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리케 2

서로박: 뫼리케의 '오르플리트 나의 땅'

에두아르트 뫼리케 (1804 - 1875)의 초상화 친애하는 J,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고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인에게 고향은 시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고향은 유년의 시기에 보냈던 정겨운 공간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고향은 대체로 시인이 고유하게 체험했던 과거의 공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목사, 시인으로 살았던 에두아르트 뫼리케 Eduart Mörike (1804 - 1875)에게 고향은 자신이 실제로 살았던 유년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고향은 지상에서 발견될 수 없는 곳이었으며, 그의 젊은 친구들 (루드비히 바우어, 빌헬름 바이블링거)과 함께 가상적으로 상상해낸 이상의 장소였습니다. 뫼리케는 그 장소를 “오르플리트 Orpl..

21 독일시 2023.09.24

블로흐: 문의 모티프 (2)

그렇지만 문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결코 여러 가지 구상적인 상을 통해서 드러나지도 않으며,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세계는 언제 어디서든 간에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말없이 나타나 것은 오로지 아주 드문 행복의 감정일 뿐이다. 그렇지만 행복의 감정은 외부로 향해서 확장되고 넓게 퍼져나가는 게 아니라, 대부분 신앙에서 나타나듯이 기껏해야 “상부”로 향해 방향을 설정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라지는 장소 또한 행복의 신들이 자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끔찍한 경악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인지될 수 있다. 문의 배후가 어떠한지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추론하고 예견하는 방식으로 유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경악이나 희열을 안겨주는 현실적인 영역을 뛰어넘는, ..

28 Bloch 흔적들 202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