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마지 피어시의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필자 (匹子) 2022. 8. 28. 21:40

1. 계층 구분이 없는 미래의 어떤 대안 사회: 친애하는 P, 오늘은 마지 피어시의 페미니즘 계열의 사이언스 픽션에 반영된 유토피아를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마지 피어시 (Marge Piercy, 1936 - )의 장편 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Woman on the Edge of Time』는 1976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미의 네 번째 장편 소설에 해당합니다. 그 이전에 간행된 작품으로는 『빨리 아래로 내려가다 Going Down Fast』(1969), 『잠들기 위한 독수리 춤 Dance the Eagle to sleep』(1970), 『작은 변화 Small Changes』(1973) 등이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현대 사회는 권력 남용, 환경 파괴 그리고 여성에 대한 억압 등으로 인하여 많은 난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마지 피어시는 이러한 문제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대신에, 어떤 민주적이고 목가적인 사회 모델을 문학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안 사회는 개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장치이지만, 나아가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하나의 가장 바람직한 사회의 모델을 60년대에 나타난 정치적 행동주의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에서 발견하려고 합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마지 피어시의 문학은 그 특징에 있어서 현실과 이상을 관통하는 페미니즘 계열의 사이언스 픽션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2. 주인공 코니, 술과 마약의 힘을 빌리다: 마지 피어시는 1936년 생으로 멕시코 출신의 미국 작가입니다. 그미는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그곳의 노동자 빈민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에서는 언제나 분쟁과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가난과 힘든 노동으로 싸워야 했으며, 인종 간의 갈등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콘수엘로 라모스라고 하는 여성입니다. 사람들은 그미를 “코니”라고 부릅니다. 코니는 30대 후반의 여성으로서 멕시코 출신의 미국여성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작품은 자전적 요소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미는 주어진 현실에 충실한 생활력이 강한 여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상상력이 풍부한 꿈 많은 젊은 여성입니다.

 

코니는 가족들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에 다닐 수 있었는데, 잘못된 결혼으로 인하여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니는 이혼 후에 아이를 데리고 허드렛일로 생활비를 벌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때 그미가 접했던 것은 여성 차별, 인종 차별 그리고 기능인만 중시하는 미국의 냉혹한 현실이었습니다. 외로움, 가난 그리고 사회적 냉대는 섬세한 심성을 지닌 이혼녀 혼자서 견뎌내기 무척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미는 술과 마약을 접하게 됩니다. 그미가 병원에 입원하자, 아이는 다른 양부모에게 입양되고 말았습니다.

 

3. 코니, 정신 병원에 입원하다.: 코니는 기이한 계기에 의해서 정신병원에 수감됩니다. 코니에게는 인간적으로 자신을 매우 좋아하고 따르는 여조카가 있었습니다. 그미의 이름은 돌리였는데, 먹고 살기 위해서 술집에서 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돌리의 기둥서방, 제랄도가 임신 중인 돌리에게 심한 폭력을 휘두르자, 코니는 옆에서 이를 제지하다가, 오히려 커다란 봉변을 당합니다. 제랄도에게서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하게 얻어맞았던 것입니다.

 

코니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곳은 정신병원의 보호 시설이었습니다. 그미를 병원에 입원시킨 사람은 다름 아니라 돌리었습니다. 그미는 평소에 주인공의 우울증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믿던 터였습니다. 환자가 정신 병원에 수감되려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서에 사인한 사람은 코니의 오빠인 루이스였습니다. 병원의 정신과 의사들은 그미의 병명이 편집 분열증이라고 진단을 내립니다.

 

4. 주인공, 양성 인간을 만나 시간 여행을 떠나다: 문제는 코니가 정신 병원에서 틀에 짜인 삶을 고통스럽게 견뎌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정신 병원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수감되어 있는데, 대부분 환자들의 자유는 박탈되어 있으며, 철저하게 구속되어 살아갑니다. 코니 역시 이곳의 생활에 심리적으로 질식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언젠가 켄 키지 Ken Kesey의 작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를 연상시킵니다. (이 작품은 책으로 영화로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 인종주의 그리고 관료적 자본주의로 이루어진 미국의 시스템이 개개인의 사적인 삶을 완전히 압살시킨다는 점에서, 켄 키지의 작품은 우리가 다루고 있는 마지 피어시의 소설과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코니가 머물고 있는 병원에서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일상의 틀에 갇혀서 환자들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를 위한 실험용 도구로 활용하곤 합니다. 이를테면 코니는 행여나 의사들이 자신의 뇌 속에다가 전자 장치를 박아놓을 것 같아서 전전긍긍합니다. 그래서 그미는 미래의 사회로 도피하여 피신하려고 합니다. 코니는 자신만의 폐쇄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지나간 삶을 곰곰이 반추해봅니다. 그미는 상상의 공간 속에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을 조우합니다. 그미는 루시엔테라는 이름을 지닌 양성 인간이었는데, 처음에 코니의 눈에는 남자처럼 비칩니다.

 

5. 코니, 미래 사회로 가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다: “양성 인간 Androgyny”은 언젠가 미국의 작가이자 여성 인권주의자로 활약했던 카롤린 헤일브런 (Carolyn Heilbrun, 1926 - 2003)이 1973년에 간행된 책, 『양성인간의 재인식으로 향하여 Toward a Recognition of Androgyny』에 묘사된 바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공유하는 인간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유형의 인간은 “아무런 제한 없고 근본적으로 어떤 무엇으로도 규정될 수 없는 인간 존재에 관한 이념”에서 비롯하는 어떤 가상적 존재입니다. 물론 양성인간에 관한 사고는 작가도 술회한 바 있듯이 페미니즘 사상과 전적으로 부합되지는 않습니다. 특정의 여성들은 남성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특정의 남성들은 여성적 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이들 가운데에는 트랜스젠더들이 많다는 점은 우리에게 별반 새로운 사항은 아닐 것입니다.

 

어쨌든 루시엔테는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얼마든지 왕래할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니를 설득하여, 미래로 향해서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코니는 루시엔테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부자유스러운 삶으로부터 해방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미는 미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익한 정보를 전합니다. 과거에 여성으로서 그리고 환자로서 살았으므로, 미래 사회의 사람들이 그저 당연시하게 생각하는 과거의 기이한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가령 미래 사회에서는 남녀의 역할 분담이 완전히 철폐되어 있고, 개개인의 욕망 충족을 위한 기술이 발전되어 있습니다. 코니는 이에 대해서 커다란 호감을 표명합니다.

 

6. 계층 구분이 없는 평등 사회: 코니는 미래 사회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여러 가지 특징들을 차례대로 서술합니다. 그렇지만 그미의 시각은 제 3자의 시각처럼 느낄 정도로 냉정하며, 그미의 동반자, 루시엔테가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곳은 미래의 2137년을 가상 시점의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가상적 장소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마타포이세트”라는 생태페미니즘을 추구하는 마을입니다. 여기서 마타포이세트라는 이름은 미국 땅에서 오래 전부터 살아온 “왐파노아그 Wampanoag”라는 인디언 종족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마타포이세트 마을에서는 약 600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 49명이 어린아이들입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빈부 차이 그리고 계층 차이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인종 차별은 용납되지 않으며, 모든 사회 구성원들은 철저할 정도로 수평적 평등관계를 고수하면서 생활합니다. 이로써 독자는 다음의 사항을 분명하게 인지하게 됩니다. 즉 이들이 중앙 집권적 관청 및 국가 예산의 행정을 인 정하지 않는다는 사항 말입니다. 이로써 마타포이세트 생태 공동체 마을이 자치 자활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치를 억제하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전통적 유토피아의 내용과 매우 유사합니다.

 

7. 완전한 남녀평등을 구현하며 살아가는 양성 인간들: 마타포이세트 마을에서는 인간이 더 이상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기준에 의해서 구분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600명의 사람들은 양성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모두 이성연애자이며 동시에 동성연애자들입니다. 그렇기에 전통적 가족 체제는 전근대적인 것으로서 더 이상 용인되지 습니다. 기실 양성 인간에 관한 상상은 남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떠올린 상상인데, 소설 속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생태페미니즘 공동체의 마을에서는 “남성적인”, “백인의”, “이성애적인”, “지배적인” 등과 같은 형용사는 철저하게 부정적으로 사용됩니다. 우리는 여기서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자식 출산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억압, 착취, 경멸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마타포이세트 마을에서는 모두 양성 인간이므로 이러한 차별은커녕 성의 구별에 대한 의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남자도 아이에게 얼마든지 젖을 물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8. 시험관에서 태어나, 공동의 어머니로부터 보호받는 아이들: 놀라운 것은 자녀 출산이 처음부터 성행위와는 아무런 관계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여성의 자궁을 통해서 세상에 태어나는 게 아니라, 시험관에서 인위적으로 배양되어 태어납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제각기 세 명의 “공동 어머니 Comothers”에 의해서 보살핌을 받게 됩니다. 세 명의 여자는 말하자면 부모의 역할을 맡아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양성을 지닌 공동어머니들에 의해 수년간 교육 받게 됩니다. 이로써 여성들은 일견 마지막 권력의 역할을 포기한 것 같아 보입니다.

 

이렇듯 마타포이세트 생태 공동체는 고도의 과학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엄밀히 따지면 계층의 구분이 없는 여성 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미래 사회는 유전자 조작등과 같은 모든 과학 기술을 동원하여 여성 해방을 실천하고 있으며, 환경 친화적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 점은 마치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에 묘사되고 있는 여성 공동체 그리고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내용을 서로 합쳐놓은 것과 같은 시스템입니다. 나아가 사회는 적정 인구를 얼마든지 기술로써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회는 인구 폭발을 막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조처를 취합니다. 가령 한 사람이 사망하면, 그제야 비로소 아기 한명이 “생산”될 수 있도록 조처하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