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9

비행하는 이카로스 (4)

4. 이어지는 글들은 유대주의와 관련되는 글 모음입니다. 열한 번째의 글 「소련과 동독에서의 반유대주의, 그 배경과 경과」는 다음의 사항을 천착하고 있습니다. 즉 반유대주의는 히틀러의 집권 시기에 독일 지역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 제 2차 세계대전 이전 동유럽 지역에서 널리 펴져 있었다는 사항 말입니다. 인종 탄압이라는 단어 “Pogrom”이 러시아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 하나의 좋은 범례인 셈입니다. 유럽에서의 반유대주의는 비단 독일 뿐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소련과 동독에서도 적지 않게 출현하였습니다. 열두 번째의 글 「동독 유대인의 정체성과 과거 극복의 문제. 유렉 베커의 브론슈타인의 자식들」은 유대 출신의 작가 유렉 베커의 마지막 소설 『브론슈타인의 자식들』을 작품 내재적으로..

2 나의 글 2022.08.29

비행하는 이카로스 (3)

3. 네 번째의 글 「프란츠 베르펠의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은 프란츠 베르펠이 죽기 전에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대작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을 작품 내재적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5권의 『서양 유토피아의 역사』를 집필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베르펠의 미래 소설이자 사이언스 픽션인 이 작품을 분석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서양의 유토피아의 역사에 수록되기에는 주제상의 다른 측면을 지닌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자고로 문학 유토피아 속에는 주어진 사회에 대한 비판 내지 정치적 시스템으로서의 새로운 구조가 설계되어야 마땅한데, 이 작품에는 이러한 요소가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서양 유토피아의 역사와는 별개로 본서에서 이 글을 소개하기로 작심하였습니다. 다섯..

2 나의 글 2022.08.29

비행하는 이카로스 (2)

2. “비행하는 이카로스”라는 책의 제목 역시 그와 유사한 의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카로스는 창공으로 비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판타지, 가능성, 갈망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꿈을 유추하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카로스의 비행은 그 자체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신호이며,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열망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의 비행이 성공을 거두는가, 실패하여 좌절을 맛보는가? 하는 물음은 부차적입니다. 그밖에 “비행하는 이카로스”에서 비행이란 비행 (飛行)이 아니라, 오히려 비행 (非行)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필자가 생각하는 이카로스는 주어진 현실적 정황을 의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 내지 금기를 뛰어넘으려는 국외자일 수 있습니다. 주어진 관습, 도덕..

2 나의 글 2022.08.29

비행하는 이카로스 (1)

서문: 비행하는 이카로스 - 인생은 한마디로 말해 비행하는 일과 같다. 비행(飛行)하고 비행(非行)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희망을 품은 채 버티는 행위, 바로 꿈과 저항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필자 匹子) - - 한 인간의 가치 있고 올바른 삶은 단순히 성공 여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얼마나 올바르게 선택했는가? 하는 물음에 의존하는지 모른다. 결정하고 선택하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어렵다. 무언가를 올바르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문제 해결 능력 뿐 아니라, 미래를 투시하게 하는 창의력 그리고 지금 여기의 난제를 꿰뚫을 수 있는 비판력일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이른바 삼포 세대에 속한다고 하는 남한의 대학생들이 비록 힘들겠지만 지..

2 나의 글 2022.08.29

서로박: 마지 피어시의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2)

9. 미래 사회에서의 종교와 교육: 미래 사회에서는 종교 그리고 신이 그다지 커다란 영향을 떨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신을 숭배하는 종교가 존속되면, 사회의 구성원 역시 계층을 구분하게 되고, 권력을 탐하게 되며, 다른 사람들을 감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사항 때문에 마지 피어시의 소설은 출간 이후에 미국의 많은 종교인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피어시의 문학은 전통 윤리와 기독교의 세계관을 허물게 하며, 혼란과 무질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지만 작가가 종교의 영향을 지극히 제한시킨 까닭은 무작정 종교를 부정하고 싶은 의도 때문은 아닙니다. 작가는 대부분의 종교가 전통적인 관습을 준수하고, 계층 사회를 유지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이를 수정하..

36 현대영문헌 2022.08.28

서로박: 마지 피어시의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1. 계층 구분이 없는 미래의 어떤 대안 사회: 친애하는 P, 오늘은 마지 피어시의 페미니즘 계열의 사이언스 픽션에 반영된 유토피아를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마지 피어시 (Marge Piercy, 1936 - )의 장편 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Woman on the Edge of Time』는 1976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미의 네 번째 장편 소설에 해당합니다. 그 이전에 간행된 작품으로는 『빨리 아래로 내려가다 Going Down Fast』(1969), 『잠들기 위한 독수리 춤 Dance the Eagle to sleep』(1970), 『작은 변화 Small Changes』(1973) 등이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현대 사회는 권력 남용, 환경 파괴 그리고 여성에 대한 억압 등으로..

36 현대영문헌 2022.08.28

뵐렌도르프의 시작품 (2)

첫 번째 작품은 프랑스어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뵐렌도르프가 독일에서 시 발표할 기회가 사라지자 스스로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간청하는 시 세공업자"는 프랑스어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말하려는 것은 스스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절대로 창안하지 않겠다는 내적인 다짐일 것입니다. “당신네는 마차로 왕래하고 웃으며,/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있어요,/ 좋고 나쁜 난동을 피우고 있네요,” 두 번째 시는 시인이 갈구하는 비밀스러운 고향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요정의 땅”으로서 “금빛 찬란한 기적의 나무”가 자라는 공간입니다. 시인은 “늪지의 부드러운 꽃”을 사랑합니다. 시인의 고향은 주어진 비참한 현실에 대한 반대급부의 상입니다. 뵐렌도르프는 프랑스와는 다른 조국의 억..

21 독일시 2022.08.26

뵐렌도르프의 시작품 (1)

“어떻게 하면 세계는 도덕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Wie muss die Welt fuer ein moralisches Wesen beschaffen sein?” 이 구절은 요한네스 보브롭스키의 산문 「빌렌도르프Boehlendorff」에 실린 뵐렌도르프의 독백입니다. 뵐렌도르프는 일신의 편안함을 도모하지 않고, 오로지 더 나은 세상을 갈구하면서 작품의 탹마에 집중한 기인입니다. 평생 유럽과 동구를 방랑하면서 시를 집필했는데, 자신의 가방에 작품이 가득 차면, 그냥 버리고 다른 글을 집필하곤 하였습니다. 19세기 독일은 폭정과 가난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1775년 미타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조실부모하고, 힘들게 살았습니다. 1794년 예나 대학에 입학한 그는 피히테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의 친..

21 독일시 2022.08.26

프리츠 폰 운루의 "어느 가문"

표현주의 극작가, 프리츠 폰 운루 (Fritz v. Unruh, 1885 - 1970)의 운문 비극, '어느 가문 (Ein Geschlecht)'은 단막극으로 씌어져서, 1918년 6월 16일에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하면 비극이 아니라, 시적 드라마로 씌어진 폭력 행위를 담은 극이라고 명명될 수 있습니다. 극작가는 여기서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비인간적 결과를 낳는가를 지적하면서, 현세와는 거리가 먼, 더 나은 시대의 상을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신화적 무명 (無名) 시대의 어느 가문에 관한 놀라운 환영입니다. 표현주의 극작가, 프리츠 폰 운루 (1887 - 1970) 산정의 궁궐에서는 축제가 거행됩니다. 그것은 아주 거칠고 방종한 축제입니다. 흐릿한 상..

43 20전독문헌 202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