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메 4

서로박: 헨리 밀러의 '결실 맺는 고행'

친애하는 J, 오늘은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밀러 (Henry Miller, 1891 - 1980)의 『결실 맺는 고행 (The Rosy Crucifixion)』이라는 소설 삼부작에 관해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은 『섹스 (Sexus)』 (1949), 『얽힘 (Plexus)』 (1953), 『연결 (Nexus)』 (1960)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밀러는 처음부터 삼부작을 구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 작품 속에 용해되고 있는 전체적 방식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보낸 칠 년의 삶을 아무런 조건 없이 서술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밀러는 프랑스로 도피하기 전, 1923년에서 1930년까지의 미국에서의 체험이 소설 속에 그대로 스며있습니다. 첫 번째 작품 『섹스 (Sexu..

36 현대영문헌 2022.03.22

서로박: 뵈메의 거대한 신비

야콥 뵈메 (Jakob Böhme, 1575 - 1624)의 문헌 「거대한 신비, 혹은 모세의 첫 번째 책에 관한 해명 (Mysterium Magnum, oder Erklärung über das erste Buch Mosis)」은 “신 (神)의 본질의 세 원칙에 의한 신의 말씀의 계시에 관하여, 그리고 (자연의 나라와 은총의 나라가 설명되는) 세계와 창조주의 근원에 관하여” 라는 부제로서 1622년 - 1623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1640년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도합 78장 가운데) 첫 번째 11장은 우주의 생성에 관한 해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뵈메는 어떤 신지론 (神智論)에 입각한 우주론을 밝히고 있다. 창조는 신으로부터 출발한다. 신은 “거대한 신비 (Mysterium mag..

24 신학이론 2021.09.01

서로박: 블로흐의 인간신 사상 (4)

지금까지 우리는 블로흐의 기독교 속에 도사린 무신론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 기독교 사상은 예수의 행적과 복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아들”에 관한 존재 가치 내지 사상적 단초를 알려주고 있다. 둘째로 기독교는 블로흐에 의하면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현세의 더 나은 삶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세상 Eschaton”을 메시아적 기대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아직 아닌 무엇”을 존재론적으로 추적하려는 블로흐의 사상적 의향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셋째로 기독교 사상은 블로흐에 의하면 전지전능한 신에 대한 복종 대신에 주어진 현세에서 불의와 부정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거역과 반역의 자세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나..

24 신학이론 2020.06.02

(단상. 419) 블로흐 연구 작업

블로흐의 전집 20권 가운데 불과 다섯 권만이 번역되었습니다. 전집 15권 그리고 "물질의 로고스" 단행본 한 권 그리고 블로흐의 편지 등을 합하면 도합 18권이 되는데, 미국에서도 제대로 번역 소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의 문장은 학교 문턱에 한 번도 발 디디지 않고 혼자 독학하여 독일어를 배운 야콥 뵈메의 신비로운 문체를 연상시킵니다. 누군가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 Geist der Utopie"을 번역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언제 간행될지는 내가 알 리 만무합니다.. 다시 "블로흐 읽기 4. 물질이란 무엇인가? 프리드리히 엥겔스, 혹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를 집필하기로 작심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냥 매일 조금씩 작업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올해는 강의를 많이 하지 않아도 ..

3 내 단상 2019.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