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함석헌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필자 (匹子) 2021. 5. 14. 10:30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말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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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2021년 2월 24일자 글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