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블레 7

서로박: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 (2)

5. 학문과 교육 그리고 취미 활동: 텔렘 사원의 사람들은 마치 나중에 제후 내지는 고위 신하로 활약하려는 듯이 놀라울 정도의 교육을 받습니다. 이를테면 한 사내는 고결한 유희에 익숙해 있으며, 승마, 달리기, 수영, 레슬링 등을 연마합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놀라운 춤 솜씨를 자랑하는 댄서이며, 고풍스러운 승마를 즐기기도 합니다. 사내는 여러 가지의 외국어에 능숙하며, 문학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이렇듯 대부분 사람들은 아무런 걱정 없는 환경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학문과 스스로 원하는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텔렘 사원의 사람들이 고위층의 교양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학문과 운동에 몰두하며, 동시에 생업을 위한 의미 있는 직업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

32 근대불문헌 2022.04.09

서로박: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 (1)

1. 자발성의 유토피아, 라블레의 텔렘 사원: 엄밀히 따지면 라블레의 장편 소설,『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의 제 2권에서 묘사되고 있는 텔렘 사원은 르네상스 유토피아의 카테고리 속에 편입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하나의 이상적 공동체로 규정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텔렘 사원의 사람들의 슬로건인 “그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라.”라는 규정에 관해서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텔렘 사원의 규정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삶에서 르네상스의 유토피아의 놀라운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기한 이유로 인하여 우리는 이 자리에서 라블레의 장편의 내용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대신에, 우리 논의의 촛점을 작품에 부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텔렘 사원에 맞추려고 합니다. ..

32 근대불문헌 2022.04.09

서로박: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달나라 제국" (2)

8. 달나라 사람들의 오만과 엘리트 의식: 기독교에 의하면 인간은 우주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존재이며,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훌륭한 목표라고 합니다.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기독교의 세계관 자체를 절대적인 게 아니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우주에는 지상에 사는 인간의 삶보다도 더 발전된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달나라 사람들은 작품에서 자기 자신을 우주에서 가장 탁월한 이성적 존재라고 간주하며, 시라노와 곤찰레스를 우스꽝스러운 동물 두 마리라고 치부하고 있습니다. 달나라 궁궐 사람들은 이들 두 사람이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 그리고 점프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박장대소를 터뜨립니다. 달나라 사람들의 이러한 반응은 17세기 유럽인의 그것을 방불케 합니다. 17세기 유럽 사람들은 인디언 인종..

32 근대불문헌 2021.01.05

서로박: 로시의 아나키즘 유토피아 (2)

6. 로시의 코뮌이 전통적 유토피아에서 수용한 사항들: 로시의 아나키즘 공동체 역시 고전적인 유토피아 패러다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로시는 노동의 향유 내지 즐겁게 일하는 유형의 노동의 가능성을 프랑스의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의 팔랑스테르에서 빌려왔습니다. 게다가 당사자가 원할 경우 두 달에 한 번씩 성의 파트너를 교체하는 사랑의 삶의 체제 역시 푸리에의 유토피아에서 이미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나아가 로시는 코뮌을 운영하는 과업에서 필수적으로 첨부되어야 할 조건으로서 과학 기술의 도입 내지 산업의 육성이라고 단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결성된 시타델라 협동조합 그리고 브라질에서 시도된 라 세실리아 공동체는 과학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중앙집..

34 이탈스파냐 2020.10.18

서로박: 에코의 장미의 이름 (2)

4. 요한 계시록과 살인 사건 (1): 소설은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총 5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코는 (계절은 다르지만) 아마도 부활절에서 강림절 사이의 기간인 50일을 염두에 둔 것 같다. (Kamper: 434). 사건은 1327년 11월 마지막 주에 북부 이탈리아의 아페닌 언덕에 있는 부유한 클루니아첸저의 수도원에서 발생합니다. 프란체스코 교단의 승려이자 영국 출신의 학자인 윌리엄 바스켈뷜은 제자, 아드손 드 멜크와 함께 이곳으로 당도합니다. 이야기는 늙은 아드손이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기술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윌리엄은 황제의 특별 사절로서 비밀스러운 임무를 띄고 이곳 수도원에 도착한 것입니다. 윌리엄은 이단의 혐의를 받고 있는 소수파 사람들과 아비뇽에 머..

34 이탈스파냐 2020.09.04

서로박: 레티프의 "니콜라씨" (2)

6. 건강한 성, 여성에 대한 연애 봉사: 레티프가 1798년에 발표한 작품 『반(反)-쥐스틴, 혹은 사랑의 향유Anti-justine ou les délices de l'amour』 속에는 사드의 문학 작품이 얼마나 인간의 건강한 성과 괴리되는 끔찍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가가 기술되어 있습니다. 『니콜라씨』의 마지막 대목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나는 내가 열렬히 탐하는 여성들을 한 번도 짓밟은 적이 없다.” 다시 말해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여성들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열과 성의를 다해서 자신의 파트너에게 봉사했다는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품을 읽으면 많은 여성들이 주인공의 품에 안겨서 유명을 달리하는 장면이 속출합니다. 사회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는 여성들..

32 근대불문헌 2020.02.20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5)

1. 앙리 망드라의 유토피아: 프랑스의 사회학자 앙리 망드라Henri Mendras는 1979년에 『시골 유토피아 공동체 여행Pays de l’Utopie Rustique』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유토피아의 전통을 자신의 작품에 의도적으로 반영하였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토피아의 전통 가운데에서 무정부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 특징을 담은 유토피아의 전통을 반영하려고 한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망드라는 알렉세이 차야노프의 농업 유토피아의 전통을 계승할 뿐 아니라, 이를테면 프랑스와 라블레라든가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에 입각한 유토피아의 구상을 자신의 작품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망드라의 유토피아에는 68 학생 운동 세대들이 추구했던 문화 혁명의 방향성이 담겨 있습니다. 2. ..

26 유토피아 2019.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