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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3)

필자 (匹子) 2021. 3. 14. 11:16

12. 광기 속의 갈망의 상: 가령 모스브루거라는 기이한 사내는 홍등가에서 일하던 창녀를 깊이 사랑하다가 그미를 살해합니다. 그후에 그는 광기에 사로잡힌 채 수감 생활을 영위합니다. 주인공 울리히는 재판에 참관하여 모스브루거가 행한 모든 사항을 경청합니다. 이때 그는 사람들의 고유한 인간성 그리고 이를 둘러싼 현실적 관련성이 상호 왜곡되어 일그러져 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모스그루버의 광적인 망상은 니체의 디오니시오스의 사고와 연결될 수 있는데, 울리히는 찬란한 자유 그리고 지고의 천국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와 조우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울리히는 현재의 현실이라는 비밀스러운 메커니즘을 통찰함으로써, 더욱더 주어진 현실과는 다른 어떤 자유 내지 천상에 관한 근원적인 삶을 동경하게 됩니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주인공은 공간의 한계가 사라지는 경우를 체험합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상상으로 떠올린 황홀의 순간이었습니다. 이것은 언젠가 루드비히 클라게스Ludwig Klages가 “우주의 에로스에 관한 구상”으로 떠올린 것과 같은 무엇이었습니다. 클라게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동시대 사람으로서 부드러움, 『영혼의 대척자로서의 정신Der Geist als Widersacher der Seele』(1929/ 1932)에서 내밀함 그리고 모성 등의 요소를 지닌 에로스의 의미를 강조하였습니다.

 

13. 천년왕국으로 향하는 여행: 제 2권에서 울리히는 자신의 여동생, 아가테와의 공동의 삶을 통해서 주어진 현실과는 전혀 다른 어떤 다른 상태를 찾으려고 합니다. 남매는 오랫동안 제각기 살다가, 아버지의 장례식이 거행될 때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울리히는 아가테에게서 오랫동안 스스로 묶어두었던 어떤 대립하는 이중적 열정을 발견합니다. 여동생은 말하자면 자신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던 것입니다. 울리히는 그미와의 공동의 삶을 통해서 자신의 현존재에 관한 본질적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공동의 삶은 -제 3권의 제목으로 드러나듯이- “천년 왕국으로의 향하는 여행”을 기약하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찬란한 과거에 관한 인간의 기억 그리고 어떤 가능한 미래에 관한 기대감입니다. 이러한 감정들은 비록 순간적으로 사멸될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 축복의 순간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주인공 울리히는 “주어진 현실과는 전혀 다른 상태”는 더 이상 발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자아와 세계 사이의 화해, 천국으로의 입성 그리고 명상적인 삶은 영구히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다른 현실을 순간적으로 떠올리고 이를 내면화하는 행위 자체의 가치는 결코 부인될 수 없습니다. 가능성의 의미에서의 직관, 이것은 그 자체 귀납법적 지조의 철학으로 명명될 수 있는데, 울리히의 정신적 모험의 긍정적 결말과 같습니다.

 

14. 주인공 울리히의 의향: 무질의 주인공, 울리히는 무엇보다도 한 가지 모티프에 의해서 수미일관 행동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지금까지의 잘못 인지된 삶과는 정반대되는, 어떤 올바른 삶을 추구하려는 노력입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그야말로 올바른 삶일까? 이러한 질문은 소설 전권에 걸쳐 이어져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 울리히는 살인자, 모스브루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아가테와의 사랑을 통해서 스스로 구원을 받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 자체는 스스로 찾으려고 애를 쓰는 올바른 삶에 대한 하나의 갈망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 사실 작가 로베르트 무질은 평생 동안 바람직한 삶의 가능성을 찾으려고 애를 썼는데, 이러한 노력은 젊은 시절에 유명한 사람이 되려고 했던 갈망을 포기하는 데에서 엿보이고 있습니다. (Streika 2003: 50). 올바르고 가치 있게 살아가는 삶의 길은 유명한 위인이 되는 노력과는 전혀 다르다ㅑ는 것을 작가는 깨달았던 것입니다.

 

15. 실제 현실과 가능성의 현실 사이의 이중주: 작품에 반영된 문학 유토피아의 특성을 찾으려면, 우리는 소설의 제 61장 「세 편의 논문의 이상 혹은 정확한 삶의 유토피아」 그리고 제 62장 「땅, 말하자면 울리히는 에세이 방식의 유토피아를 섬기다」를 예의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작가는 주인공 울리히를 통해서 유토피아의 조건 그리고 특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이상적 상태가 아니라, 어떤 가치 있는 삶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탐색하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실제 현실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주어진 정황 속에서는 더 이상 발전될 수 없는 무엇입니다. (Mülder-Bach 2013: 213).

 

주인공이 정밀성의 이상을 견지하면, 그럴수록 그는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직관을 거부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사고는 구조적 차원에서 순수한 학문으로서의 수학과 일치되는데, 이로 인하여 울리히는 추상적 특성에 이끌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추상적인 것은 명징하게 투시할 수 없는 지적인 무엇일 뿐 아니라, 공상적이고 상상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Menges 1982: 72). 작가 로베르트 무질은 주어진 현실 속에서 자신이 의도하는 갈망의 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서 그가 창안한 것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현실적 영역입니다. 그 하나는 실제 현실의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상상력으로 가능한 가상적 현실의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