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통일 전후의 독일 소설

필자 (匹子) 2014. 5. 25. 08:58

 

박설호: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통일 전후의 독일 소설 연구, 열린책들 2013.

 

 

서문

1장.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 끝나지 않은 분단 문학
전환기 독일 소설
통독 이후 장벽 붕괴의 문학에 관해
다른 인종 사이의 아우르기 - 유레크 베커의 『브론슈타인의 자식들』
사회주의 비더마이어 - 귄터 드 브륀의 『새로운 영광』
신화는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가? - 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
몸의 질병, 사회의 질병 - 크리스타 볼프의 『육체에 합당하게』
섹스, 비너스 산에 대한 도취 -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알렉산더의 새로운 세계들』

2장. 전환기 소설 연구
사라진 무엇에 관한 기억 - 아네트 그뢰쉬너의 『모스크바의 얼음』
세상에 바닥나기가 존재하는가? - 크리스토프 하인의 『점령』
구동독의 시스템에 관한 삼중주 - 우베 텔캄프의 『탑』
구동독에 대한 희비극적 시각 - 잉고 슐체의 『간단한 이야기들』
다양하게 전개될 새로운 인생 - 잉고 슐체의 『새로운 삶들』
달콤한 유년의 꿈 혹은 퇴행 - 야나 헨젤의 『동쪽 지역 아이들』
<지나간 비극은 희극이다> - 토마스 브루시히의 『우리 같은 영웅들』


베를린 장벽 붕괴의 퍼즐 - 토마스 브루시히의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
<낯선 곳에서 어쩔 수 없이> 혹은 난민의 심리학 - 라인하르트 이르글의 『미완성의 사람들』

 

 

 

 

 

P.7 : 흔히 실용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이 질문합니다. 과연 남의 나라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지나간 동독 문학을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일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때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곤 합니다. 즉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그리고 <당면한 난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먼 산을 바라보라>라고 말입니다. 물론 남의 나라 문학이 21세기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외국 문학과 다른 지역의 문화 연구는 우리 앞에 가로놓인 어떤 문제에 관한 해결 방안의 놀라운 범례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외국 문학과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시각의 다원화를 체계적으로 함양하기 위함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가장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범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_서문

 

P.9 : 사회주의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역설적으로 구동독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당시의 문예 운동을 오히려 더 근본적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1950년대의 상황과 이 시기의 문학이 동독 문학의 역사에서 서방 세계와는 가장 첨예하게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소련의 문화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은 동독이었지만, 동독 지식인들은 세계 대전 이후에 사회주의를 재건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비록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회주의 운동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실패의 근본적 원인을 학문적으로 끝까지 밝혀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 1950년대 구동독과 동구권의 사회주의 문예 운동의 근본을 끝까지 추적하는 일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는 전언이 암시하는 내용입니다.
_서문
P.25 : 갑자기 행복을 차지한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삶에 어떤 하자가 도사리고 있는지 깊이 숙고하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서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건망증 또는 기억 상실증의 징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여기서 돈 있는 자의 오만함, 즉 졸부 근성이 태동합니다. 부의 맹목적 축적은 역설적인 말이지만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인간으로 하여금 마치 살찐 돼지와 같은 오만함과 나태함의 수렁에 빠지게 만듭니다. 게다가 정치적 · 인종적 타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 대신 상대방 에게 자신의 것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문화적 일방통행의 요구 사항을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