 사항입니다. 고대 사람들도 더 나은 세상에 관한 꿈을 꾸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동양의 대동 (大同)에 관한 사고 그리고 무릉도원의 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서양의 경우 황금의 시대, 아틀란티스 그리고 성서의 에덴동산 등에 관한 신화가 범례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헤시오도스는 이미 기원전 700년경에 황금의 시대에 관한 신화를 언급했습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가장 오래된 상으로서 고대의 문학 작품에서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황금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

26 유토피아 2023.03.20

서로박: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탄생' (2)

(계속 이어집니다.) 뒤이어 가이아의 손자들이 묘사되고 있다. 가령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 대항하여 폭동을 일으키다 실패하여 제우스신에게 항복을 선언한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징벌을 가하는 한편, 최초의 여자, 판도라와 판도라의 항아리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 에피메테우스를 유혹하게 한다. 판도라 (πάνδορα)는 “모든 것을 선물하는 여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항아리를 열어젖힌다. 이때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모든 것들이 나타난다. 흔히 말하는 “판도라의 상자”는 판도라의 항아리의 와전된 표현이다. (V. 507 - 616). 뒤이어 제우스와 100개의 팔을 가진 거인들은 타이탄에 대항해서 싸운다. 결국 거인들은 지하의 깊은 곳 황천으로 보내진다. 헤시오도스는 타르타로스에 관..

37 고대 문헌 2022.06.20

서로박: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탄생' (1)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 (? - BC. 700?)의 "신들의 탄생 (theogonia, θεόγονια)"은 그의 서사시 "노동과 나날 (εργα και ήμεραι)"과 함께 유일하게 전해 내려오는 작품이다. 헤시오도스는 직업적 음유 시인으로 출발했다. 원래 그는 농촌 출신이었고, 엄격하게 교육 받았다. 그가 믿었던 신은 가장 강력한 신, 제우스였다. 어린 시절부터 헤시오도스는 영웅시를 암송하면서, 서사시의 기법과 어휘를 익혔다고 한다. 에우보이아 섬의 칼키스에서 노래 경연대회가 개최되었는데, 헤시오도스가 이에 참가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실 헤시오도스만큼 그리스 신들의 탄생과 변화 과정을 세밀하게 기술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헤시오도스는 주로 간명한 문장을 병렬적으로 나열함으로써, 이른바 복문 ..

37 고대 문헌 2022.06.20

서로박: 신화와 유토피아, 그 일치성과 불일치성 (2)

5. 축복의 섬에 관한 문헌들: 일단 우리는 유토피아와 관련하여 축복의 섬에 관하여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대 문학은 황금의 시대에 관한 찬란한 상으로서 어떤 축복의 섬을 자주 형상화하였습니다. 물론 호메로스 또한 기이한 섬을 묘사하였습니다. 요정 치르체가 머물고 있는 아이올리아 섬, 외눈박이 거인이 살고 있는 섬 그리고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는 연꽃 섬 등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차례대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축복의 섬은 기원전 2세기 루키아노스 Lukian에 의해서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형상화되었습니다. 축복의 섬은 루키아노스에 의하면 대서양 어디엔가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섬에는 육체 없는 에테르와 같은 존재들이 살고 있는데, 수도의 물품들은 온통 금과 은으로 이루어져 있고, 건..

26 유토피아 2022.04.05

서로박: 헤시오도스의 노동과 나날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노동과 나날 (εργα και ήμεραι)”은 6각운, 828행으로 씌어진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신들의 탄생”과 함께 후세에 전해졌다. 헤시오도스는 경건한 마음으로 제우스를 모시는 시인이었다. 또한 호메로스와는 달리 농촌 중심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으며,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였다. 헤시오도스의 작품은 시인이 얼마나 모든 것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성찰하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상기한 내용을 염두에 둘 때 “노동과 나날”이야말로 “신들의 탄생”을 뛰어넘는 수준 높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헤시오도스의 시는 취약점을 지닌다. 가령 폐쇄적 나열이라든가, 후세 사람들의 가필 정정 등으로 인해 원래의 작품이 손상되었다는 점은 하나의 취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37 고대 문헌 2020.10.18

서로박: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비판 (2)

6. 법은 정의와 폭력을 결합시킨 것인가? (1): 법은 아감벤에 의하면 정의와 폭력을 인위적으로 결합시킨 것입니다. 만약 법의 내부에 폭력의 특성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다면, 법은 정의롭지 않은 명령으로 인간을 옥죄이게 됩니다. “최상의 법은 최상의 불법일 수 있다. Summum ius summa iniuria.”라는 음험한 명제를 생각해 보세요. 키케로는 자신의 『의무론 De officiis』에서 이러한 명제로써 명백한 법적 정의를 흐릿하게 희석시키고 중화시켰습니다. 하기야 법 자체가 처음부터 정의와 폭력 두 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법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아감벤이 “법이 정의와 폭력의 인위적 결합체이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하는 한, 그의 사고는 처음부터 법적 ..

23 철학 이론 201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