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서문 (1)

필자 (匹子) 2022. 5. 28. 11:38

“분노, 미움, 비애, 공포 등으로 인하여 고통을 당하는 자가 인간 동물이다. 물론 영원한 사랑이라는 허상을 끝없이 추종하며 살아가지만, 우리는 사랑으로써 심리적 아픔을 치유 받고, 삶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필자)

 

“한국 사회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에서 나타나는 장단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교의 질서에 근거한 가부장적 씨족주의와 관계된다.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이 장점이라면, 이로 인해 타인과 이방인에게 선을 분명히 긋는 태도는 단점이다. 이로 인해 생겨나게 되는 성향은 한편으로는 타인의 행복한 사랑에 대한 질투심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성 소수자들에 대한 배타적 거부감이다.” (필자)

 

1. 들어가는 말씀

 

친애하는 S, 당신을 위해서 다시 책을 간행하게 되었습니다. 본서의 집필 계기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로 본서는 문학과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폐쇄주의의 차단을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출현한 것입니다. 예컨대 고대의 계층사회에서 유래한 “모두에게 자신의 것을suum cuique” 행하게 하라는 슬로건은 플라톤의 『국가』에 기술되어 있는데, 민초들로 하여금 체제옹호적인 시각을 견지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20세기 전반부의 시기에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에도 그대로 유효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업에 몰두하는 동안 권력자는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니까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 듯이, 학자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개별 영역만 다루었습니다. 문학 사회학, 문학 심리학의 연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까닭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학문과 학문 사이의 문제점 내지 관련성을 따지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학제적인 연구를 통하여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문학 심리학 속에서의 논의 사항들은 인간의 제반 사랑의 문제 그리고 심리적 갈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단초를 제공해주기에 충분합니다.

 

둘째로 본서는 서양의 심리학 이론을 수용하기 위해서 집필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연구 내용을 수동적으로 정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 의향을 추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필자는 논의의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물음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즉 21세기 초 남한 사회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적 토대가 20세기의 서양에서 도출해낸 제반 심리학의 제반 결론 내지 문제점들과 비교할 때 얼마나 커다란 간극을 드러내고 있는가? 하는 물음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만일 과거에 출현한 제반 사회 심리학적 연구 결과가 남한 사회의 사회적 도덕 내지 강제적 성윤리와 커다란 괴리감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이며, 문제점으로 드러나는 사항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2. 21세기 한국 사회와 사회 심리학 이론

 

자고로 모든 이론은 자구적으로, 혹은 텍스트의 문맥만으로 수동적으로 수용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이른바 텍스트라는 주어진 한계를 넘어서서 제각기 주어진 현실과의 맥락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텍스트를 포괄하는 차이점, 다시 말해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이질적 특성들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만약 과거 서양에서 출현한 심리학의 이론을 “지금 여기”, 다시 말해 21세기 초의 남한의 현실에 대입하려고 할 때, 우리는 - 굳이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Hans Georg Gadamer의 해석학 이론 그리고 한스 페르메어Hans J. Vermeer의 번역 이론, 「문화적 이전으로서의 번역Übersetzen als kultureller Transfer」(1986)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작위적이며, 핀트가 어긋나게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론을 출현하게 한 현실적 토대가 이론을 수용하려는 우리의 현실적 토대와 일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다른 문화권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론에 대한 이해 자체보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는 이론에 대한 복합적 오해가 오히려 더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서양의 이론을 아무런 비판적인 해석학적 “체” 내지 거름망으로 걸러내지 않고 이론의 내용 자체만을 지금 여기에 대입하는 태도는 처음부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어차피 하나의 이론은 주어진 두 개의 이질적 문화권이라는 현실적 맥락을 전제로 할 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어쩌면 이질적 문화권 사이를 연결하는 “해석학적 가교”를 미리 설치해야 할지 모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본서는 서양의 문학 심리학 이론을 수동적으로 그리고 일차원적으로 소개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필자의 능력과 관심으로부터 벗어나는 사항입니다. 대신에 필자는 과거 유럽과 미국에서 파생된 정신분석학의 이론들을 다루되, 현재 남한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의 토대에 어떻게 관련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염두에 두려고 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