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모 4

(명시 소개) 서로박: (1)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1. B: “겨레의 할아버지”, 함석헌의 시를 논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이 설레는 까닭은 작품 속에 강인한 목표 의식과 도덕성이 자리하기 때문이고, 시 해석이 어려운 까닭은 개인사와 한국 역사가 용해된 포괄적 해석을 요청하기 때문입니다.A: 이해할만 하군요. 시작품 이해에 있어서 일단 함석헌의 삶과 사상을 일차적으로 이해하는 게 급선무일 것입니다. 함석헌의 삶을 깊이 파악하려면, 두 권의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치석의 『씨알, 함석헌 평전』(시대의 창, 2005) 그리고 김성수의 개정판 『함석헌 평전』(삼인 2011)이 바로 그 문헌입니다. B: 한 번 참고하겠습니다. 함석헌의 삶은 일제 강점기와 분단 시대로 나누어집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서술할 수는 없습니다. ..

19 한국 문학 2024.12.10

(단상. 456) "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새로운 물질 이론에 관한 관심이 높다. 신유물론에 관한 논의는 과거에 포스트모더니즘이 그러했듯이  유행을 타고 번지는 것 같다.  신유물론은 인류세에 즈음한 생태계 위기의 관점을 반영한 사고의 관점에 근거한 것인데, 1. 물질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관점, 2. 인간과 자연의 동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변적 실재론 등으로 구분된다. 1. 물질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관점: 우리는 몸, 타자, 환경, 지구 등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사고한다. "물질Mater"은 세계의 발효하는 모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궁으로서 "어머니Mutter"에서 비롯한 단어이다. 이 점에 있어서 신유물론은 남녀 평등, 자연과의 공생, 평화의 추구 그리고 절약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관습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삶이야 ..

3 내 단상 2023.02.07

서로박: 블로흐의 인간신 사상 (4)

지금까지 우리는 블로흐의 기독교 속에 도사린 무신론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 기독교 사상은 예수의 행적과 복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아들”에 관한 존재 가치 내지 사상적 단초를 알려주고 있다. 둘째로 기독교는 블로흐에 의하면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현세의 더 나은 삶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세상 Eschaton”을 메시아적 기대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아직 아닌 무엇”을 존재론적으로 추적하려는 블로흐의 사상적 의향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셋째로 기독교 사상은 블로흐에 의하면 전지전능한 신에 대한 복종 대신에 주어진 현세에서 불의와 부정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거역과 반역의 자세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나..

24 신학이론 2020.06.02

호세 리잘 필리핀의 영웅, 에스파냐의 시인

아마 필리핀만큼 열강의 침탈을 당한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필리핀을 미국의 식민지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입니다. 필리핀 반도는 오래 전부터 에스파냐의 식민지였습니다. 호세 리잘 (1861 - 1896)은 필리핀의 작가이자 의사로 살다가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습니다. 그는 칠레의 부유한 메스티초 (백인 인디언 혼혈)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특히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에 가담하여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리잘은 해외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익혔습니다. 벨기에, 영국, 프랑스, 홍콩, 일본, 에스파냐,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국, 심지어는 미국의 광활하 본토를 돌아다녔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의학을 공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

34 이탈스파냐 201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