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세계 문화

서로박: 연금술과 상상력

필자 (匹子) 2024. 3. 10. 11:02

친애하는 S, 인간은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동물입니다. 뜻대로 안 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꺾고,  "꿩 (Phasianus) 대신 닭 (Huhn)"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엄청난 체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갈망은 전적으로 성취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1) 인간은 끝없이 무언가를 추동하는 속성을 지닙니다. 욕망이 과도하면 그 욕망은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끝없이 무언가를 바랍니다. 이러한 바람은 살아있는 한 지속됩니다. (2) 세계의 오로지 나의 의도에 의해서 변화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세상의 규칙에 순응하여 살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나의 의지를 끝없이 관철시키려고 노력해야 할까요? 

 

 

"인간의 갈망은 결코 원래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 지금까지 갈구하던 갈망이 어느 날 성취되는 순간 인간의 마음에는 어떤 아쉬움이 자리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갈망의 실현이 자신의 성에 차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것 얻으려고 지금까지 그렇게 힘들게 살았다니... 하는 마음이 솟아오릅니다. 실현의 순간 어떤 실망감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이러한 감정을 "실현의 아포리아Aporie der Verwirklichung" 혹은 "성취의 우울Melacholie des Erfüllens"로 설명했습니다. 마치 무지개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지개는 멀어지듯이, 우리는 스스로 바라는 바를 뒤쫓아다닙니다.

 

 

 

 

산도르 페퇴피 (1823 - 1849)는 헝가리의 시인이었습니다. 불과 26년의 삶을 살아갔지만 (그는 유럽 전역을 죽음으로 몰아간 혁명 대열에 참전하여 장렬히 전사하였습니다.) 그가 남긴 시는 아름답고, 청춘의 찬란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그는 희망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습니다.

 

희망이란

 

희망이란 무엇인가, 그건 매춘하는 창녀다

만인을 유혹하여, 자신의 몸을 바치니까

당신이 가장 고결한 보물로 여기는

청춘을 바치면, 희망은 당신을 떠난다.

 

Mi a remény? Egy szexi kurva
Mindenkit elcsábít, mindenkinek odaadja magát
Felajánlottad neki a leggazdagabb kincset?
Fiatalságod – Aztán elhagy téged.

 

 

 

 

카르멘은 모든 남자의 사랑을 받는 집시 여성입니다. 카르멘의 춤은 젊은 남성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집시 여성은 책임감도 사랑도 약속하지 않습니다. 그저 순간의 행복이 그미의 생활관입니다. 그미의 날렵한 춤, 아름다운 미소는 어느 군인, 돈호세의 마음을 단번에 앗아갑니다. 어리석은 군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그미를 사랑하려고 했을 때, 카르멘은 매정하게 그를 저버립니다. 사랑의 아픔을 감내하지 못한 돈 호세는 결국 그미를 칼로 찔러 죽이고 맙니다. 그래, 인간의 희망은 창녀와 같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바쳐 희망을 실현하려고 하지만, 희망은 불현듯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우리의 곁을 떠나갑니다. 

 

 

 

 

연금술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유럽 전역에서 행해졌습니다. 가인하우젠에 있는 식당 Zum Loewen. 이곳에서 요한네스 파우스투스 박사는 1506년에 연금술을 행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은 1634년, 30년 전쟁 당시에 파괴되었는데, 1639년에 재건축되었습니다,

 

 

 

 

위의 동상은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투스 (1480 - 1541)를 가리킵니다. 그는 기적의 의사, 마술사, 연금술사, 천문학자 그리고 예언자로 알려졌습니다. 그가 행하는 모든 방법은 자연과학의 증명과는 무관할 정도로 마법적이고 기상천외한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충직하게 믿었습니다. 나중에 괴테Goethe는 그의 전설을 바탕으로 독일 문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 파우스트를 집필하였으며, 토마스만Thomas Mann 역시 파우스투스 박사라는 장편 소설을 남겼습니다.

 

 

 

 

 

위의 표는 연금술의 상징적 표시입니다.  연금술은 현세를 기독교의 순결함으로 변화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십자가 모형으로 이루어진 것은 그 자체 의미심장합니다, 그것은 기독교 신앙과 관계됩니다. 수직으로는 물과 불이 자라히고, 수평으로는 공기와 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 원소는 제각기 "뜨겁고 heiss, 건조하며 trocken, 축축하고 feucht, 차가운 kalt" 외부적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4원소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것은 에테르입니다. 에테르는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천상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4원소의 정수 Quintessenz를 가리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물질은 열을 가하고나, 냉각시키고, 녹이는 일과 응고시키는 일을 통해서 스스로 변화될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연금술사들은 모든 원소 그리고 모든 물질을 바탕으로 금이라는 정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였습니다.

 

 

 

 

파라켈수스 (1493 - 1541)의 초상화입니다. 파라켈수스의 본명은 필리푸스 테오프라스투스 아우레올루스 봄바스투스 폰 호엔하임 Philippus Theophrastus Aureolus Bombastus von Hohenheim 입니다. 그는 고대의 명의 켈수스를 능가하고 싶은 이유에서 자신의 이름을 파라켈수스 (para + celsus)라고 명명했습니다. 아울루스 코르넬리우스 켈수스 (BC. 25 - AD 50)는 로마 시대의 학자였습니다. 그는 대단한 의학 서적을 후세에 남긴 사람입니다. 과연 켈수스가 생전에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했는지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어쨌든 파라켈수스는 켈수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스위스 출신의 의사, 점성술사, 연금술사, 신비주의자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우주를 두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우주가 "불카누스Vulcanus"라면 소우주에 해당하는 신체는 아르케우스 Archaeus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인간의 신체는 우주의 정신과 기를 그대로 답습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영화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현자의 돌 Stein der Weisen"을 가리킵니다. 현자의 돌 Lapis philosophorum 속에는 어떤 실체가 도사리고 있는데, 이것은 불순한 물질을 금, 혹은 은으로 변화시켜준다고 합니다. 그 후로 수많은 사기꾼들이 나타나서 자석을 지니고 있는 돌을 현자의 돌이라고 말했습니다. 1930년에 사기꾼, 프란츠 타우젠트는 연금술을 실험하면서 현자의 돌로써 가짜 금을 만들어서 세인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위의 부호는 연금술에 사용되는 금속을 의미합니다. 1. 아연, 2. 납, 3. 금, 4. 황, 5. 수은, 6. 은, 7. 철을 가리킵니다. 연금술의 세 가지 기본 소는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1. 황 Sulphur: 사물을 태우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2. 수은 Merkur: 흡착력이 강해서 사물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2. 소금 Sal: 사물을 응고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1. 수공 기술, 2. 증류, 3. 철학, 4. 자연 철학, 5. 종교 심리, 6. 자기 체험 (영성), 7. 의화학 (화학 + 의학), 8. 실험실, 9. 신학

 

 

중세의 연금술은 금을 창조해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속세의 더러운 현실을 기독교적으로 찬란한 황금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금이 고유한 금속 Au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은 이를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온갖 물품을 사용하여 금을 만들어내려고 했습니다. 과거 사람들이 금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무식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탁월한 명의이자 정신분석학자, 알프레트 아들러Alfred Adler는 당뇨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를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사람들은 인슐린을 알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시금 맨 처음에 언급한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꿩 대신 닭이다."라는 말 속에는 유토피아의 실혐과 관련되는 어떤 체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인간의 갈망의 특징을드러내는 말일 수 있습니다. 1. 연금술사들은 금을 얻어내지 못했지만, 인 (燐)을 발견하게 하였고, 도자기 기술을 활성화시키도록 자극했습니다. 2. 콜럼버스는 인도로 향하는 항해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신대륙을 발견하는 데 공을 세웠습니다. 3. 마르크스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자유의 나라, 다시 말해 계급 없는 사회를 아직 (?) 실현시키지는 못했으나,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게 하였습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노동조합을 바탕으로 하는 노동 운동 Trade Union 내자 사회 보장제도의 확립을 가리킵니다.

 

모든 것은 꿩 대신 닭으로 인류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갈망을 처음부터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인간의 상상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UFO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보다는 믿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맹신은 곤란하겠지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