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사랑의 요가'

필자 (匹子) 2024. 5. 1. 09:13

사랑의 요가

- 생태공동체 ZEGG에서 *

 

박설호

 

 

살며시 눈 감아보세요

어둠 속에서 옷 벗고 누우세요

주위는 깜깜해요 여기에 당신은 존재하지 않아요

팔 다리에 힘을 빼세요

 

반 눈을 떠 보세요

어둠 속에서 모든 생각 내려놓으세요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아요 우리는 한 몸이지요

호흡과 맥박 느껴보세요

 

졸음에서 벗어나세요

카루네쉬 음악을 들려드릴게요 **

바깥의 걱정과 부담스러움 온새미로 잊으세요

일어나 사지를 펴세요

 

다시 눈 감아보세요

살갗에 알로에 기름 발라볼게요

미끌미끌 내 몸을 타인의 것처럼 만져보세요

바닐라 향을 즐겨보세요

 

........................

 

* ZEGG은 베를린 근교에 있는 생태공동체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재화가 공동으로 분배된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없고, 성인 남녀들은 자물쇠 없는 방에서 각자 거주한다.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에는 불감증 치료를 위한 사랑의 요가가 있다.

** 카루네쉬Karunesh: 독일의 음악가. 본명은 브루노 로이터이다. 인도 등지를 방문하여 명상의 음악을 작곡 발표하였다.

 

실린 곳: 박설호: 반도여 안녕, 울력 2024, 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