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치 7

박설호: (2)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III) 서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제 3부에 실린 글은 얼핏 보기에는 블로흐 연구와 무관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연구 대상은 다를지 몰라도, 독자들은 논의의 전개 및 방법론에 있어서 에른스트 블로흐를 유추할 수 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첫 번째 글 「이반 일리히의 젠더 이론 비판」은 미발표의 논문으로서 일리히의 저작물 『젠더』를 비판적으로 구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필자는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려 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일리히의 과거 지향적 관점이 퇴행의 반동적 세계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젠더에 대한 일리치의 시각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추상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점입니다. 「원시 사회는 암반위에 있고, 문명사회는 절벽을 기어오르는가?」는 김유동 교수의 『충적세 문..

27 Bloch 저술 2023.04.22

서로박: 일리치의 젠더 론 비판 (4)

13. 일리치의 과거 지향적 시각: 일리치의 상기한 시각은 수미일관 과거로 향하여 걸어가려는 독일의 소설가, 귄터 그라스의 퇴행적 걸음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일리치는 자신의 시각을 직접 하나의 게걸음에 비유하였습니다. 그는 언젠가 역사학자, 루돌프 쿠헨부흐 (Ludolf Kuchenbuch, 1939 - )의 “게의 비유”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과거 지향의 시각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자고로 게는 눈 하나를 적으로 향한 채 뒷걸음질, 혹은 옆걸음질 칩니다. 마찬가지로 역사가의 눈은 현재의 난제로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과거에 대한 그의 관심사는 “현재의 문제점을 더욱더 낯설게 간파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박경미: 155쪽 참고). 일리치는 마치 게가 그러하듯이 현재에 하나..

5 사회심리론 2021.10.12

서로박: 일리치의 젠더 론 비판 (2)

5. 인류 역사의 세 단계 (1): 일리치는 인간의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태고의 시대부터 11세기에 이르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일리치의 표현에 의하면 아무런 목표 없이 “역사에서 자발적으로 성장한 성”이 주도적으로 자리하던 시대입니다. 이 시기에는 남성은 막연히 남성답게, 여성은 막연히 여성답게 활동했습니다. 일리치에 의하면 이 시기에는 인간에 관한 이념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초창기의 시기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오로지 “자생 경제 Subsistenzwirtschaft”의 체제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사람들은 남자의 경우 남성적으로, 여자의 경우 여성적으로 일하면서 자급자족해 왔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은 밖에서 식량을 조달하고, 여성들은 집안에서 빵을 썰어서 ..

5 사회심리론 2021.10.12

서로박: 일리치의 젠더 론 비판 (1)

1. 일리치의 젠더 이론의 앞모습과 뒷모습: 자고로 대부분의 이론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관점 intentio recta”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 대한 반성적 성찰 intentio obliqua”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물에 대한 직접적인 인식 그리고 이러한 인식에 대한 성찰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이론의 두 가지 측면을 일단 구분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리치의 젠더 이론은 현대 문명을 다각도에서 비판하므로, 그 자체 존재 가치를 지닙니다. 실제로 일리치는 “최상의 것을 망치는 것이 가장 나쁘다. Corruptio optimi pessima”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현대 문명을 “신약성서의 내용이 완전히 파괴된 무엇”으로 규정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5 사회심리론 2021.10.12

(저서 소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 심리학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지금까지 수십권 간행했지만, 저자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바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입니다. 문학 서적, 사회학 서적 그리고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상호 연계된 관점을 다룬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필자는 오래 전부터 호모 아만스의 인간형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책의 내용 가운데 필자가 애착을 가지는 장은 마지막 부록 "인종, 성, 나이 구분은 없다"입니다. 많은 참고 바랍니다. 목차 1. 서문: 구분 없는 인간형으로서의 호모 아만스 2. 정신분석학의 전개 과정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 3. 에릭 에릭슨과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심리 이론 4. 에밀리오 모데나의 생태 심리학과 에로스의 유토피아 5. 강덕경, 혹은 알렉..

1 알림 (명저) 2021.03.11

Reinhard Mey의 성적표 받는 날

현대의 학교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오스트리아 작가 이반 일리치 (Ivan Illich 1926 - 2002)에 의하면 죽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학교는 일리치에 의하면 대체로 인간의 자유를 가르치지 않고, 오로지 사회에서 필요한 기능인만을 양산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어진 현실을 염두에 둘 때 특히 중등학교가 곪아터져 있습니다. 학생들은 기상천외한 착상이나 고유한 생각을 발견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것들 가운데 하나의 정답을 찾는 일에 몰두할 뿐입니다. 자발적으로 무언가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게 하는 과업은 학생들에게 주어져 있지 않지요. 그렇기에 학교에서 마치 노예처럼 질질 끌려가는 자들은 학생들입니다. 선생님이 입 (口)이라면, 학생은 귀 ..

7 D-Pop 2020.12.26

블로흐 읽기 (3) 목차

자연법과 유토피아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3) 목차 서문 제 1부: - 사상의 보석은 아직 숨어 있다. 이 장에서 필자는 블로흐 사상과의 만남을 서술하고 있다. 필자는 학교에서 누군가에게 배운 게 아니라, 자신의 독서를 통해서 블로흐를 알게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 - 유토피아의 정신, 1. 2. 이 장은 에른스트 블로흐의 초기 저작물 유토피아의 정신 제 1판 그리고 제 2판을 소개하고 있다. 20세기 초에 제 2판이 소개된 다음에 약 50년이 지난 다음에 제 1판이 발표되었다. - 혁명의 신학자, 토마스 뮌처 이 장은 블로흐의 토마스 뮌처 연구서를 요약하고 있다. - 문학과 환상에 관한 12개의 고정관념 통상적으로 문학은 리얼리티를 담아야 한다고 한다. 리얼리즘 문학은 진실되고, 리얼리즘 문학의 ..

27 Bloch 저술 2019.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