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멜빌의 모비 딕 (1)

필자 (匹子) 2021. 7. 7. 10:16

1. 생태주의의 선취하는 작품: 허먼 멜빌의 작품 『모비 딕』을 다시 꺼내 읽습니다. 특히 아합 선장과 관련하여 우리는 이 작품을 새로운 각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의 재앙이 서서히 눈앞의 현실에 된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거대한 흰 고래, 모비 딕을 잡아서 죽이려는 아합 선장의 집요한 의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합 선장의 이러한 태도는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자연 과학자들의 자세 내지는 다만 현재의 편안함을 위해서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려는 한국과 중국의 정치가들의 경제 중심적 근시안적 시각 등과 결코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비 딕은 어쩌면 우리의 자연과 같은 비-생명체 내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일 수 있습니다. 인류가 눈앞의 이득을 위해서 끝까지 당면한 이득을 차지하기 위하여 자연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일은 그 자체 자신의 묘혈을 파는 파우스트의 어리석음, 인조인간을 만들어내려는 프랑켄슈타인의 시대착오적 노력과 다를 바 없습니다.

 

2. 멜빌의 삶 (1): 허먼 멜빌 (1819 - 1891)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정에서 8명의 자식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알란 멜빌은 뉴욕으로 이주하여 수입 상인으로 일했는데, 경제적 수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사업은 1830년에 파산하게 되었고, 대가족의 살림은 매우 궁핍해졌습니다. 그래서 알란 멜빌은 알바니에서 모피 사업을 착수했는데, 대가족은 그럭저럭 생계를 이어나갔습니다. 1831년 허먼 멜빌은 중도에 학교를 자퇴했는데, 이듬해 아버지가 사망했습니다. 허먼 멜빌은 근처의 은행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으며, 간간이 삼촌의 농장에서 일하거나, 형의 모피 사업을 도와주었습니다. 1839년 그의 나이 서른이 되었을 때, 뉴욕과 영국의 리버풀을 오가는 우편 선박의 선원이 되었습니다. 뒤이어 뉴욕에서 임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1841년에 다시 배를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포경선을 타고 고래잡이에 나섰던 것입니다. 태평양 바다 위에서 행하는 갑판 위의 노동이 너무 힘이 들어 중도에 도주하기도 했습니다. 1년 후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포경선 “루시 앤”에 승선하여, 타히티로 향했는데, 선박 내에서 선장을 탄핵하는, 이른바 선상 모반사건이 발생하여, 허먼 멜빌은 다시 타히티의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재차 감옥을 탈출하였는데, 모레아라는 지역에서 포경선 “찰스와 헨리”의 항해사로 근무하게 됩니다.

 

3. 멜빌의 삶 (2): 오랜 기간 선원으로 일하다가, 그는 1844년 10월에 보스턴으로 되돌아옵니다. 1847년 8월 4일 엘리자베트 쇼와 결혼하여 2남 2녀를 거느리게 되었는데, 나중에 두 아들은 자살하고 맙니다. 1849년 멜빌은 영국으로 건너갑니다. 자신의 원고 『하얀 재킷』을 발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일이 수포로 돌아가자, 허드렛일로 1년을 버틴 다음에 1950년 2월에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이때 장인이 마련해준 돈으로 매사추세츠의 작은 농가를 구입하여 1863년까지 생활합니다. 그는 태평양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틈틈리 강연하곤 하였습니다. 멜빌은 1856년부터 심하게 천식을 앓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영국과 지중해에서 요양 생활을 보냅니다. 영국에 머무는 동안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과 안면을 익힙니다. 1860년 멜빌은 자신의 남동생 탐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범선으로 타고 세계일주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도중에 이를 포기하고 증기선을 타고 뉴욕으로 되돌아옵니다. 말년에는 뉴욕 항의 검열관으로 일하였습니다. 작가로서는 생활비를 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4. 주인공, 이스마엘: 허먼 멜빌의 작품 『모비딕, 혹은 백경』은 1851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주인공 이스마엘은 어원에 의하면 신에 의해 공동체에서 쫓겨난 자의 전형입니다. 그러나 멜빌의 경우 이스마엘이라는 이름은 “이전에 어떠한 타자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개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스마엘은 다시 바다로 향하려고 의도합니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너무 지루하고 자신에게 우울함만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물” 그리고 “명상”은 항상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생활방식이었습니다. “강인하고 건강한” 영혼을 지닌 대부분의 젊은 청년들이 항해를 꿈꾸듯이, 삶에서 도저히 포착될 수 없는 망령의 상을 찾으려고 한 것입니다. 이러한 망령의 상은 강물 그리고 대양에서 반사되는 상이라고 그는 믿고 있습니다. 자연과 삶에서 마주치게 돠는 어떤 실재하는 무엇 그리고 정신적 모험이야 말로 주인공 “나”의 자세와 서로 하나가 되어 거의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스마엘은 먼 곳에는 기적의 세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여행을 꿈꾸는데, 이는 항해 외에는 어떤 다른 수단으로 달랠 수 없습니다.

 

5. 고래 사냥과 친구, 케퀘크: 이스마엘은 미국의 도시 베드포드로 향합니다. 베드포드는 고래 사냥의 중심에 해당하는 도시입니다. 거인, 피터 코핀이 경영하는 어느 여관에서 그는 주인공은 기이한 사내와 한 방에 기숙하게 됩니다. 그는 케퀘크라는 이름을 지닌 폴리네시아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포경사수로 일한 바 있는 케퀘크는 외견상으로는 매우 거칠고 투박한 면모를 드러내었지만, 천성적으로 순수한 영혼을 지닌 자연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한 친구가 됩니다. 이스마엘의 마음속에는 천성적으로 공동체에 가까워지려는 욕망이 내재해 있었고, 케퀘크를 만나는 순간 이러한 욕망은 강화되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우연히 매플 신부로부터 요나스와 고래에 관한 설교를 듣습니다. 요나스와 고래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됩니다. 이슈마엘과 케퀘크는 난투케트라는 지역으로 떠납니다. 난투케트는 새로운 베드포드 항구가 개설되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오래된 항구를 가리킵니다.

 

6. 포경선, 페코트 그리고 선원들: 두 사람은 항구에서 여러 선박을 구경하다가, 결국 포경선 페코트를 선택합니다. “페코트”는 패망한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엘리야라는 이름의 사내가 앞으로 발생할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선박과 선장, 아합을 조심해야 한다고 그들에게 말합니다. 그를 경계하지 않으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언서에 의하면 아합은 고난을 감수해야 하는 이스라엘의 왕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스마엘과 케퀘크는 일단 포경선 “페코트”를 구경하기 전에. 배의 소유자로 하여금 사업적 수완을 지닌, 퀘이커 교도이자 양키인 두 사람을 고용하게 조처합니다. 그들은 빌다드 그리고 펠레그라는 사내였는데, 며칠 전부터 일을 찾고 있던 터였습니다.

 

버킹턴이라는 이름의 선원도 함께 고래잡이 일에 참가하게 됩니다. 버킹턴은 체격이 당당하고 심리적으로 위풍당당한 면을 보여주는 자였습니다. 그밖에 보조 선원과 포경사수들이 함께 일하게 됩니다. 난투켓 출신의 1등 항해사, 스타버크, 코드 항구 출신의 2등 항해사, 스투브, 마르타 비니야드 섬 출신의 3등 항해사, 플래스크 그리고 아프리카 출신의 거인, 포경사수, 다구가 그들이었습니다. 스타버크는 과묵하지만 이성적이고 공명정대한 성격을 지닌 자인 반면에 스투브는 농담을 좋아하고 돌방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처신하는 행동파였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플래스크는 광대처럼 경박하게 행동하는 장난꾸러기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