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21. 물질은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의 실체이며, 마지막 목표를 지향한다. 세계의 실험 과정에 처해 있는 물질: 블로흐는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브루노, 스피노자 그리고 셸링의 사상을 차례로 언급하면서, 물질의 어떤 새로운 지평을 정의하려고 합니다. 물질은 블로흐에 의하면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개방적인 특징”을 고수합니다. (Bloch, MA: 20). 1937년 프라하 원고에서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개방적인 물질에 관해 논평한 바 있을 정도로 블로흐는 평생 이 개념을 추적하였습니다. 이 개념은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의 실체”로 이해되는데, 세상의 새로운 무엇을 보장해주고 증명해주는 무엇입니다. (Bloch, MA: 469).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필수불가결한 전제 조건이 첨부됩니다. 즉 “세력으로서의 물질”이라는 주관적 동인이 “가능성으로서의 물질”이라는 객관적 동인을 가능한 목표로 도달하기 위해 작동되는 전제 조건 말입니다. 그렇기에 블로흐는 『튀빙겐 철학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렇게 파악됨으로써 인간적 희망의 내용을 담은 백과사전 그리고 현상학은 단순히 인간적 갈망과는 독립적인 내용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다. 순수한 정신은 근본적으로 정신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놀라지 않는다. 즉 ‘새로운 무엇Novum’을 유일하게 보장해주는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이야말로 물질 속에 자리하는 유일한 실체라는 사실에 말이다.” (Bloch, TE: 233).
22. 최종적 물질은 잠재성 속에 은폐된 세계의 토대에서 출현한다. 블로흐는 이렇게 설명하면서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물질 이론“을 재론합니다. 앞으로 향하는 물질 이론은 마지막에 이르면 경험적 이론일 뿐 아니라, 사변적 이론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변적이란 말 그대로 ”엿보기, 멀리 관망하기 speculari“와 관련되는 배아 그리고 종결성 등의 의미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블로흐는 물질을 하나의 마지막 개념, 다시 말해서 하나의 목적 내지는 마지막 목표를 지향하는 개념으로 파악합니다.
물질은 –엔텔레케이아가 그러하듯이- 처음부터 자신의 존재를 실현하려는 의향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실체는 그 자체 산출하는 자연, 산출되는 자연으로서 구원의 실험실 속에 완전한 내용으로서 불 위에 놓여 있습니다. 최종적인 물질 – 그것은 잠재성 속에 은폐된 세계의 토대에서 출현합니다. (Bloch, TE: 234). 그런데 물질이 추구하는 최종적 목표는 그 자체 과정에서 쟁취되어야 하는 선(善)이라는 이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블로흐는 물질이 지향하는 바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엔텔레케이아“하고 규정하였습니다. (Bloch, MA: 471f). 물질은 블로흐의 유작, 『경향성 – 잠재성 – 유토피아』에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되고 있습니다. ”물질 자체는 폐쇄되어 있지 않다. 말하자면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물질은 개방적이며, 우리 인간과 함께 주어져 있는 어떠한 예견도 미리 설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의 실체이다. 세계는 물질이 우리 주위에서 스스로 수행하는 어떤 실험이다.“ (Bloch, TLU: 281).
참고 문헌
희망의 원리 D: 에른스트 블로흐, 희망의 원리, 5권, 열린책들 2004.
Bloch EM: 세계의 실험. 질문, 출현의 카테고리들, 실천 Experimentum Mundi. Frage, Kategorien des Herausbringens, Praxis, 1975.
Bloch GdU2: 유토피아의 정신 제2판, Geist der Utopie. Zweiste Fassung, Berlin 1923.
Bloch LdM: 물질의 로고스 Logos der Materie 2000.
Bloch MA: 물질 이론의 문제점. 그 역사와 실체 Das Materialismusproblem, seine Geschichte und Substanz, 1972.
Bloch PA: 철학 논문집 Philosophische Aufsätze, 1977.
Bloch PH: 희망의 원리 Das Prinzip Hoffnung 1954-1959.
Bloch SO: 주체 – 객체. 헤겔에 대한 주해 Subjekt – Objekt. Erläuterungen zu Hegel 1949.
Bloch TE: 튀빙겐 철학 사설 Tübinger Einleitung in die Philosophie 1963.
Bloch TLU: 경향성 – 잠재성 – 유토피아 Tenzenz – Latenz – Utopie 1975.
G. Bruno: Von der Ursache, dem Prinzip und dem Einen, Leipzig 1902.
BWB:: 블로흐 사전 Beat Dierchy u.a. (hrsg.) Bloch-Wörterbuch. Leitbegriffe der Philosophie Ernst Blochs, De Guyter: Berlin 2012.
Engels, Friedrich: Dialektik der Natur, in: MEW., Bd. 20, Berlin 1948.
Hegel: Werke Bd. 10,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m Grundrisse, Berlin 1832–1845.
HWP: 철학사 사전 (hrsg.) Joachim Ritter u. a., Historisches Wörterbuch der Philosophie, 17 Bde., Basel/ Stuttgart 2007.
Kant, Immanuel: Werke IV, Hartenstein, 한국어 판: 칸트, 임마누엘: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원리, 김재호 역, 한길사 2018.
Materialien: (hrsg.) Burghart Schmidt, Materialien zu Ernst Blochs “Prinzip Hoffnung”, Frankfurt a. M. 1978.
MEW: Marx/ Engels, Die heilige Familie, MEW 2, Berlin 1956
Rochhausen, Rudolf: Zum Blochschen Materiebegriff, in: R. O. Gropp (hrsg.) Ernst Bl;ochs Revision des Marxismus, Berlin 1957
Schelling A: F. W. J Schelling.: Darstellung meines Systems der Philosophie, 1/4, 1859.
Schelling B: F. W. J. Schelling: Clara oder über den Zusammenhang der Natur mit der Geisterwelt, Werke 1/9, 1861.
Schelling C: F. W. J. Schelling, Darstellung des Naturprozesses, Werke 1/ 10, 1861.
Traub, Rainer u,a, Gespräche mit Ernst Bloch, Franfurt a. M. 1975.
'27 Bloch 저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박: (2) 블로흐와 자연 주체 (0) | 2024.11.03 |
---|---|
서로박: (1) 블로흐와 자연 주체 (0) | 2024.11.02 |
박설호: (4) 블로흐의 물질 이론 (0) | 2024.09.13 |
박설호: (3) 블로흐의 물질 이론 (0) | 2024.09.11 |
박설호: (2) 블로흐의 물질 이론 (0) | 2024.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