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시오 5

서로박: (1)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1. 캄파넬라와 『태양의 나라』: 토마소 캄파넬라 (Tommaso Campanella, 1568 - 1639)의 『태양의 나라La citta del sole』 (1602)는 질서 유토피아로 명명될 수 있습니다. 그 까닭은 이 작품 속에 사유재산제도의 철폐, 가족제도의 철폐 등이 설계되어 있으나, 모든 삶이 마치 사원에서의 생활처럼 점성술의 원칙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영위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초안은 처음에는 이탈리아어로 구상되었습니다. 『태양의 나라』는 1602년에 집필되기 시작했으나,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1623년에 비로소 세상에 소개되었습니다. 1612년 겨울 독일의 인문학자 토비아스 아다미는 제자와 함께 그리스 예루살렘 그리고 몰타를 여행한 다음에 나폴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나폴..

34 이탈스파냐 2023.01.19

박설호: (1)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너: 반갑습니다. 오늘은 저항이라는 주제로 토마소 캄파넬라의 철학적 옥중시편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하필이면 저항과 관련하여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캄파넬라의 시문학을 선택하였는지요? 나: 미리 말씀드리지만 캄파넬라의 시작품은 두 가지 사항을 시사해줍니다. 1. “시인과 지식인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자청해서 걸어가는 존재다.” 2. “우리는 걸어가면서 조우하는 생명들에게 머리(首)를 낮추어야 한다. 도(道)의 정신이다.” 너: 멋진 말인데요? 나: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처절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오늘날 대부분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가난과 고독 속에서 살거나, 국가의 검열로 인해서 핍박당하곤 합니다. 시인과 작가는 카산드라의 운명을 안고 있으니까요. 카산드라가 시대의 암운을 예견하면,..

22 외국시 2022.12.14

서로박: 캄파넬라의 철학시편 (3)

나: 시집에 관해서 언급하기로 합시다.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데, 어떻게 시집이 간행될 수 있었는지요? 제가 알기로는 1622년에 그의 시집이 프랑크푸르트에서 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시기에 그는 나폴리 감옥에 수감되어 있지 않았나요? 너: 네. 시집이 간행된 데에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1612년, 그러니까 캄파넬라가 나폴리 감옥에 수감된 지 12년 째 되는 해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독일의 인문학자이며 법률가인 토비아스 아다미 (Tobias Adami, 1581 – 1643)는 자신의 제자와 함께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는 작센의 귀족이며 나중에 군주가 되는 제자, 루돌프 폰 뷔르나우와 함께 그리스, 예루살렘 그리고 몰타를 여행한 뒤 나폴리에 잠시 체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때 그는 이..

34 이탈스파냐 2021.06.30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6)

캄파넬라의 "시인들에게" 해설 캄파넬라는 어린 시절부터 종교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 현실 앞에서 현자로서 사고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수사들, 정치가들 그리고 지식인들에게 나름대로 영향을 끼치려고 하였지, 오로지 시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위의 시에서 자신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은 단테 Dante의 그것과 비견될 수는 있지만, 아리오스트 Ariost, 타소 Tasso 등의 그것과는 철저히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현대 시인들은 주어진 현실의 삶의 조건을 은폐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권력, 지식 그리고 종교 등이 몰락한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진선미를 왜곡시키고 있다..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8)

캄파넬라는 일곱 번에 걸쳐 고문을 당했습니다. 마지막 고문은 40 시간 지속되었고, 살갗이 찢어지고, 피는 감방의 빗물 통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고문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감방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차라리 모진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게 나을 성 싶었습니다. 그러자 이탈리아 당국은 그를 정신이상자로 분류하여 종신형 선고를 내렸습니다. 캄파넬라는 그때부터 틈만 나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 속에 자신의 사상과 느낌을 담는 것 - 바로 이러한 행위는 치유의 과정이자 위안의 과정이었습니다. 1600년 31세의 나이로 감옥에 들어가서 1626년 57세의 나이로 석방되었으니, 무려 27년 동안 감옥에서 세월을 보낸 셈입니다. 그러나 캄파넬라에게 감옥은 자신의 집필실이었습니다. 캄파넬라는 종신형의 ..

22 외국시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