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3

라인하르트 이르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는 숙명적 비극의 세계관을 피력하지만, 스스로 보수주의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라인하르트 이르글 (1953 - )은 구동독에서 자랐으며, 전기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의 소설은 통독 이후에야 발표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구동독 문화 관료들의 눈에는 이르글의 문학 작품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쳤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랍 속에 원고를 넣어두었습니다. 둘째로 이르글은 언어 유희의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이 역시 구동독의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체코 지역에서 독일 인종이 살았던 지역을 표기한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체코에 거주하던 독일인을 Sudetendeutsche 라고 명명하곤 랍니다. 이들은..

9 문학 이야기 2024.03.17

(명시 소개) 이동순의 시,「눈물의 세월」 (2)

(앞의 내용을 계속 이어갑니다.) 나: 그래서 그들은 한인들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경계했군요. 너: 1930년대 후반 유럽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극동지역에서는 1936년부터 일본 관동군과 소련군 사이에 흑룡강과 우수리강 유역에서 군사 충돌이 빈번했습니다. 1937년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켜 중국 본토를 침략하자 일본과 소련 간에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습니다. 내전을 겪은 뒤에 기사회생한 스탈린 입장에서 극동 지역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했지요. 스탈린은 시베리아에서 전개되는 한인들의 항일 독립운동이 일제를 자극,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몹시 우려했습니다. 나: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에 발발하자 소련 인민위원회와 볼세비키 중앙위원회는 「극동지역 국경부근에..

19 한국 문학 2021.04.23

(명시 소개) 이동순의 시,「눈물의 세월」(1)

「눈물의 세월」 이동순 그해 동짓달 텃밭의 무 배추 막 수확 앞두고 있었는데 벼락 같이 이주 명령 떨어졌네 이틀 안에 이삿짐 싸서 우라지오 역으로 집결하라고 하네 사나흘분 음식 집집마다 준비하라고 하네 아직 농작물 거두기도 전인데 달리 먹을 게 어디 있나 이리저리 둘러보니 그저 만만한 닭 돼지 모조리 잡아 굵은 소금 뿌려 고기 장만하고 감자 옥수수 밀가루 자루에 담아서 꽁꽁 묶고 덮던 누더기 이불 몇 채 둘둘 말아 역으로 가는데 어찌 그리도 눈물이 흐르던지 가다가 돌아보고 또 가다가 돌아보고 앞마당 삽사리는 수상한 눈치 채었는지 마냥 짖으며 뒤따라오는데 주인 잃은 다른 집 개들도 허둥지둥 역 구내 인파 사이로 두리번거리며 헤매는데 무정한 이주열차는 검은 연기 뿜으며 기적 울리는구나 흰둥아 나 지금 떠나지..

19 한국 문학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