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독일 영화

(영화) 글루미 선데이 (1)

필자 (匹子) 2019. 5. 9. 09:50

1. 『대부』 이후의 가장 훌륭한 영화: 친애하는 K, 오늘은 독일어권 영화 가운데에서 영상의 차원에서 그리고 구성에 있어서 최근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작품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것은 1999년에 발표된 롤프 쉬벨 Rolf Schübel 감독의 독일 영화, 『우울한 일요일』입니다. 이 작품은 닉 바코 Nick Barkow가 쓴 소설, 『우울한 일요일에 관한 노래 Lied vom traurigen Sonntag』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정해져 있지만, 작품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독일어이며, 작품의 전체적 맥락 역시 독일과 동유럽의 역사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배신이라는 주제를 담은 멜로극이지만, 우리와는 이질적인 유럽인들의 사랑의 삶의 방식 그리고, 고통스러운 파시즘의 역사, 유대인들의 핍박당하는 삶 등을 생각하게 하는 수준작에 해당합니다. 『우울한 일요일』은 영화 『대부 Godfather』 이후로 가장 훌륭한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줄거리를 살펴본 다음에 작품의 주제를 추적하기로 하겠습니다.

 

2. 한 명의 여자를 사랑하는 세 명의 남자: 독일의 상인 한스 에버하르트 비크는 80세의 생일에 오랫동안 바랐던 소원을 실천에 옮깁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자보 레스토랑에서 생일 파티를 개최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한스는 이곳에 자주 들러서 식사하곤 하였습니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음악가들에게 유명한 노래 하나를 연주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손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동안에 한스는 당시에 식당에서 일하던 일로나의 사진을 발견합니다. 바로 이 순간 그는 온몸에 독이 퍼져서 그 자리에서 즉사합니다. 

 

시간이 발생한 뒤에 그의 과거의 행적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됩니다. 1930년대에 라슬로 자보는 바로 이곳에서 식당을 경영하였습니다. 그와 식당의 손님들은 일로나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넋이 나가 있습니다. 라슬로 자보와 일로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식당에 피아노가 마련되었을 때 라슬로 자보는 젊은 피아니스트를 고용합니다. 그는 안드라스라는 이름을 지닌 예술가였습니다. 안드라스 역시 일로나의 마음다움에 푹 빠지게 되었으며, 이곳 식당에서 매일 헝가리의 감침 고기를 시식하는 독일인 한스 비크 역시 매력적인 일로나에게 사랑을 얻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3. 사상은 사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안드라스는 일로나의 생일에 자신이 작곡한 “우울한 일요일의 노래”를 선물로 바칩니다. 식당의 손님 그리고 일로나 역시 이 음악에 푹 빠져서 몸 둘 바를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한스 역시 그날이 자신의 생일을 맞게 되었는데, 부다페스트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아름다운 일로나에게 그미의 사진 한 장을 선물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는 일로나에게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간청하지만, 이는 단호하게 거절당합니다. 왜냐하면 그미에게는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로나는 라슬로 자보에게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그미는 라슬로 외에도 안드라스를 사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자신이 두 명의 남자를 사랑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라슬로는 일로나가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고 쿨 하게 말합니다. 그렇지만 라슬로는 그미가 다른 남자 또한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쓰라린 마음을 달랠 길 없었습니다. 일로나가 안드라스와 함께 다뉴브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 그들은 라슬로와 한스를 목격합니다. 한스는 조금 전에 사랑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려고 강물에 몸을 던졌는데, 라슬로가 그를 구해준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한스는 부다페스트를 떠나 독일로 돌아갑니다.

 

4. 우울한 일요일, 죽음 충동을 부추기는 단조 노래: 그러면 우울한 일요일의 가사를 소개할까 합니다. “우울한 일요일 그대의 저녁은 더 이상 광활하지 않아./ 나는 육중한 그림자로 그대의 고독을 나누려 하네./ 눈을 감으면, 수백 배의 고독을 바라보게 되지./ 나는 잠들 수 없지만, 수백의 고독은 때어나지 않을 거야.// 담배 연기 속에서 움직이는 형체를 바라보고 있어./ 나를 여기 머물게 하지마, 나도 갈거라고 천사에게 말해줘/ 우울한 일요일.// 너무 많은 일요일을 홀로 고독하게 보내버렸어./ 나는 기나긴 밤길을 정처 없이 걸어가려고 해./ 조만간 촛불이 불타고, 연기는 내 눈을 적시게 될 테지./ 천구여, 그래도 울지 마, 마침내 내 마음은 가벼우니까.// 마지막 호흡은 나를 영원히 편안하게 해줄 것 같아,/ 그림자의 땅 거기에서 나는 편안하게 머물 게 될 거야./ 우울한 일요일.” 

 

노래의 가사는 죽음의 공간이 삶의 터전보다도 훨씬 안온하고 편안하다는 것을 은밀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편안해야 하는 휴일에 느끼는 처절한 고독은 우리를 저세상으로 유혹하고 있을까요?

 

5.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 그 후에 일로나는 라슬로와 안드라스와 기이한 애정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두 남자는 질투심으로 언제나 속이 부글거렸지만, 애써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일로나가 두 사람 사이에 한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남자는 그미와 헤어지는 것보다는 비록 절반이라도 그미와의 사랑을 지속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세 사람 사이에는 복잡한 문제가 속출하지만, 이들은 슬기롭게 극복해냅니다. 라슬로와 안드라스는 서로 친구가 됩니다. 

 

라슬로는 안드라스가 어느 음악사와 LP 계약을 맺는 일에 도움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로 인하여 안드라스의 음악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제법 많은 젊은이들은 음악을 청취한 다음에 자살하기도 했습니다. 안드라스는 이를 접했을 때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의식 때문에 음독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일로나와 라슬로는 이를 방해합니다. 라슬로는 음독자살을 위한 가루약을 친구에게서 빼앗았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먼 훗날 스스로 이 약을 먹고 자살하게 됩니다.

 

6. 한스의 출현과 안드라스의 죽음: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에 한스는 독일 군복을 입고, 부다페스트에 있는 라슬로의 식당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헝가리의 감침 고기를 주문합니다. 그는 어느새 SS의 장교가 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와 안드라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안드라스는 우울한 일요일에 관한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해 달라는 그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이 순간 식당의 분위기는 몹시 험악해집니다. 독일 군인들이 순식간에 총을 꺼내들 정도의 차가운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첨예한 대립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일로나는 안드라스가 작곡한 노래를 자청해서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에 안드라스는 몹시 당황합니다. 일로나가 사악한 독일 군인을 위해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사랑하는 임을 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는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힌 것이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예술이 사악한 인간에게 마구잡이로 훼손된다는 것을 느끼고, 참담한 심경을 견디지 못한 것일까요? 안드라스는 순간적으로 한스의 권총을 빼들고 자신의 관자노리를 정통으로 쏘아 맞힙니다. 이로써 비련의 예술가는  짧은 삶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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