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6

서로박: 로베르트 무질의 '세 여인' (1)

(1) 무질과 세 여인: 친애하는 P, 오늘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소설가, 로베르트 무질 (Robert Musil, 1880 - 1942)의 소설, “세 여인 (Drei Frauen)” (1924)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래 이 소설은 전통적 형식에 입각하여 집필된 세 편의 독립된 소설인데, 나중에 비평가들에 의해서 “하나로 통합된 장편”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리기아” (1921), “포르투갈 여인” (1923), “통카” (1922) 등이 바로 그 세 편의 소설입니다. 첫 번째 작품의 “그리기아”는 농사짓는 여인이고, 두 번째 작품의 “포르투갈 여인”은 귀족이며, 세 번째 작품의 “통카”는 회사 직원으로 일하는 여인입니다. 이들은 주어진 삶에서 제각기 남자의 운명을 좌우하게 됩니다. 여기서 무질은..

43 20전독문헌 2022.01.07

서로박: 브루시히의 '불빛은 어떻게 비치는가?' (1)

“기억은 인간을 자신의 과거와 함께 살게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면서 경험한 것들을 소화시킨다.” (Brussig) (1) 거침없는 작가, 토마스 브루시히: 친애하는 B, 오늘은 1965년의 작가 토마스 브루시히 Thomas Brussig의 『불빛은 어떻게 비치는가? Wie es leuchtet?』를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1996년에『우리 같은 영웅들 Helden wie wir』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놀라운 풍자와 아이러니를 동원하여 구동독의 국가시스템을 적나라하고도 통렬하게 비판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후의 작품에서는 작가의 음색이 비교적 부드럽습니다. 이를테면 『존넨 알레의 무척 짧은 끝에서 Am kürzesten Ende der Sonnenallee』(1999)라는 작품을 예로 들 수 있습..

48 최신독문헌 2021.09.22

서로박: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

노르웨이의 작가, 크누트 함순 (Knut Hamsun, 1859 - 1952)은 20세기의 기이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모든 인습을 거부하는 저항자이자, 낭만주의자이다. 함순은 충동적 삶 그리고 인간의 개인적 창조력을 말살시키는 모든 장애물에 대해서 처절하게 저항한 작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순은 방랑자 혹은 여행자 등에 대해 동정심을 느꼈다. 왜냐하면 방랑자 그리고 떠돌아다니는 사람은 인습적 세계가 얼마나 인간의 행복을 차단하고 있는가를 꿰뚫어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크누트 함순은 여러 곳을 방랑하였다. 나이 20이 되던 해에 그는 북 아메리카로 여행하며, 그곳에서 모든 직업을 전전하면서 살아간다. 1882년 오슬로로 되돌아온 함순은 폐결핵에 걸려 고생하였다. 그럼에도 그는 1886년 ..

39 북구문헌 2020.04.07

서로박: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13. 성장하는 부르주아 계급: 귀족과 시민은 정치적으로는 경쟁관계에 있었습니다. 이들 사이의 묘한 대립은 살롱의 대화에서 간간이 타나나곤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부르주아 계급은 어떻게 해서든 지적인 엘리트와 인간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결속을 다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유명한 의사 코타르는 베르뒤링 마담의 살롱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살롱 사람들은 제 1차 세계대전 전후의 약 15년 동안 이어온 드레퓌스 사건의 여파로 거대한 정치적 사회적 전복을 획책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입지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 게르망트 출신의 왕자를 어느 귀족 처녀와 혼인시키려고 합니다. 처음에 살롱 사람들은 두 사람 사이의 결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는데,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면 혼인은 그들의 뜻대로 성사되고 맙..

33 현대불문헌 2019.04.20

서로박: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1. 시간과 망각 그리고 유년: “지난 날 청운의 뜻을 품었지만/ 헛디뎌 넘어지고 백발이 되었네./ 누가 알까, 맑은 거울 속을?/ 두 사람의 나는 서로를 측은히 여기네. 宿昔青雲志 蹉跎白髪年 誰知明鏡裏 形影自相憐” (장구령의 시) 친애하는 J, 우리는 가진 것 없이 태어나, 평생 두 손을 놀리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구하는 것은 좀처럼 손아귀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늙은이 한 사람이 우두커니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동산에서 뛰노는 아이인데, 출세의 뜻은 꺾이고, 몸만 볼품없이 늙어버렸습니다. 그래, 시간은 끝없이 스치는 화살과 같습니다. 나와 함께 뛰놀던 아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흐르는 시간의 화..

33 현대불문헌 2019.04.20

서로박: 우베 텔캄프의 탑 (5)

(앞에서 계속됩니다.) (26) 제목의 의미 (1): 친애하는 T, 지금까지 우리는 작품의 주제 및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탑”은 여러 가지의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로 그것은 드레스덴의 가상적 도시구역을 가리킵니다. 텔캄프는 집필 당시에 실제로 존재하는 “바이서 히르쉬” 지역을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둘째로 제목은 상아탑 내지 동독의 교양 있는 시민계급의 삶의 영역을 지칭합니다. 작가는 작가 그룹 내지 의사들이 살아가는 지역으로서 “탑 속에서”를 설정하였습니다. 학식을 지니고 삶의 모든 측면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줄 알았던 계급은 1977년 비어만 사건 이후로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사회 참여를 거부하고 실내음악에 몰두하는 등 사적인 삶에 몰입..

48 최신독문헌 201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