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피우스 2

서로박: 베르펠의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 (1)

1.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평화 공존과 인종 극복의 유토피아: 프라하 출신의 유대인 작가, 프란츠 베르펠 (Franz Werfel, 1890 – 1945)은 수십 년 동안 독일과 슬라브 민족 사이에서 자리하던 보헤미안 문화에 경도해 있었습니다. 비록 유대인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스스로를 가톨릭 시인으로 규정하였고, 사라진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이중 군주국의 예술적 보헤미안의 정서를 죽을 때까지 고수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조국, 체코로부터 박해당하고, 이른바 “넥타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인종으로부터 거부당했으며, 타인종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신앙의 산실인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 배척당했습니다. 그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을 탈고한 뒤 며칠 후에 사망했을 때, 그의 곁을..

43 20전독문헌 2021.10.10

블로흐: 문의 모티프 (2)

그렇지만 문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결코 여러 가지 구상적인 상을 통해서 드러나지도 않으며,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세계는 언제 어디서든 간에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말없이 나타나 것은 오로지 아주 드문 행복의 감정일 뿐이다. 그렇지만 행복의 감정은 외부로 향해서 확장되고 넓게 퍼져나가는 게 아니라, 대부분 신앙에서 나타나듯이 기껏해야 “상부”로 향해 방향을 설정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라지는 장소 또한 행복의 신들이 자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끔찍한 경악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인지될 수 있다. 문의 배후가 어떠한지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추론하고 예견하는 방식으로 유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경악이나 희열을 안겨주는 현실적인 영역을 뛰어넘는, ..

28 Bloch 흔적들 202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