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멜빌의 모비 딕 (2)

필자 (匹子) 2021. 7. 7. 10:20

7. 선장 아합의 광기: 선장 아합이 갑판 위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쪽 다리가 고래 뼈로 만든 의족으로 채워져서, 절뚝거리며 걸었습니다. 얼굴에는 심한 흉터가 있었는데, 마치 번갯불이 나무를 스쳐지나간 형상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아합은 오래 전부터 모비 딕이라는 전설적인 하얀 고래를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놈과의 사투 끝에 한 다리를 잃은 게 분명했습니다. 그의 찢겨진 육체는 마치 깊이 상처 입은 영혼처럼 상처 입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수록 아합 선장은 더욱더 광기에 사로잡힙니다. 기필코 거대한 흰 고래에게 복수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눈에는 고래가 모든 사악한 에너지를 포괄하고 광신적 존재였고, 인간 삶과 사고 속에 은폐되어 있는 악령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흰 고래는 가시적인 가면을 쓴 채 교묘하게 이성을 활용하는데, 그 배후에는 분명히 괴물의 존재가 도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괴물과의 전면적인 투쟁은 필연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감이라고 아합 선장을 생각합니다. 스핑크스를 오랫동안 응시하느니, 차라리 그 놈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선장은 “그놈이 나에게 모욕을 가하면, 나는 태양이라도 내리칠 자세가 되어 있다.”고 호언장담합니다.

 

8. 출항 그리고 갈등: 이어지는 장에서 체험하는 자아, 이스마엘은 더 이상 핵심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포경 기술에 관한 자연과학적 사항, 이를테면 고래에 관한 역사적 소재 등이 서술됩니다. 화자는 “나는 모든 도서관을 다 뒤져서 고래에 관한 사항을 알려고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래의 생태에 관한 학문적 내용은 고래 사냥 그리고 사냥 이후에 고래 고기를 어떻게 분할하고 냉동 저장하는가? 하는 처리 과정에 관한 이야기와 접목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소설은 흰 고래, 모비 딕의 성격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포경선과 흰 고래 사이의 끝없는 투쟁과 이로 인한 끔찍한 파국을 암시하게 해줍니다. 이스마엘은 항해 도중에 주로 케퀘크와 함께 선박이 필요로 하는 마대를 꿰매는 일을 담당합니다. 이때 그는 어떤 무엇을 예견하고, 자발적인 의지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숙고합니다. 고래의 기름을 자르면서 그는 마치 자신이 갑판에 서 있고, 케퀘크가 고래의 등에서 서로 밧줄을 잡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는데, 이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것을 유추하게 합니다. 또한 자신이 작은 배에 타고 노를 저으면서, 범신론적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9. 작은 우주로서의 포경선: 포경선 페코트는 크리스마스 날에 출항합니다. 아합 선장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배가 바다 한 가운데 도착했을 때 선장은 자신의 근본적인 목표를 선원들에게 알립니다. 그것은 오로지 모비 딕을 잡는 일이었습니다. 아합이 이들을 선박에 몰래 태운 까닭은 흰 고래와 싸울 때, 이들과 함께 구명보트를 타고 집요하게 모비 딕을 추적하려고 의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선장은 몇몇 선원들을 자신의 함장 실에 몰래 숨겨두었습니다. 이를테면 배화주의자 (拝火主義者)이자 칼잡이, 페달라 그리고 그의 비밀스러운 말레이시아인들이 바로 그 선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한마디로 “모비 딕”을 잡기 위한 특별 부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장은 일단 선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몇 달 동안 고래 기름을 채취하려고 노력합니다. 선원들의 국적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렇기에 포경선은 작은 우주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원들은 선장의 말에 동의하며, 그의 명령대로 움직입니다.

 

10. 선장과 일등 항해사 사이의 갈등: 선원들 가운데에는 선장 아합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지 않으려는 자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1등 항해사 스타버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스타버크는 노련하고 경험 많은 항해사입니다. 그는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신앙심 역시 투철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합 선장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선원들의 목숨을 희생하더라도 모비 딕을 포획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합니다. 이로 인하여 두 사람 사이에 의견 대립이 나타납니다. 항해 도중에 스타버크는 선원들의 안위를 위해서 선장 아합을 살해할 생각까지 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끝내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합니다.

 

11. 케퀘크의 병 그리고 생존: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지나칠 무렵 선원들은 흰 고래, 모비 딕을 발견합니다. 포경선은 빠른 속도로 달려서 사냥하려고 합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아주 세밀하고도 정확하게 서술합니다. 선원 가운데 돌격대는 비상 보트를 타고, 고래 가까지 접근하여 화살 총을 쏘아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도중에 다른 선박이 가까이 다가와서 흰 고래의 사냥은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선장은 다른 포경선의 선장들과 함께 흰 고래 모비 딕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어느 날 주인공의 친구 케퀘크는 심한 열병을 앓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조만간 이승을 하직하게 되리라는 것을 감지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부탁대로 병든 케퀘크를 나무 관속에 넣어둡니다. 그러나 케퀘크는 끝내 살아남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살아남아 여러 가지 일할 게 있는데 일찍 병사해야 한다고 투덜거렸는데, 다행히 생존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나무 관이 결국 구조 보트로 활용된 것이었습니다.

 

12. 고래와 인간 사이의 마지막 사투: 포경선 페코트는 인도양을 지나 인도네시아의 섬들 사이로 항해를 계속합니다. 일본 열도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모비 딕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창살로 거대한 고래를 공격합니다. 거대 고래와 포경선 사이의 밀고 당기기는 무려 3일 동안 지속됩니다. 모비 딕은 포경선에 돌진하여 배 전체를 침몰시킵니다. 선장은 보트를 타고 모비 딕을 공격하다가 바닷물에 빠집니다.

 

다행히 화살 나무받침대를 거머쥘 수 있었으나, 물속에 가라앉은 모비 딕은 밧줄에 묶여 있는 그를 바다 아래로 끌고 갑니다. 대부분의 선원들은 익사체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습니다. 주인공 이스마엘은 케퀘크가 누워 있는 나무 관에 몸을 의탁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이곳을 지나치던 포경선 한 척은 주인공을 발견하고 구출해줍니다. 결국 포경선 페코트의 선원들 가운데 이스마엘 그리고 케퀘크만이 생존자로서 살아남습니다.

 

13. 모비 딕의 존재의 의미: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신비적이고 역사적이며 사회적 의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아합은 북부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사람의 이름입니다. 그는 성서에 의하면 신을 모독하는 폭군이었습니다. 예언자 엘리야는 신이 그를 징벌하리라고 예견합니다. 흰 고래 역시 성서의 내용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흰색은 순결, 아름다움, 명예, 선 그리고 정의로움을 상징합니다. 흰색은 종교, 문화 그리고 정치에 있어서의 더 나은 가치를 상징합니다.

 

이로써 흰 고래는 자연의 근원적 의미를 시사해주는 객관적 상관물일 수 있습니다. 아합은 모비 딕을 잡아 죽이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지만, 주인공, 이스마엘은 모비 딕을 달리 이해합니다. 고래의 세계 배후에는 틀림없이 신화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의 어떤 깊은 의미가 도사리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모비 딕의 존재는 그 자체 자연의 보편적 척도 내지 본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가는 모비 딕을 통해서 주어진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신적인 무엇을 고찰하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