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158

박설호: 역도산, 사자, 핵무기

1. 오늘날 어느 누구도 역도산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60년대만 하더라도 위대한 천하장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국내외의 수많은 레슬러들이 역도산의 당수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으니까요. 특히 위대한 레슬러, 김일 선생을 후계자로 가르친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독재 정권의 시퍼런 칼날 앞에서 일반 사람들은 역도산의 초인적 무술에 대해 경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민초들에게는 독재에 대항하고, 이를 조종하는 외세에 대적할 아무런 힘도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그저 꿈을 꿉니다. 언젠가는 초인이 나타나, 세상의 부정을 깡그리 없어지게 하리라고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람들은 역도산을 떠올리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곤 했던 것입니다. 2. 그런데 역도산이 어떻게 사망했는..

2 나의 글 2023.12.27

서로박: 참새, 참다운 새

그리운 분에게, 오늘은 12월 24일입니다. 블로흐의 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으로 향하다가, 참새 한 마리를 목격했습니다. 수십 년 전 부산에서 대학을 다닐 때 보았던 바로 그 작은 날짐승, 바로 그 새였습니다. 마치 자신이 참다운 새라고 자랑하는 듯이 꽁지에 묻은 눈을 털고, 헐벗은 나무 줄기에 부리를 비비다가, 어디론가 흔적 없이 날아갔습니다. 아마도 전에 부산에서 살았던 새의 후손이이었을까요?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화살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곤 합니다. 읽어야 할 책이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볼품없이 흰머리만 늘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신 말씀, "아들아, 마음은 절대로 늙지 않는단다." 그래, 시간이 흐르면 인간의 가죽부대만 쭈글쭈글해질 뿐, 마음만은 동산에서 뛰놀던 천진난만한 아이의 ..

2 나의 글 2023.12.24

박설호: (3) 미국 문명 비판과 흙의 권리

(앞에서 계속됩니다.) 14. 판도라의 상자는 인간에 의해 열리고 말았다. 핵분열을 통한 방사능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도 인간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생태 의식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루돌프 바로Rudolf Bahro도 말한 바 있듯이-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간의 마음을 통해 되찾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은 자신의 교만 그리고 자연과 여성에 대한 무조건적 정복 욕구를 떨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방향은 지상에서 가장 먼 길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힘든 여정은 얼마나 휘황찬란할까요? 필자는 다음의 시에서 유토피아의 마지막 가능성을 읽습니다. 너는 나에게 땅을 경작하라고 명령한다 내 어찌 나의 어머니인 자연에 칼을 들이대며 가슴을 도려낼 수 있는가? 내가 죽으면, ..

2 나의 글 2023.12.08

박설호: (2) 미국 문명 비판과 흙의 권리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인간중심주의는 자연에 대한 폭력을 아름답게 수식한 비인간적인 용어와 다름이 없습니다. 신화학자, 카를 케레니는 휴머니즘이 바로 18, 19세기의 유럽에서 기본적인 교육 강령으로 채택되어, 종국에는 파시즘을 잉태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부를 축적하라!Bereichert euch!”는 요구 사항은 루터와 칼뱅의 계명으로서 오로지 “부지런함, 금욕, 훈련”만을 강조하였습니다. 남성적 수직적인 요소론은 르네상스 이후에 인간을 자연의 우위에 설정하게 하였습니다. 이로써 사람들은 권력 그리고 금력의 확장을 통해서 지상의 행복이 이룩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서구인의 사고에는 언제나 부정적 의미로서의 “물신 숭배의 사고”가 잠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2 나의 글 2023.12.08

박설호: (1) 미국 문명 비판과 흙의 권리

1. 이 글은 학문적인 체계를 갖추기 전의 잡문입니다. 모두에 밝히고 싶은 것은 두 가지 사항입니다. 첫째, 나는 서양 문화에 대한 전체적 비판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서양 문화의 일부에 해당하는, 이른바 변종으로서의 미국 문화일 뿐입니다. 둘째, 이 글의 제반 논리를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문헌을 생략하려고 합니다. 왜냐면 잡다한 지식을 나열하는 것보다, 책의 구절들 속에 담긴 주장 및 세계관이 더욱 중요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2. 서양의 학문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를 살펴보면, 우리는 그 방법론이 “명사주의(名辞主義)”적이고 “요소론(要素論)”에 입각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말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서양인들의 태도를 반증하는 것으로서, 시각적이고 해부학적인 접근을 가장 ..

2 나의 글 2023.12.08

박설호: (3) 전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친미, 반미가 아니라, 협미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은 20세기 세계사를 고려할 때 수없이 피해당했습니다. 그렇지만 차제에는 중립 통일 국가를 이루고 극동 아시아에서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번성하는 나라로 발전되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김대중 대통령이 견지했던 전략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분명하게 새기되, 무조건적 보복을 자제하는 전략이라고 판단됩니다.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세우고, 작은 문제는 관용과 포용성으로 정리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친미, 반미가 아니라, 협미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실 미국은 20세기 역사에서 한국에 도움도 주고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세계대전 이후에 패전국인 일본 대신에 일본의 식민지..

2 나의 글 2023.11.18

박설호: (2) 전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앞에서 계속됩니다.) 6. 푸틴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시리아의 사악한 독재자 아사드 정권을 배후에서 지원해 왔습니다. 이로 인하여 시리아의 수십만 명, 아니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처참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으며, 지금도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푸틴의 외교는 인권, 평화, 호혜 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국익을 위해서는 철천지원수와도 얼마든지 손을 잡을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이는 철저한 국가 이기주의에 근거한 것이며, 적어도 그가 살아있는 한 변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2023년 1월을 기점으로 하면 러시아에서 푸틴의 지지율이 60% 이상 됩니다. 물론 이러한 수치에는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많은 러시아 국민은 푸틴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분..

2 나의 글 2023.11.18

박설호: (1) 전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어리석은 자가 전쟁을 치른다.”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1. 전쟁은 이권 싸움이다. 자고로 전쟁은 특정 국가의 국익을 위해서 전개되는 가장 사악한 정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국가의 이득을 위한 전쟁에 열광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전쟁의 총알받이가 되는 것을 모르고 국가가 애국이라는 미명으로 나라를 수호해야 한다는 전쟁 이데올로기에 기만당합니다. 참전을 거부하는 젊은이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겁하고 나약한 겁쟁이라고 손가락질당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남자라면 오로지 참전하여 나라를 수호해야 한다는 전쟁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로써 젊은 남자들은 총알받이가 되고, 여자들은 승리에 광분하여 미쳐 날뛰는 군인의 성 노리개로 전락하게 되지요. 핵무기 시대의 전쟁은 ..

2 나의 글 2023.11.18

서로박: (2) 정치 어떻게 할 것인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자신이 언제나 올바르고 위대하다는 착각: 프랑스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조폭들의 우두머리를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술회하였습니다. “히말라야의 설산에 사는 토끼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네 발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살을 에는 추위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코끼리보다 크다고 지레짐작하지 않는 일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자신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입니다. 인간의 권리와 직책의 권한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한의 검찰 총장, 대학 총장, 학장, 교장, 각종 크고 작은 회사의 사장 그리고 간부들이 이 문구를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대안: 중요한 것은 평등의 실천을 위해서 사회 조직 내에서의..

2 나의 글 2023.11.14

서로박: (1) 정치 어떻게 할 것인가?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노회찬) ....................... 1. 정치적 지형도가 수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착각: 오래전부터 남북이 분단되어 있습니다. 지구가 약간 기울어져 있듯이, 남한의 시대정신의 지형도는 어쩔 수 없이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의 정당들은 거의 우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남한에는 국가보안법이 있고, 반공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선거철에 사람들은 항상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들었습니다. “아무개가 당선되면, 북한군이 쳐들어온다.” 현재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도 우파이며, 야당인 국민의 힘은 극우파의 정당입니다. 남한에 정의당이 존재하지만, 노회찬 선생이 사망한 이..

2 나의 글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