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D-Pop

Reinhard Mey의 성적표 받는 날

필자 (匹子) 2020. 12. 26. 16:01

현대의 학교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오스트리아 작가 이반 일리치 (Ivan Illich 1926 - 2002)에 의하면 죽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학교는 일리치에 의하면 대체로 인간의 자유를 가르치지 않고, 오로지 사회에서 필요한 기능인만을 양산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어진 현실을 염두에 둘 때 특히 중등학교가 곪아터져 있습니다. 학생들은 기상천외한 착상이나 고유한 생각을 발견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것들 가운데 하나의 정답을 찾는 일에 몰두할 뿐입니다. 자발적으로 무언가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게 하는 과업은 학생들에게 주어져 있지 않지요.

 

 그렇기에 학교에서 마치 노예처럼 질질 끌려가는 자들은 학생들입니다. 선생님이 입 (口)이라면, 학생은 귀 (耳)입니다. 선생님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자율적으로 가르칠 자유와 권리가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위에서 하달되는 행정 명령 내지 성적 관리만을 철저하게 행하라고 강요받습니다. 학생 역시 고분고분하게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 족하다는 것입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자율적 행동과 저항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자율적 행동은 인간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게 하고, 저항은 교장, 교사, 학생으로 이어지는 수직구조를 파괴시킵니다. 학교에서의 모든 위계질서는 개인의 저항으로 산산 조각날 뿐이지요.

 

 라인하르트 마이의 성적표 받는 날도 상기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그가 어린 시절에 성적표를 조작했을까요? 공문서 위조는 중벌에 속합니다. 교장은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해당 아이의 부모를 학교에 오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를 두둔합니다. 이게 과연 아이에게 유리한 행동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학생의 잘못을 은폐시키면, 아이는 더 이상 학교를 존중하지 않고, 교칙을 준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다음의 사항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즉 라인하르트 마이의 부모는 교장의 단호함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두둔하였다는 점 말입니다. 그렇다면 마이는 학교를 비판하기 위해서 이 노래를 만들었을까요?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교육에 있어서 스스로의 깨달음과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부모일 것입니다.

 

다음을 클릭하세요.

 

http://www.youtube.com/watch?v=fTmM-KdEV4I

 


 

 

 

 

 

1. Ich denke, ich muß so zwölf Jahre alt gewesen sein,

und wieder einmal war es Zeugnistag.

Nur diesmal, dacht' ich, bricht das Schulhaus samt Dachgestühl ein,

als meines weiß und häßlich vor mir lag.

 

Zeugnistag 성적표 받는 날, einbrechen brach ein, eingebrochen 내려 앉다, das Dachgestühl 지붕의 대들보, meines = meines Zeugnis 내 성적표, häßlich 추악하게

 

기억하건대 내가 12살 되었을 때일 거야.

다시 성적표 받는 날이었지.

이번에 내 하얀 성적표가 추악하게 내 앞에 놓여 있을 때

나는 학교가 대들보와 함께 내려앉는 것 같았지.

 

Dabei war'n meine Hoffnungen keineswegs hoch geschraubt,

ich war ein fauler Hund und obendrein

höchst eigenwillig, doch trotzdem hätte ich nie geglaubt,

so ein totaler Versager zu sein, so ein totaler Versager zu sein.

 

eine Hoffnung schrauben: 희망을 조아매다, 단단하게 희망을 품다, obendrein 그밖에, höchst 매우, eigenwillig 자신의 의지만을 추구하는

 

당시 나는 단단하게 희망 하나 품고 있지 않았어.

그저 게으른 개와 같았고, 그밖에

자신의 의지만을 내세웠으니까, 그래도 완전한 실패자이리라고

믿지 않았어, 완전한 실패자이리라고.

 

2. So, jetzt ist es passiert, dacht' ich mir, jetzt ist alles aus,

nicht einmal eine Vier in Religion.

Oh Mann, mit diesem Zeugnis kommst du besser nicht nach Haus,

sondern allenfalls zur Fremdenlegion.

 

Jetzt ist es passiert 이제 무언가 사건이 발생하다, allenfalls 모든 경우에

die Fremdenlegion (프랑스의) 외인부대, das Vier 수우미양가의 양을 가리키는 성적,

 

이제 일이 일어났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어.

종교 과목에서 “양” 도 받지 못했으니.

아이고, 이 성적표로 집에 가서는 안 되겠네.

차라리 프랑스 외인부대에 입대하는 수밖에.

 

Ich zeigt' es meinen Eltern nicht und unterschrieb für sie,

schön bunt, sah nicht schlecht aus, ohne zu prahl'n.

Ich war vielleicht 'ne Niete in Deutsch und Biologie,

dafür konnt' ich schon immer ganz gut mal'n!

 

zeigen (규) (타) 보여주다, unterschreiben, unterschrieb,

unterschrieben 사인하다, die Niete 실패자, 패배자, prahlen 자랑하다, 허풍떨다, aussehen, sah aus, ausgesehen 보이다,

 

성적표를 부모에게 보여줄 수 없어 그들 대신에 사인했어,

얼룩덜룩하게, 자랑하려는 말이 아니라, 나쁘게 보이지 않았지.

아마도 독어와 생물에서 나는 실패한 학생이었어.

그 대신 나는 항상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었지.

 

3. Der Zauber kam natürlich schon am nächsten Morgen raus,

die Fälschung war wohl doch nicht so geschickt.

Der Rektor kam, holte mich schnaubend aus der Klasse raus,

so stand ich da, allein, stumm und geknickt.

 

der Zauber 마법, (여) 마법적 사건, die Fälschung 위조, schnaubend

식식거리면서, geknickt 한풀 꺾인 채, der Rektor 교장, 총장

 

물론 마법은 다음날 아침에 나타났지.

성적표 위조는 그렇게 숙달된 게 아니었어.

교장이 교실로 찾아와서, 식식거리며 나를 데리고 갔지.

난 거기에 혼자 말없이, 한 풀 꺾인 채 서 있었어.

 

Dann ließ er meine Eltern kommen, lehnte sich zurück,

voll Selbstgerechtigkeit genoß er schon

die Maulschellen für den Betrüger, das mißrat'ne Stück,

diesen Urkundenfälscher, ihren Sohn.

diesen Urkundenfälscher, ihren Sohn

 

die Maulschelle 따귀, der Urkundenfälscher 공문서 위조자,

 

그 후에 내 부모를 불러서 의자 뒤로 기대고 있었지,

자신이 마냥 옳다고 생각하며 그는 엉망진창인 아이,

공문서 위조자인 그들의 아들을 혼내주는

일을 마냥 즐기고 있었지.

 

4. Mein Vater nahm das Zeugnis in die Hand und sah mich an

und sagte ruhig: "Was mich anbetrifft,

so gibt es nicht die kleinste Spur eines Zweifels daran,

das ist tatsächlich meine Unterschrift."

 

was mich betrifft (= von mir aus)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die Spur 흔적, der Zweifel daran 그에 관한 의심 내지 의혹, die Unterschrift 사인, 날인

 

아버지는 손에 성적표를 들고 나를 쳐다보면서,

조용히 말했지,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어떠한 작은 의심의 흔적도 존재하지 않는군요.

그건 정말로 내가 사인한 것입니다.”

 

Auch meine Mutter sagte, ja, das sei ihr Namenszug.

Gekritzelt zwar, doch müsse man verstehn,

daß sie vorher zwei große, schwere Einkaufstaschen trug.

Dann sagte sie: "Komm, Junge, laß uns gehn."

"Komm, Junge, laß uns gehn."

 

 

 

der Namenszug 이름의 모습, 글체, kritzeln (규) (자) 끄적거리다,

verstehen verstand verstanden 이해하다, die Einkaufstasche 시장 바구니, tragen trug getragen (du, er: ä) 나르다

 

어머니 또한 거기에 기술된 것은 바로 자신의

사인이라고, 그렇지만 그 전에 두 개의 무거운

시장바구니를 날라야 했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지.

그리고는 “예야, 이제 집으로 가자.”하고 말했어.

 

5. Ich hab noch manches lange Jahr auf Schulbänken verlor'n

und lernte widerspruchslos vor mich hin,

Namen, Tabellen, Theorien von hinten und von vorn,

daß ich dabei nicht ganz verblödet bin!

 

widerspruchslos 모순을 느끼지 않은 채, verlieren vorlor verloren 잃어버리다, vor sich hinlernen 혼자서 공부하다, verblödet 멍청이같은

 

나는 학교 책상 앞에 앉아 많은 시간을 허송했지만,

스스로 아무런 모순 느끼지 않고 뒤에서 그리고

앞에서 하나씩 이름, 도표 그리고 이론들을

차근차근 배워나가, 이제 나는 멍청이가 아니야!

 

Nur eine Lektion hat sich in den Jahr'n herausgesiebt,

die eine nur aus dem Haufen Ballast:

Wie gut es tut zu wissen, daß dir jemand Zuflucht gibt,

ganz gleich, was du auch ausgefressen hast!

ganz gleich, was du auch ausgefressen hast!

 

eine Lektion 하나의 가르침, heraussieben (규) (타) (체로) 걸러내다,

der Ballast 쓸데없는 것, der Haufen 무더기, ausfressen, fraß aus

ausgefressen 모든 것을 집어삼키다,

 

다만 몇 년에 걸쳐 어떤 가르침을 건져 내었어,

수많은 쓸데없는 것들 가운데에서 단 하나를, 누군가 너에게

도피처를 준다는 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가르침 말이야.

네가 학교에서 어떤 지식을 마구 집어삼키든 간에.

 

6. Ich weiß nicht, ob es rechtens war, daß meine Eltern mich

da rausholten und - wo bleibt die Moral?

Die Schlauen diskutier'n, die Besserwisser streiten sich,

ich weiß es nicht, es ist mir auch egal.

 

herausholen 데리고 나오다 (규) (자), der Besserwisser 스스로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자,

 

그때 부모님이 나를 학교에서 빼낸 게 과연 잘한 일인지

나는 모르겠어. 어디에 도덕이 있는가?

영리한 자들은 토론하고, 많이 아는 자들은 서로 싸우지

도대체 모르겠어, 내가 상관할 바 아니야.

 

Ich weiß nur eins, ich wünsche allen Kindern auf der Welt,

und nicht zuletzt natürlich dir, mein Kind,

wenn's brenzlig wird, wenn's schiefgeht, wenn die Welt zusammenfällt,

Eltern, die aus diesem Holze sind,

Eltern, die aus diesem Holz geschnitten sind.

 

brenzlich 탄내 나는, 의아한, 수상한, es geht schief 잘못 되다, nicht zuletzt 특히 aus diesem Holz sein 이러한 목재에서 유래하다 (인간의 모든 본성은 부모에게서 비롯한다.) Eltern, die aus diesem Holz geschnitten sind 이러한 본성에서 다듬어진 부모, schneiden schnitt geschnitten 칼로 다듬다,

 

한 가지 사실만은 알아, 내가 바라는 것은

만일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잘못되거나, 세계가 붕괴한다 하더라도,

내 자식인 너 뿐 아니라 이 세상의 아이들에게

부모가 주어지기를. 본성은 부모의 판에 따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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