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6. 신랑과 신부는 인형, 자동 기계로 등장하고 있다. 포포 왕국에서 사회자는 농민들과 함께 예상되는 결혼식 의례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왕국은 왕자가 사라지고, 결혼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어쩔 줄 모릅니다. 왕과 수행원들은 점점 불안해집니다. 그런데 왕국의 경계선에서 네 명의 여행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레온체와 레나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위장해 있습니다. 발레리오는 이들 신랑 신부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간 삶의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두 명의 자동인형"이라고 칭찬합니다.
말하자면 피터 왕은 자동인형을 신부와 신랑으로 간주하면서 결혼식을 거행한 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부부가 가면을 벗고 미리 결정된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레온체는 지루하고 순종적인 신하들에 둘러싸인 왕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레나 역시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기쁜 마음으로 수용합니다. 발레리오는 두 사람의 결혼식을 준비한 공로로 국무장관으로 임명됩니다. 발레리오는 세상이 혼란스럽더라도 개개인은 최소한 즐거운 삶을 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공언합니다.
7. 봉건 국가의 비참함에 대한 감추어진 비판: 작가는 수많은 언어유희를 동원하여 상류층의 문제점을 역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 레온체는 삶에 대한 어떠한 진취적 자세를 지니고 있지 않은 몽환적인 왕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하여,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의향 대신에, 비합리적인 도피만을 꿈꾸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뷔히너의 쓰라린 풍자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인민들은 밤낮으로 땀흘리며 일하지만,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상류층에 속하는 레온체 왕자는 모든 것을 지루하게 여기면서, 어떻게 하면 공허한 삶과 권태를 떨칠까 전전긍긍할 뿐입니다.
요염한 로제타의 휘황찬란한 춤 역시 왕자에게는 순간적 일탈에 불과할 뿐입니다. 로제타는 당통의 죽음에 등장하는 마리온과 유사한 인물입니다. 그미는 자신의 의지와 감정과는 정반대로 권력자의 노리개로 전락할 뿐입니다. 피터 왕은 무지한 권력자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위해서 사고하는 게 자신의 일감“이라고 공언합니다. 우리는 피터 왕에게서 거짓과 위선을 일삼는 파렴치한 인간의 전형을 읽을 수 있습니다. 피터 왕은 자신의 권력과 금력을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게 하고, 신하와 백성들에게 이른바 ”생각하는 군주“로 각인시키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뿐입니다.
8. 혁명과 사회적 변화의 필연성: 작품의 해석은 무척 다양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어쩌면 희극 작품이라는 특성이 작가의 의향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19세기 말 군돌프Gundolf와 같은 비평가들은 작품에 드러나는 풍자와 아이러니가 일견 낭만주의에 대한 패러디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물론 우리는 낭만주의 미학이라든가 이상주의 철학에 대한 극작가의 비판을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작품은 이보다도 더 심층적 측면에서 작가의 시대 비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인민을 약탈하고 끊임없이 이웃 나라와 전쟁을 치르는 공국의 분위기를 알려줍니다. 게오르크 뮈히너는 작품을 통해서 수많은 공국으로 분할된 독일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지배자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 그리고 그들의 우울한 권태를 역으로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극작품이 휘황찬란한 결혼식의 축제가 급작스럽게 끝나고, 아무런 변화 없는 봉건 사회의 일상이 이어지는 데에서 우리는 작가의 쓰라린 울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레옹세는 어떻게 해서든 축복의 나날이 이어지도록 조처하겠다고 새로운 아내에게 약속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공국의 모든 시계를 파괴하고, 모든 달력을 찢어버리는 일이었습니다. 발레리오는 장관으로 취임한 다음에 백성들에게 ”이마에 땀이 흐르지 않는 자는 더 이상 빵을 먹을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혹자는 더욱 풍요롭고 인간적인 사회를 갈구하는데, 이러한 새로운 삶은 더 많은 위험을 안겨주리라고 경고합니다. 발레리오의 이러한 체제 옹호적인 발언을 역으로 해석해야 희극 작품의 숨은 뜻을 감지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숨은 뜻이라는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혁명을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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