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세계 문화

하인츠 틴을 기리면서

필자 (匹子) 2024. 2. 2. 16:13

하인츠 틴 (1941- 2007)은 나의 친구였습니다. 그는 화가, 삽화가 그리고 동물 연구가였습니다. 80년대초에 나는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뮌헨 근교의 운터파펜호펜-게르메링이라는 지역의 기숙사에서 살면서, 어학코스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는데, 아내와 이혼한 다음에 뮌헨 근교에 혼자 살면서, "중국의 비밀스러운 동물세계"라는 책을 집필중이었습니다. 틴은 기숙사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처음에는 나를 중국 청년으로 착각하였습니다. 우리는 시간만 되면, 뮌헨의 동물원으로 가서 "판다"를 관람하곤 하였지요.

 

 

 

하인츠 틴은 독일인이면서도 동양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고, 동양에서 온 젊은이인 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우정은 불과 1년이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83년에 중국 지역과 동물에 관한 책을 쓰려고 중국으로 떠났지요. 80년 중엽에 나는 그의 소식을 편지로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틴은 중국 중칭에 정착하여, 아름다운 중국 아가씨와 결혼했는데, 듣자하니 깨가 쏟아지는 신혼의 나날 (Flitterwoche)을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나는 틴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89년에 나는 학위를 마치고 귀국했고, 그는 중국 아내와 함께 독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간접적으로 접했을 뿐입니다.

 

 

나는 하인츠를 통해서 중국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에드가 스노우의 마오쩌둥의 책을 독일어로 읽기도 하였습니다. 그 책 제목이 der rote Stern in China 였던가요? 철의 장막 소련은 사라졌으나, 죽의 장막 중국은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아니, 중국의 암컷 곰은 미국의 자본주의의 수컷 곰과 조우하여, 엄청난 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죽의 장막 속에는 인권은 없고, 사막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봄이면 우리는 황사 때문에 더욱 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하인츠 틴은 2007년에 저 세상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나님, 혹은 조물주는 아름다운 사람을 언제나 빨리 데리고 가십니다. 미인박명은 살아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부디 저세상 (혹은 극락)에서 축복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하인츠 틴이 그린 캐리커쳐 한 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인츠 틴이 그린 캐리커쳐.  이 그림은 분단 시절의 동서 베를린의 참담한 모습을 희화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