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서로박: 브레히트의 '어느 책읽는 노동자의 질문'

필자 (匹子) 2019. 3. 12. 07:26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베르톨트 브레히트

 

성문이 일곱 개인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에는 왕들의 이름만 적혀 있다.

왕들이 바윗덩어리들을 끌고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된 바빌론

누가 그토록 여러 번 그 도시를 일으켜 세웠던가? 건축노동자들은

황금빛 찬란한 도시 리마의 어떤 집에서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완성된 날 밤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에는

개선문들이 많기도 하다. 누가 그것을 세웠던가?

시저 같은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개선했던가? 흔히도 노래되는 비잔틴에는

비잔틴 주민들을 위한 궁정들만 있었던가? 전설적인 아틀란티스에서도

바다가 그 땅을 삼켜버린 날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자들이 그들의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벌했다.

그 혼자서 해냈던가?

시이저는 갈리아를 쳐 부셨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쯤은 대동하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 왕은 자신의 함대가 침몰 당하자

울었다. 그 말고는 아무도 울지 않았던가?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말고

누가 승리했던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승리가 하나씩 나온다.

승리의 향연을 위해 누가 요리했던가?

십 년마다 한 명씩 위인이 나온다.

그 비용은 누가 치렀던가?

 

그토록 많은 보고들

그토록 많은 의문들. (박영구 역)

 

Fragen eines lesenden Arbeiters von Bertolt Brecht:

Wer baute das siebentorige Theben?/ In den Büchern stehen die Namen von Königen./ Haben die Könige die Felsbrocken herbeigeschleppt?/ Und das mehrmals zerstörte Babylon -/ Wer baute es so viele Male auf? In welchen Häusern/ Des goldstrahlenden Lima wohnten die Bauleute?/ Wohin gingen an dem Abend, wo die Chinesische Mauer fertig war/ Die Maurer? Das große Rom/ Ist voll von Triumphbögen. Wer errichtete sie? Über wen/ Triumphierten die Cäsaren? Hatte das vielbesungene Byzanz/ Nur Paläste für seine Bewohner? Selbst in dem sagenhaften Atlantis/ Brüllten in der Nacht, wo das Meer es verschlang/ Die Ersaufenden nach ihren Sklaven.

Der junge Alexander eroberte Indien./ Er allein?/ Cäsar schlug die Gallier./ Hatte er nicht wenigstens einen Koch bei sich?/ Phillip von Spanien weinte, als seine Flotte/ Untergegangen war. Weinte sonst niemand?/ Friedrich der Zweite siegte im Siebenjährigen Krieg. Wer/ Siegte außer ihm?

Jede Seite ein Sieg./ Wer kochte den Siegesschmaus?/ Alle zehn Jahre ein großer Mann./ Wer bezahlte die Spesen?

So viele Berichte./ So viele Fragen.

 

(질문)

1. 시는 모두 4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고찰할 때 시가 역삼각형 구도를 지닌 까닭은 무엇입니까?

2. 시의 제목에서 노동자들은 어떠한 이유에서 책을 읽고 있을까요? 이들은 서구의 배부른 노동자들과 어떻게 다릅니까?

3. 제 1연에 등장하는 지역을 모두 거명하세요. 그곳의 왕궁을 건설한 자들은 누구입니까?

4. 제 2연에는 왕의 치적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네 개의 질문에 대해 답해 보세요.

5. 이 작품은 “문학 작품으로 이루어진 공산당 선언”이라고 명명되곤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해설)

제목 “노동자의 질문들”은 그 자체 모호합니다. 질문은 “노동자에 의한 질문”일까요? 아니면 “노동자를 위한 질문”일까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노동자는 스스로 책을 읽으려 한다는 게 바로 그 사항입니다. 다시 말해 그는 마치 “배부른 개”처럼 의식 없이 살아가는 서구 복지국가의 노동자가 아니라, 마치 전태일처럼 주어진 현실적 모순을 알기 위해서 근로기준법을 뒤지는 고뇌하는 노동자를 가리킵니다.

 

브레히트는 근본적 문제를 알려고 고심하는 노동자들에게 생각의 단초를 직접 전하는 대신에 질문들만 던집니다. 이로써 책 읽는 노동자는 무언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제 1연에서 거론되는 것은 역사서에 등장하는 지명입니다. 테베, 바빌로니아, 리마의 궁궐, 중국의 만리장성, 로마의 승리 아치 그리고 비잔틴의 왕궁 등을 건립한 자가 누구인가요? 이에 대한 대답은 하나입니다. 그들은 왕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입니다. (박영구 93: 83f). 그럼에도 역사 서적에는 건립자로서 “왕들의 이름”만 씌어져 있습니다. 이로써 당신은 역사서가 거짓을 기록한 문헌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됩니다. 제 2연부터 4연에 이르는 동안 시어의 수는 점점 적어집니다. 그 까닭은 “책 읽는 노동자”에 속하는 독자가 서서히 내막을 깨닫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 4연은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제 2연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네 개의 질문들이 연이어 제기됩니다. “인도를 정벌”한 자는 왕이 아니라, 병졸들이었습니다. 카이사르의 군대를 위한 “요리사”는 한둘이 아니었는데도 역사서에는 생략되어 있지 않습니까? 스페인 “함대가 침몰”했을 때, 눈물 흘린 자는 군인들의 처자식들이었습니다. 7년 전쟁에 승리를 구가한 자는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이 아니었던가요?

 

속담에 의하면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다른 사람이 거둔다고 합니다. 인민은 왕을 위해 충성하고 모든 것을 바치지만, 정작 이득을 챙기는 자는 바로 왕이 아닙니까? 이는 왕과 인민의 관계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관계 역시 상기한 속담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를 깨닫는 순간 노동자는 혁명적 의식을 그제야 스스로 인식하게 됩니다.

   

출전: 박설호, 새롭게 읽는 독일 현대시, 한신대 출판부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