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56) 문학은 우리를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는가?

필자 (匹子) 2025. 3. 31. 09:45

 

1.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느 위치에 머물고 있는가? 나의 의지는 어디로 향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많이 할수록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더욱 명징하게 이해할지 모른다.

 

2. "그것은 너에 관한 이야기다. De te fabula." 만약 특정 문학 작품이 당신의 삶에 관해서 기술하고 있다면, 우리는 생동감을 느끼면서 그 속에 빠져들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들이닥칠 수 있는, 행여나 내가 겪게 될 문제점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사람들은 머리가 아플 때 두통약을 복용한다. 그러나 문학 작품은 당의정 알약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때로는 나 자신의 처지, 나의 심적 상태를 파악하게 하게 하는 하나의 범례로 작용하곤 한다.

 

4. 재미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처한 사회 경제적 조건을 파악하게 하며, 내면의 병든, (혹은 건강한) 심리 상태를 성찰하게 한다. 여기서 행해지는 것은 간접적인 (상호) 작용이다. 문학 예술은 비유적으로 말해서 우리 몸의 건강을 도모하게 하는 음식이다. 

 

5. 문학 예술이 우리 몸과 마음 어느 부분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보약 내지는 마치 된장찌개와 같은 포괄적인 효력을 지닌다.

 

6.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위험한 자는 인지 기능 장애자이다. 그의 판단과 행동은 남들의 눈에는 기이하게 보이는데, 스스로 자신이 "정상인homo normalis"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들에게 엿보이는 증상은 한마디로 과대망상 그리고 피해망상이다.

 

7. 문학은 우리의 마음을 완전히 치유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최소한 우리 자신, 우리의 심적 상태, 우리가 처한 사회 경제적 조건 등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인지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8. 비난의 화살은 언제나 우리를 아프게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고 상처입지 않으려고 이에 격렬하게 반발한다.  이로써 우리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깨닫지 못한다. 문제점 (Problem)은 "비난 Blamage" "앞에서 pro" 자신을 노려보는 화살이기 때문이다.

 

9. 문학 작품에 서술된 이야기는 우리에 관한 제삼자의 이야기다. 만약 누군가 우리를 면전에서 비판하지 않고, 우리에 관한 어떤 제삼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우리의 내면에 자리하는 자기 보존으로서의 반발의 충동은 순식간에 약화된다. 

 

10. 모든 치료는 자각 내지는 스스로의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환자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면, 마음은 절반 치유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11. 따라서 문학 치료는 자신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어, 자각 내지는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종결된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것이 바로 의학 치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