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음악 이야기 (비어만)

서로박: 비어만의 '이카로스에 관한 발라드'

필자 (匹子) 2019. 5. 31. 11:54

아래의 글은 다음의 책에 실려 있다. 박설호: 작은 것이 위대하다, 독일 현대시 읽기, 울력 2007년. 294 - 299쪽.

 

 

볼프 비어만은 1936년 함부르크에서 공산주의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다. 그의 아버지는 조선소의 노동자였는데, 공산주의 활동으로 체포되어, 1943년 아우슈비츠의 강제 수용소에서 살해당하다. 비어만은 1953년 구동독으로 이주하여 훔볼트 대학에서 정치 경제학, 철학 그리고 수학 등을 공부하다. 첫 번째 가요를 발표했을 때, 동독의 관청은 이를 문제 삼았고, 1963년 그를 사회주의 통일당에서 제명시켰으며, 1965년 공연 금지 조처를 내리다. 1976년 서독 쾰른의 금속 노조의 초청으로 서독에서 연주 공연을 개최했을 때, 동독의 정부는 그를 추방시키다.

 

이후로 구동독에서는 끊임없는 항의가 발생했으며, 이를 계기로 수많은 예술가들은 구동독을 떠나다. 비어만은 언제나 비판적인 글을 발표하다. 1991년 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 수상식에서 스타지 문제를 거론하여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다. 비어만은 특히 젊은 시인 자샤 안더존이 자행한 동료들에 대한 감시 행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다. 안더존의 비열한 행위는 동독의 자발적인 문화 운동을 방해했으며, 지식인 세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비어만의 시는 직설적 언어, 명징하고 저돌적인 남성의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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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센의 이카로스에 관한 발라드

 

볼프 비어만

 

1.

 

거기, 프리드리히 가(街)가 물위로

얕게 걸음 디디는 그곳에는

슈프레 강 위에 뎅그렁 걸려 있네,

바이덴 담 다리 (橋)가. 너는 거기서

프로이센의 독수리를 볼 수 있지,

내가 난간 위에 서 있으면.

그러면 거기 프로이센의 이카로스,

철로 빚은 푸른 날개로 서성거리지

 

     팔 무게로 고통을 느끼며

     날아가지도 - 낙하하지도 않고

     과장하지도 - 소진하지도 않은 채

     슈프레 강 난간 위에서.

 

2.

가시철조망은 서서히 안으로 자라지

피부 깊숙이, 가슴과 다리 사이로

뇌 속으로, 회색 세포 속으로

납으로 출렁이는 파도 속에서

철망 붕대로 칭칭 동여매어 있는

우리나라는 섬의 나라이지.

거기에는 프로이센의 이카로스,

철로 빚은 푸른 날개로 서성거리지

 

     팔 무게로 고통을 느끼며

     날아가지도 - 낙하하지도 않고

     과장하지도 - 소진하지도 않은 채

     슈프레 강 난간 위에서.

 

3.

그래, 떠나길 원하면, 너는 가야 해.

수많은 자들이 두 동강난 나라를

떠나는 걸 나는 이미 보았지.

미운 이 새가 나를 마구 할퀼 때까지,

가장자리 밖에서 나를 당길 때까지,

추워질 때까지, 난 여기 버틸 거야.

그럼 나는 프로이센의 이카로스,

철로 빚은 푸른 날개 지닌 채

 

     팔의 무게로 고통을 느끼며

     그럼 난 높이 날아 - 아래로 추락하고

     약간 소란 떨고 - 스스로 소진해 버리지,

     슈프레 강 난간 위에서.

 

 

 

Ballade vom Preußischen Ikarus von Wolf Biermann:

 

1. Da, wo die Friedrichstraße sacht/ Den Schritt über das Wasser macht/ da hängt über

der Spree/ Die Weidendammerbrücke. Schön/ Kannst du da Preußens Adler sehn/ wenn

ich am Geländer steh./ dann steht da der preußische Ikarus/ mit grauen Flügeln aus Eisenguß/ dem tun seine

Arme so weh/ er fliegt nicht weg - er stürzt nicht ab/ macht keinen Wind - und macht

nicht schlapp/ am Geländer über der Spree

 

2. Der Stacheldraht wächst langsam ein/ Tief in die Haut, in Brust und Bein/ ins Hirn,

in graue Zelln/ Umgürtet mit dem Drahtverband/ Ist unser Land ein Inselland/ umbrandet

von bleiernen Wellnda steht der preußische Ikarus/ mit grauen Flügeln aus Eisenguß/ dem tun seine Arme

so weh/ er fliegt nicht hoch - er stürzt nicht ab/ macht keinen Wind - und macht nicht

schlapp/ am Geländer über der Spree

 

3. Und wenn du wegwillst, mußt du gehn/ Ich hab schon viele abhaun sehn/ aus unserm halben Land/ Ich halt mich fest hier, bis mich kalt/ Dieser verhaßte Vogel krallt/ und zerrt mich übern Rand

dann bin ich der preußische Ikarus/ mit grauen Flügeln aus Eisenguß/ dem tun mir seine

Arme so weh/ dann flieg ich hoch - dann stürz ich ab/ mach bißchen Wind - dann mach

ich schlapp/ am Geländer über der Sp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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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시인이 프로이센의 독수리에게서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 이카로스의 면모를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제 1연에서 이카로스가 하늘로 날지 못하는 이유를 “철로 빚은 푸른 날개”, 즉 자신을 옥죄이는 부자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2연에서는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가요?

 

3. 시의 각 연에는 제각기 후렴이 뒤따릅니다. 그런데 3연의 후렴은 앞 연과 약간 다릅니다. 이는 어떠한 효과를 드러내고 있습니까?

 

 

 

(해설)

 

지금까지 서양 문학에서 이카로스는 “사랑하는 남성”의 상, “예술가 내지 시인”의 상 그리고 하늘을 날다가 추락하는 “비행사”의 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상들은 오비디우스 (Ovid) 이후로 수없이 다루어진 모티프들인데, 제각기 내적인 주제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프로이센의 이카로스」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이 작품은 음악적으로 문학적으로 비어만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 시는 1976년에 씌어졌으며, 시인이 쾰른의 IG 금속 노조의 초청 공연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카로스는 이 시에서 “갇혀 있는 부자유의 땅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작품의 집필 계기는 단순합니다. 미국의 시인, 알란 긴스버그 (Allan Ginsberg)는 1976년 동독을 방문하여, 바이덴담 다리 위에서 비어만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바로 이 단순한 기념사진 한 장이「프로이센의 이카로스」를 쓰게 된 계기로 작용하였습니다. 사진 속에는 비어만의 어깨에 프로이센의 독수리 날개가 무겁게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비어만은 프로이센의 독수리의 모습에서 크레타 섬에서 갇혀 있던 이카로스를 떠올립니다. 원래 독수리는 오래 전부터 독일을 상징하는 새로 간주되어 왔지만, 이 시에서 독수리는 국가를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독수리는 (적어도 1연과 2연에서는) 마치 이카로스처럼 부자유의 질곡에 내동댕이쳐져 있는 고통당하는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시적 자아는 제 3자로서 프로이센의 독수리를 관망합니다. 시인은 새의 모습에서 신화적 인물, 이카로스를 가볍게 떠올립니다. 이카로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뒤를 따라 하늘로 날다가 추락하지만, 프로이센의 이카로스는 둔중한 자세로 “슈프레 강 난간 위에” 그냥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시인의 눈에는 동독이 마치 크레타처럼 비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동독은 다른 곳으로부터 동떨어진 “섬의 나라”가 아닌가요?

 

동독은 온갖 무기로 인하여 “납으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경은 철조망으로 “칭칭 동여매여” 어느 누구도 이곳을 함부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가시철조망은 바깥에 자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피부 깊숙이, 가슴과 다리 사이로/ 뇌 속으로” 파고들며, 동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옥죄이고 있습니다. 이로써 시인이 비판하는 것은 구동독 내의 폐쇄성, 부자유스러운 삶, 감시 하에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삶 등입니다.

 

 놀라운 시적 비약은 마지막 연의 후렴에서 나타납니다. 즉 시적 자아 자신이 바로 “프로이센의 이카로스”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시적 유희는 마지막 연에 이르러 어떤 정치적 예술적 진지함으로 돌변하고 있습니다. 이카로스의 추락은 “동독 종말의 징후를 서둘러 타전한 경보 신호” 내지는 “역사적 참언 (讖言)”일 수 있습니다 (류신 2005: 352). 그렇지만 그것은 어쩌면 공산주의의 종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칭하는 게 아닐까요? 다시 말해 이카로스는 여기서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인간상으로 이해되는 게 아닐까요?

 

예컨대 공상적 사회주의자, 카베 (Étienne Cabet)는 1839년에 간행된 책, 『이카리로 향한 여행 (Voyage en Icarie)』에서 평등 사회의 모델을 “이카리”라는 장소로 설정하였습니다. 여기서 그는 “공산주의자 (communiste)”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하이네는 이 단어를 처음으로 독일어로 옮겨 쓴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로이센의 이카로스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요? 어쩌면 그는 -비어만 역시 언급한 바 있듯이- 비운의 혁명가, 루디 두츠케 (Rudi Dutschke)일지 모릅니다. 두츠케는 1968년 4월 11일 바흐만이라는 어느 젊은 나치에 의해 세 발의 총을 맞고 쓰러져, 오랫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