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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1) 뷔히너의 '레온체와 레나'

필자 (匹子) 2024. 7. 10. 10:32

1. 위대하고 가난한 작가, 뷔히너는 원고료를 원했다. 오늘은 불세출의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 1818 - 1837)의 희극 「레온체와 레나」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뷔히너의 유일한 희극 작품인데, 이듬해에 유작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작품은 이미 50여 년이 흐른 뒤 뮌헨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작품이 집필된 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튀빙겐에 있는 코타 출판사는 1936년에 300 굴덴의 상금을 제시하면서 극 작품 상을 공모하였습니다. 이때 뷔히너는 작품을 탈고하여, 출판사에 보냈으나, 기간을 지키지 못해서 원고를 되돌려 받게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코타 출판사는 1659년에 창간되어 1889년까지 이어온 전통적 출판사로서 학문과 문학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바 있습니다. 1977년에 에른스트 클레트 출판사로 합병되었으므로, 365년의 전통을 이어오는 출판사입니다. 뷔히너가 작품을 다시 수정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오리지널 원고는 분실되었지만, 작품의 일부는 카를 구츠코Karl Gutzkow는 1838년에 잡지 『독일 전보』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런데 뷔히너의 약혼녀, 빌헬미네 예글레는 「레온체와 레나」를 필사하여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2. 뷔히너의 작품, 원본은 분실되고 말았다. 1850년에 뷔히너의 유고집이 간행되었는데, 여기서 편집자는 가급적 뷔히너의 원래 원고에 충실하게 편집하게 됩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세 편의 초고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발견된 초고에는 특히 첫 번째 장이 아주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뷔히너의 작품은 두 명의 편집자에 의해 제각기 독자적으로 수정된 텍스트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기에 뷔히너의 작품은 세부 사항에 있어서 오리지널 원고와는 조금 다르게 전해 내려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 부분이 원래 작품과 다른지, 구분의 척도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작품 속에는 많은 문학 작품의 내용이 마치 만화경처럼 부분적으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카를 구츠코도 간파한 바 있는데, 뷔히너의 희극 작품은 클레멘스 브렌타노의 『퐁세 드 레온』을 연상시키며,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에 실린 문장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샤미소, 알피에리, 뮈세, 고티에, 티크 등의 문학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3. 작품의 줄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연극 작품에 대한 패러디를 연상하게 합니다. 레옹세는 “포포” 왕국의 왕자이며, 레나는 피피 왕국의 공주입니다. “포포” 그리고 “피피”는 똥오줌을 가리키는 영아들의 단어지요. 이들은 부모에 의해 결혼하기로 되었지만, 한 번도 직접 대면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 도주하기로 결심합니다. 젊은이라면 누구든 정략결혼에 동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2막에서 그들은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 상대방에게 매혹됩니다.

 

제3막에서 레옹세와 레나는 포포 왕국의 궁정에서 재회하는데, 그제야 비로소 상대방의 신분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결혼식은 부모가 처음에 원하는 대로 성대하게 거행됩니다. 게오르크 뷔히너는 두 남녀의 연정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싹트고 발전되는가 하는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뷔히너의 작품은 통상적 희극 에서 전개되는 드라마 구조의 법칙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는 김장감을 느끼게 하는 혼란스러움도 없고, 모든 것은 아이러니의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관객 역시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두 사람의 정체성을 파악하게 됩니다. 극작가는 관객이 처음부터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도록 조처하지 않았습니다.

 

4. 우울하고 몽환적인 왕자: 레온체 왕자는 우울하고 몽환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포포 왕국은 자그마한 영토를 지니고 있으며, 이곳의 사람들은 지적으로 편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여기서 관객은 당시에 수많은 공국으로 나누어진 독일의 정치적 문화적 분위기를 유추하게 됩니다. 그는 아름다운 댄서, 로제타와 짜릿한 쾌락을 즐기지만, 모든 게 지루하고 무모하게 느껴집니다. 로제타가 그를 떠나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사랑의 슬픔을 감지할 뿐입니다. 여전히 젊었지만, 인생의 정점은 왕자에게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뷔히너는 레온체가 처한 현실을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내 머리는 빈 댄스홀이고, 바닥에는 시든 장미 몇 송이와 구겨진 리본이 있다. 구석에는 부러진 바이올린이 있고, 마지막 무용수들은 어디론가 떠났다."

 

어느 날 아버지 피터 왕은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일갈합니다. 즉 레온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피피 왕국의 레나 공주와 결혼하기로 정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결혼할 마음이 없습니다. 몰래 이탈리아로 도피한 레온체는 남은 생애 동안 “달콤한 게으름dolce Far niente”에 침참하기로 작심합니다. 그는 하인 발레리오와 동행합니다. 그는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산초 판사와 흡사한 인물입니다. 발레리오는 매우 느릿느릿한 편인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주인의 태도에 대해 불평만을 터뜨립니다. 레온체는 발레리오에게는 쾡한 눈으로 어떤 이상적 삶을 꿈꾸는 가난한 기사와 다름이 없습니다.

 

5. 선남선녀, 신분을 모르고 사랑에 빠지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에서 레온체와 발레리오는 "우연히" 두 명의 여성을 만납니다. 그들은 레나 공주와 그미의 가정교사였습니다. 레나는 포포 왕국의 낯선 왕자와 결혼하는 게 두려워 어디론가 도주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미는 마치 발레리오처럼 익살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가정교사를 대동하고 있었습니다. 포포 왕국의 왕자와 피피 왕국의 공주는 각자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춥니다. 레온체는 자연스럽게 레나를 끌어안습니다. 처음 만나는 젊은 여성 레나에게 매료된 것이었습니다. 그미의 푸른 눈동자는 무척 깊고도 아름다웠는데, 어딘지 모를 우수를 간직한 것 같았습니다.

 

낭만적인 감정에 압도된 레온체는 사랑의 비극을 떠올리면서, 즉시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주인공이 냉소적인 우울증 환자라는 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발레리오는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거리라고 말합니다. 자살은 가령 군대의 장교들이 자신의 어리석은 기개를 여성 앞에 드러내려는, 지극히 어리석은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자살보다는 차라리 편안한 마음으로 백년해로하는 게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울한 두 연인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때 발레리오는 두 사람의 결혼식에 기꺼이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