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476) 자기 확신에 찬 원숭이들, 혹은 대선 후보자 지지도 유감

필자 (匹子) 2021. 5. 22. 11:10

- "누군가를 지지하려면, 일단 그의 정책 (혹은 정책의 방향)을 경청한 다음에 지지하라."

이는 히틀러를 수상으로 선출한 어리석은 독일인들의 뒤늦은 항변이었다. (필자)

 

독일의 시인 폴커 브라운은 동독의 유권자들을 "자기 확신에 찬 원숭이들"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잘 알고, 확고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고 스스로 믿지만, 외부에서, 혹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원숭이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이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지식인이라고 자부하지만, 엄격하게 따지면, 모르는 게 많고,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대인 관계 및 학문 행위에 있어서 하루 세 번 스스로를 반성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일삼성 (一日三省)을 게을리하면, 나는 아마도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깍두기 내지 누구로부터도 다른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 꽉 막힌 호두의 탈을  벗어 던지지 못할 것이다. 

 

신문사 그리고 언론은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에서 대선 후보자 지지도를 공개했다. 윤석열은 23%의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재명 26%의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재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윤석열은 특정한 정책 내지 구체적인 공약을 아직 공개한 바가 없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무엇을 근거로 특정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말인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대한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언젠가 김종인은 대통령 후보감을 남녀노소에게 사랑을 받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요리 연구가 백종원 그리고 야구 선수, 박찬호를 하늘의 별로 부추겼다고 한다. 그러나 두 분이 고사하는 바람에 그들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일은 유야무야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그는 금태섭과 짜고 윤석열을 하늘의 별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유권자는 언론에 기만당하면서, 남녀노소로부터 사랑 받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다가 낭패를 보았다. 이번에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무런 정책 논의도 없이, 유명세를 지닌 특정인을 뒤에서 부추기는 자는 권력을 탐하는 간신 모리배 그리고 언론이다. 고대의 노예 시장터를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노예들의 얼굴과 몸만 쳐다보고, 그들을 구매하였다. 유권자들은 이와 유사하게 후보자들의 외모만 바라보고, 호불호를 선택하며, 언론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통계를 발표한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다시 벌어지면, 선거판은 다시 한 번 돗대기 시장터의 난장판으로  돌변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선 후보자 지지도는 그 자체 교묘한 선동이며, 저열한 프로파간다이다. 흔히 민심은 천심 (天心)이라고 한다. 그런데 민심을 천심 (蚕心)으로 변화시키는 자는 권력 모리배와 언론 매체가 아닐까? 제발 늙어빠진 간신 모리배는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뒷전으로 물러나기 바란다. 언론 매체는 너무 이르게 지지도를 발표하지 말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민심이 마치 지렁이 ()처럼 외부 세력에 기만당하고, 이용당하며, 나중에는 핍박당해야 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 언론사는  대선 후보자 지지도를 공개하고 있다. 그들의 비열하고 음험하며 불순한 의도를 안타깝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