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말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해설: 2021년 2월 24일자 글에 실려 있습니다.
'19 한국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시 소개) "어리석음이 어찌 덕이랴". (2) 박태일의 시 「낙타 눈물」 (0) | 2021.05.16 |
---|---|
(명시 소개) “어리석음이 어찌 덕이랴”. (1) 박태일의 시 , 「낙타 눈물」 (0) | 2021.05.16 |
(명시 소개) 정은정의 시,「동백꽃」 (0) | 2021.05.09 |
(명시 소개) 정은정의 '내 친구 숙이' (0) | 2021.05.01 |
(명시 소개) 이동순의 시,「눈물의 세월」 (2) (0) | 2021.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