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3

서로박: 학문의 따로 국밥, 혹은 다니엘 켈만의 '세계를 재다'

자연의 역사 연구는 그야말로 자연과학 전반에 걸친 지식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과업입니다. 식물학, 동물학, 광물학은 물론이고, 낯선 지역의 기후와 지질을 알아야 하며, 고고인류학과 민속학 고생물학 분야까지 탐색해야 가능한 학제적 연구 분야입니다. 그런데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 – 1859)는 이 모든 것을 하나씩 체계적으로 섭렵해나갔습니다. 그는 1799년 6월 5일에 에스파냐에서 자신의 친구이자 평생의 동료 에메 봉플랑Aimé Bonpland과 함께 신대륙으로 떠납니다. 40일 동안의 항해 끝에 두 사람은 쿠마나 항구에 도착합니다. 그후 중부와 남부 아메리카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지도를 작성하고, 광물과 동식물, 원주민의 삶 그리고 그들의 풍습을 탐구합니다. 모든 새로운 사물은 직접 보고 익히는..

44 20후독문헌 2023.07.28

폐쇄적 유교 사회 versus 친구와 형제의 나라 (2)

(앞에서 계속됩니다.) 4. 공자의 팔은 밖으로 굽지 않는다.: 그래,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적 풍습이 온존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애써 떠올리지 않습니다. 즉 불과 백 년 전에 한국인들은 상투를 매었고, 임금을 마치 하느님처럼 극진하게 모셨으며, 노예가 존재했고, 사대부는 첩을 거느리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그러나 우리의 습관 그리고 의식을 여전히 배후에서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유교적 잔재입니다. 정치 집단의 구조, 조직 사회의 씨족 문화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의 여러 조직들은 수직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사대부 우월주의"가 아닌가요? 그러니까 (가장 앞서서 달리는) 독점 자본주의는 (가장 뒤에 처진) 씨족 이기주의와 결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공룡 단체를 결성합니다. 모든 조직이..

2 나의 글 2023.01.28

(단상. 417) 노란 조끼 입은 사나이들

현재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반 정부 데모는 급진적 과격성을 드러내지만, 그래도 새로운 프레카이아트 운동으로 이해되곤 한다. 자유를 쟁취하려면 누군가 피 흘려야 한다고 역사는 말해준다. 박노자 교수는 기존 사회의 틀에서 배제된, 프랑스 젋은이들의 노여움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박 교수가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연대를 촉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프랑스의 반정부 데모의 진면목은 아직도 안개 속에 은폐되어 있다. 최근에 노란 조끼를 입은 프랑스 데모대 사람들은 길을 걸어가던 철학자 알랭 핑켈크로 Alain Finkeilkraut 에게 무력을 행사하려 했다. 핑켈크로가 누구인가? 유대인 출신의 학자로서 인간의 외모와 속내를 구분해서 해석한 철학자이다. 데모대는 그..

3 내 단상 201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