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독일 영화

(영화) 글루미 선데이 (2)

필자 (匹子) 2019. 5. 9. 09:50

7. 라슬로에게 들이닥친 가장 끔찍한 위험: 헝가리 전 지역이 히틀러의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유대인 라슬로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레스토랑과 돈을 모조리 일로나의 소유로 돌려놓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라슬로의 재산이 독일의 국가사회주의자에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일로나 역시 이에 동의합니다. 다른 한편 한스는 헝가리에서의 독일 친위대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일로나의 사랑 뿐 아니라, 라슬로의 재산을 노립니다.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헝가리에서도 본격화되자. 라슬로는 한스를 찾아가서 망명을 위한 서류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한스는 라슬로를 친구로 여기고 있으며 그를 돕겠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비록 라슬로가 유대인이라도 헝가리를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 가지 조건 하에 그를 보호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라를 떠나려고 하는 부유한 유대인을 자신에게 소개해주는 게 바로 그 바로 그 조건이었습니다. 한스는 부유한 유대인을 상대로 거액과 귀금속을 받는 조건으로, 그들을 타국으로 전출시켜줍니다. 말하자면 전쟁이 끝날 무렵에 수많은 돈을 착복한 기회주의적인 독일 장교가 바로 한스 비크였습니다.

 

8. 은원을 알지 못하는 인간 한스 비크: 라슬로는 처음에는 한스의 보호 하에서 안전하게 산다고 여겼습니다. 어느 날 그는 독일 비밀경찰로부터 소환당합니다. 한스는 은혜와 원한을 모르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선한 유대인 라슬로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그리하여 라슬로가 강제수용소로 강제 이송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문제였습니다. 이때 그는 친구, 안드라스가 사용할 뻔 했던 독약을 꺼내 자살하려고 작심합니다. 그러나 일로나는 이를 간파하고 독약을 라슬로에게서 빼앗습니다. 

 

일로나는 한스를 찾아가서 제발 라슬로를 도와달라고 애타게 청원합니다. 사악한 독일 장교는 라슬로를 구해주는 대가로 성상납을 요구합니다. 일로나는 참을 수 없는 굴욕에 치를 떨었지만, 오직 라슬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일념으로 한스와 하룻밤의 정사를 허용해야 합니다. 라슬로 역시 부다페스트를 떠나기 직전에 일로나와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라슬로는 상술의 귀재였지만, 마음씨는 선량한 사내였습니다. 중앙역에서 그는 다른 유대인 한 명을 구해주고 스스로 아우슈비츠로 향해서 그곳에서 사망합니다. 일로나는 라슬로가 떠난 뒤에 아기를 임신하게 됩니다.

 

9. 원수에게 독약을 먹이다, 혹은 사랑하는 임의 죽음에 대한 보복: 영화의 장면은 다시 80년대의 부다페스트로 전환되어 있습니다. 한스는 80년의 생일 파티의 현장에서 쓰러져 목숨을 잃습니다. 누군가 술잔에 몰래 타놓은 독약 때문이었습니다. 방송의 리포터들은 제 2차 세계대전에 성공 가도를 달린 유명한 상인의 우연한 죽음에 관해서 상세히 보도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이른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수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몰래 유대인들에게서 착복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부다페스트의 레스토랑의 소유자가 일로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의 주인은 라슬로와 무척 흡사하게 생겼다는 점에서 라슬로의 아들 같아 보입니다. 그는 두 개의 잔을 들고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부엌에는 그의 어머니가 독약이 묻은 한스 비크의 술잔을 조심스럽게 세척하고 있었습니다. 독약은 라슬로가 체포되기 전에 그에게서 빼앗은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한 가지 사항이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레스토랑의 모자는 한스의 80세 생일에 즈음하여 그를 비밀리에 독살한 것이었습니다.

 

10.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음악 그리고 유대인 탄압에 관한 진실: 사실 영화에서 활용된 노래는 실제로 1933년에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조모루 바사르나프 Szomorú Vasárnap에 의해서 작곡된 것입니다. 당시 많은 젊은 남녀들이 참담한 심적 상태에 빠져 자살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헝가리 사람들은 이 노래를 이른바 자살의 노래라고 명명할 정도였습니다. 또 한 가지 사실을 우리는 생략할 수 없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유대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출하였습니다. 

 

이를테면 1940년대에 스웨덴의 외교관 라울 왈렌버그 Raoul Wallenberg, 스위스의 외교관 카를 루츠 Carl Lutz 그리고 수많은 저항 운동가들은 1944년에 무려 6만 2천명의 유대인을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향하는 기차에서 승객들을 빼돌려서, 그들을 팔레스티나로 보냈습니다. 이들은 유대인들에게 여권과 통행 문서를 발급하여 그들의 생명을 구했던 것입니다. 헝가리에서는 1940년까지 약 82만 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26만 명이 살아남았으며, 56명 이상이 대학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영화가 40년대 헝가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 다부일처의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부도덕한 사랑의 방식인가? 영화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일로나가 선택한 사랑의 삶일 수 있습니다. 가령 일로나는 라슬로와 안드라스를 사랑합니다. 한 남자는 탁월한 경영 능력을 지닌 일꾼이라면, 다른 남자는 극단의 예술을 추구하는 음악가입니다. 무엇이 그미로 하여금 두 남자에 대한 동시적 연정을 느끼게 했는가는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남자가 서로 다투지 않고, 애정 관계의 결정을 여성에게 일임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여성이 한 남자를 선택할 경우 다른 한 남자는 그미와 헤어질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로나는 두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못합니다. 이때 두 남자는 각자 사랑하는 임과 헤어지는 것보다는 2분의 1만의 사랑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유럽에서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다부일처 Polyandrie”의 생활방식입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접하게 되면, 우리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사적 소유권 자체가 전통적 관습에서 비롯한 자기기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부일처라는 삶의 방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이한 사랑의 패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매도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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