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모 4

(명시 소개) 함석헌의 시 (1) "내 마음에다 칼질을 했을 뿐이다".

너: “겨레의 할아버지”, 함석헌의 시를 논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이 설레는 까닭은 작품 속에 강인한 목표 의식과 도덕성이 자리하기 때문이고, 시 해석이 어려운 까닭은 개인사와 한국 역사가 용해된 포괄적 해석을 요청하기 때문입니다. 나: 이해할만 하군요. 시작품 이해에 있어서 일단 함석헌의 삶과 사상을 일차적으로 이해하는 게 급선무일 것입니다. 함석헌의 삶을 깊이 파악하려면, 두 권의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치석의 『씨알, 함석헌 평전』(시대의 창, 2005) 그리고 김성수의 개정판 『함석헌 평전』(삼인 2011)이 바로 그 문헌입니다. 너: 한 번 참고하겠습니다. 함석헌의 삶은 일제 강점기와 분단 시대로 나누어집니다. 함석헌은 두 시기에 열정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비..

19 한국 문학 2023.02.13

서로박: 블로흐의 인간신 사상 (4)

지금까지 우리는 블로흐의 기독교 속에 도사린 무신론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 기독교 사상은 예수의 행적과 복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아들”에 관한 존재 가치 내지 사상적 단초를 알려주고 있다. 둘째로 기독교는 블로흐에 의하면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현세의 더 나은 삶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세상 Eschaton”을 메시아적 기대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아직 아닌 무엇”을 존재론적으로 추적하려는 블로흐의 사상적 의향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셋째로 기독교 사상은 블로흐에 의하면 전지전능한 신에 대한 복종 대신에 주어진 현세에서 불의와 부정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거역과 반역의 자세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나..

24 신학이론 2020.06.02

호세 리잘 필리핀의 영웅, 에스파냐의 시인

아마 필리핀만큼 열강의 침탈을 당한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필리핀을 미국의 식민지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입니다. 필리핀 반도는 오래 전부터 에스파냐의 식민지였습니다. 호세 리잘 (1861 - 1896)은 필리핀의 작가이자 의사로 살다가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습니다. 그는 칠레의 부유한 메스티초 (백인 인디언 혼혈)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특히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에 가담하여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리잘은 해외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익혔습니다. 벨기에, 영국, 프랑스, 홍콩, 일본, 에스파냐,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국, 심지어는 미국의 광활하 본토를 돌아다녔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의학을 공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

34 이탈스파냐 2017.11.29

홍성란: 소풍

시조 한 편을 소개하고, 서로박 샘이 당신을 위해서 해설을 달아봅니다. ....................................... 소풍 홍성란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 멀리 환한 복사꽃 꽃 두고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시조집: 바람의 머리카락, 고요아침에서) 생 (生)이 그저 아름다운 소풍으로 이어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삶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리라. 옛날 같으면 삼시세끼 걸르지 않는 것도 힘들었다고. 대부분 무지렁이로 태어나 빈손으로 무언가 움직이며 일해야 그저 밥 한 그릇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요즈음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금수저는 드물고, 흙수저는 많다. 그렇지만 요즈음이라고 해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다..

19 한국 문학 201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