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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킨트의 '봄의 눈뜸'

필자 (匹子) 2023. 7. 17. 11:31

프랑크 베데킨트 (1864 - 1918)의 3막으로 이루어진 극작품, 󰡔봄의 눈뜸 (Des Frühlings erwachen)󰡕은 1890/ 91년에 집필되었으며, 1906년 11월 베를린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극작가 자신의 사춘기 시절의 고뇌를 그대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자전적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연 후 극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장면은 어떤 실제로 발생했던 것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1890년 전후의 시기에 베데킨트는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으며, 학교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세 아이들의 불행하게 얽힌 운명을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14세 소녀, 벤들라 베르크만, 두 명의 사내아이 모리츠 슈티펠 그리고 멜히오르 가보어가 바로 그들입니다.

 

벤들라는 어머니의 잘못된 수치심 때문에 성(性) 교육이라고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미는 육체적으로는 거의 성숙되었지만, 사랑과 결혼, 섹스와 출산 등에 관해서는 완전히 무지합니다. 모리츠는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엄하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자주 매를 맞은 탓인지 모리츠는 언제나 겁에 질려 있고, 자신을 학대합니다. 그러니까 모리츠의 일거수일투족은 부모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서 주인공 멜히오르는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성격상 거의 하자가 없습니다. 왜냐면 그의 어머니가 멜히오르를 이성적으로 그리고 관대한 마음으로 키웠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사고하는 멜히오르는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 합니다. 모리츠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강박 신경증을 앓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언제나 괴로운 생각에 집착해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성에 관한 강제적 환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멜히오르는 성교육용 책자를 몰래 모리츠의 가방 속에 넣습니다. 모리츠는 몰래 그 책자를 읽으며 밤을 새웁니다. 이 사이에 멜히오르와 벤들라는 자주 만납니다. 벤들라는 주인공을 당황하게 만들고, 흥분시킵니다. 왜냐하면 멜히오르는 그미로부터 때려달라고 부탁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소년과 소녀는 상대방을 유혹합니다. 말하자면 어른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상대방의 옷을 벗기고, 어설프게 성을 교환합니다. 다른 한편 모리츠는 독서 후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더욱 산만해집니다. 모리츠는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토로합니다. “멜히오르, 난 더 이상 집중하여 공부할 수 없어. 어쩌면 좋겠니?” 그는 결코 낙제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합니다. 부모님이 이를 조금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리츠는 극도의 절망 상태에 빠집니다. 심지어는 미국으로 도주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모리츠를 괴롭히던 고통은 끝내 그를 자살하게 만듭니다.

 

교사들은 편협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들은 학생 한 명의 죽음에 책임질 수 없다며, 모리츠가 왜 자살했는지를 계속 추적합니다. 성교육용 책자가 모리츠의 방에서 발견됩니다. 그들은 멜히오르에게 죄를 덮어씌웁니다. 멜히오르가 이른바 더러운 책자를 빌려주었기 때문에 모리츠가 자살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멜히오르는 퇴학당하고 맙니다. 결국 멜히오르는 보호 감호원에서 자신의 죄 (?)를 반성하며,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벤들라는 멜히오르와 단 한 번의 성 관계를 통해 임신합니다. 그미의 어머니는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미는 몰래 의사를 불러와, 딸로 하여금 소파 수술을 받도록 조처합니다. 의사는 돌팔이였습니다. 벤들라는 안타깝게도 수술 중에 사망합니다. 19세기 말에는 의료 술이 낙후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호 감호원을 탈주한 멜히오르는 그날 밤 벤들라의 무덤을 찾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그는 죽은 친구, 모리츠를 만납니다. 모리츠는 마지막 장면에서 유령으로 등장합니다. 벤들라의 죽음에 낙심한 멜히오르는 자신도 목숨을 끊고 싶어 합니다. 모리츠 역시 삶이란 가련한 것이라고 말하며 주인공을 거듭니다. 멜히오르가 손을 뻗어 모리츠의 손을 만지려 했을 때, 미라와 같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미라는 파괴될 수 있는 삶을 지칭하는 가상적 인물로서, 베데킨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미라 남자는 죽음으로 유혹하는 모리츠의 손을 뿌리치고, 주인공 멜히오르를 어디론가 데리고 갑니다.

 

베데킨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격정과 그로테스크는 표현주의 극작품의 공통된 특성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베데킨트의 원고는 검열에 걸려 부분적으로 삭제되었는데, 1912년에 이르러 원문 그대로 공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