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창 6

박설호: (2) 동학 그리고 에코 페미니즘

(앞에서 계속됩니다.) 5. “플레타르키아” versus “플레타나르키아”: 김용옥은 민본(民本)이라는 개념을 분명하게 규정하기 위해서 “플레타르키아Pletharchia”라는 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데모스’는 보다 광범위한, 계층적 제한이 없는 ‘다중(多衆)’을 가리키며, ‘아르케’는 ‘지배’의 개념보다는 ‘본원’의 의미가 내재한다.”는 것입니다. (동경대전, I, 272). 이 단어는 “민중”, “무리”, “다수의 인간”에 해당하는 “πλήθος”에다 국가의 기능을 강조하는 “archia”를 결합한 조어입니다. 그러나 아르케는 지금까지 “본원”에 비해 “지배”라는 의미로 더욱더 많이 활용되었음을 도올은 좌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후자, “아르키아”의 경우 서양에서 민주주..

2 나의 잡글 2024.09.26

(명저 소개) 이종찬의 (2) '파리식물원에서 데지마박물관까지'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조선은 서양의 문물, 특히 과학 기술과 의학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이러한 것들은 무인(武人) 그리고 중인(中人)인들이 관여하는 ”천박한“ 내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종찬 교수님은 한국의 자연 과학의 역사를 논하면서, 조선의 의사, 허준을 언급합니다. 허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집필할 때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세부적으로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본초강목』에 소개된 수많은 약초의 가치에 매료된 사람들은 놀랍게도 유럽의 상인들이었습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은 서양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은 이시진의 책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식물학자 다윈은 이시진의 문헌이 자연의 선택을 명확하게 지적하였다고 서술하고..

1 알림 (명저) 2023.12.10

(명시 소개) 백무산의 시 '유허비(遺墟碑)'

백무산의 시 유허비를 다시 읽습니다. 아래의 글은 정지창 교수의 명문장입니다. 필자가 첨언할 것은 하나도 없어서 글을 그냥 인용해봅니다. .................. “그 (백무산)는 탁발승처럼 이곳저곳을 떠돌며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맨다. 고향 영천에는 웬지 돌아가고 싶지 않고, 정처 없는 발길은 방어진과 장생포, 선불산, 토함산, 경주 남산, 운문사 등지로 그를 데려간다. 그리고 순례하듯 폐사지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예전에 살았던 울주군의 산골짜기 허름한 마을을 찾아가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웬 비석이 세워져 있다. 최제우 선생의 처가가 있던 동네(여시바윗골)라고 유허비를 요란하게 만들어 놓은 것. 수운 선생은 젊었을 적에 형편이 어려워 처가살이를 하며 장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도 나처럼 실..

19 한국 문학 2023.10.27

정지창 외: 한국 생명 평화 사상의 뿌리를 찾아서

정지창 외: 한국 생명 평화 사상의 뿌리를 찾아서 , 도서 출판 창 2021. 목차 이 책에는 존경하는 정지창 교수님의 글이 다섯 편이나 실려 있습니다. 1. 정지창: 동학과 개벽운동 동학 사상의 핵심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지창 교수는 동학 사상의 흐름에서 김범부의 사상 그리고 2권으로 간행된 김용옥의 동경대전을 높이 평가합니다. 2. 정지창: 수운 최제우의 동학사상 수운 최제선의 삶 그리고 그의 득도와 가르침 그리고 수운의 영향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최제우의 사상 소개를 넘어서서, 그 영향까지 타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논의를 개진하는 데 있어서 저자의 견해가 섞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동학을 객관적으로 이해하..

1 알림 (명저) 2023.10.16

서로박: (2) 존재와 존재자, 혹은 수운과 화이트헤드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신 그리고 자연 (Spinoza), 존재자 그리고 존재 자체 (Heidegger), 신 그리고 창조성 (Whitehead), 존재 그리고 초월의 존재 (Tillich)는 서로 포함(包含)하는 관계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들은 단순히 이원론의 관계로 고착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서로 이질적인 내용을 지닌 채 양단적(両断的)으로 배척하는 게 아니라, 상호 조화롭게 영향을 끼쳐서 제각기 변해나가는 양단적(両端的)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양단(両端), 다시 말해서 서로 이어질 수 있는 두 개의 끝을 가리킵니다. 7. 이러한 방식으로 서로를 포함(包含)하며 양단적(両端的)으로 작용하는 상제로서의 신과 지기로서의 기운은 서로 통합하고 조우하며 아..

23 철학 이론 2023.10.14

정지창: 안삼환의 소설 『도동 사람』을 읽고

경애하는 정지창 교수님의 글을 허락 없이 함부로 퍼왔습니다. 이해 부탁드리면서 OTL .................. 안삼환 교수의 『도동 사람』을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6백 30쪽에 이르는 두툼한 소설을 이렇게 빨리 읽은 것은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다. 어금니가 탈이 나 치과에 다니느라 오른쪽 볼이 무지근하게 부어오르고 “멀리서 들리는 은은한 포성처럼”(염무웅 선생의 표현) 치통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염천에 머리는 지끈거리고 눈은 침침한데 이 두꺼운 책을 독파하다니! “진정한 학자, 위대한 학자는 그 학술이 반드시 ‘학술의 틀’을 깨고 나와 시적 정취와 통해야 한다.”(真学者、大学者,其学术必能突破“学术套子”,打通诗意。) 『시간의 압력』이라는 에세이로 유명한 중국의 소설가이자 ..

2a 남의 글 202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