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북구문헌

서로박: 입센의 페르귄트 (1)

필자 (匹子) 2019. 11. 4. 09:26

1. 헨릭 입센의 시극: 노르웨이의 문호 헨릭 입센 (1828 - 1906)의 5막으로 이루어진 극작품, 「페르 귄트」는 1867년 이탈리아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작품의 토대가 된 것은 노르웨이의 동화작가 아스비오른센의 요정 동화였습니다. 아스비오른센의 작품은 노르웨이의 낭만적 국가 중심주의의 사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낭만적 국가 중심주의는 원래 독일의 바그너 예술의 영향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후기 낭만주의의 에술 사조는 나중에 파시즘 예술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입센은 아스비오른센의 유미주의의 특성을 드러내는 국수주의의 동화를 매우 혐오하였는데, 그가 채택한 것은 다만 문학적 소재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입센은 아스비오른센이 예술적으로 지향하는 바 내지 작품의 주제를 수용한 게 아니라, 소재의 측면에서 요정 동화를 빌려왔을 뿐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작품은 “시극 Versdrama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위해서 작곡가 그리그 Grieg는 26편의 페르 귄트 모음곡을 작곡하였는데, 극작품이 1876년 2월 24일에 노르웨이어로 크리스티아니아 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그리그의 음악이 동시에 연주되었습니다.

 

2. 낭만적 국가주의 계열의 작품은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그의 음악은 낭만적 국가주의를 미화시킨다는 점에서 처음부터「페르 귄트」와는 예술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부합되지 않는 음악입니다. 사실 그리그는 여러 번의 편지에서 입센의 작품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하였습니다. 작품 속에는 기괴하고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밖에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 역시 「페르 귄트」를 지금까지 읽은 극작품 가운데 가장 끔찍한 것이라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입센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낭만적 아름다움을 미화하는 작업이 아니라, 사회의 가장 섬뜩하고도 수치스러운 일면을 분명히 작품 속에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의 가장 수치스러운 측면은 주어진 사회에서 가장 따돌림 당하며 살아가는 몽상가의 시각을 통해서 냉소적으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작품은 “페르, 너는 지금 거짓말하고 있어!”라는 페르의 어머니, 아제의 외침으로 시작됩니다. 이것은 페르 귄트의 인격 그리고 작품의 흐름을 요약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페르 귄트는 몽상가입니다. 그는 판타지를 중시하고, 현실을 무시합니다. 페르 귄트가 어머니에게 이른바 자신이 체험했다고 하는 높은 산에서 산양을 사냥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는 허무맹랑한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3. 사회적 몰락을 맞이한 주인공: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주인공이 사회적으로 몰락을 맞이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버지는 왕족이었지만, 술로 인하여 모든 재산을 날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처음에 가문의 순간적 몰락을 겪어야 했으며, 주위 사람들의 조롱에 대해 엄청난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주인공이 주어진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고유한 세계 속으로 침잠하거나, 여행을 떠나곤 한 까닭 역시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페르 귄트는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사람들에게 거짓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살아가게 된 것도 가문의 몰락 그리고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비난을 당하지 않으려는 의도 그리고 어머니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에 기인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페르귄트는 놀라운 재담꾼이자 소설가인 루키아노스 Lukian를 방불케 하는 인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는 나중에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품은 것도 모두 이러한 가문의 급작스러운 몰락 때문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4. 제 1막,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기다: 제 1막에서 페르 귄트는 부유한 농부의 딸, 잉그리드를 알게 됩니다. 그러나 잉그리드의 집안은 페르 귄트와의 결혼을 반대합니다. 결국 잉그리드는 다른 부자 집의 어리석은 사내와 결혼식을 올립니다. 페르 귄트는 잉그리드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황급히 결혼식장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페르는 먼발치에서 관리인의 딸, 솔베이그와 춤을 춥니다. 솔베이그는 이른바 사회의 가장자리에 속하는 천민 출신입니다. 그미의 아버지 역시 페르 귄트를 좋은 사내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페르 귄트에 관한 나쁜 소문이 주위에 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페르 귄트는 주위의 냉대로 울분을 참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자신을 냉대하는 사회 전체에 대해 복수하고 싶습니다. 페르 귄트는 결혼식이 끝난 뒤에 교묘한 방법으로 신부 (新婦)인 잉그리드를 납치해서, 산 속으로 잠입하여, 그곳에서 하루 밤을 함께 지냅니다. 페르 귄트는 주위에서 가장 부유한 농가의 식솔이 되어, 어떻게 해서든 부자가 되려고 하는 목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잉그리드는 페르 귄트에 대해 호감을 품고 있었지만, 자신을 납치한 그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그미는 페르와 작별하고 마을로 돌아갑니다.

 

5. 제 2막, 신비로운 도브르 알테에서의 끔찍한 유혹: 제 2막에서 페르 귄트는 산 속으로 도망칩니다. 사람들이 신부 납치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고, 그를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더욱더 험준한 산속으로 잠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도브르 알테”이라는 신비롭고도 무시무시한 지역으로 발을 들여 놓습니다. 그곳에서 초록의 옷을 입은 세 명의 젊은 여성이 나타나 페르 귄트를 유혹합니다. 막간을 이용하여 에로틱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도브르 알테” 구역의 대표는 세 명의 여성들로 하여금 외간 남자 한 사람을 꼬드겨 동침하도록 조처하였습니다. 세 명 가운데 제일 먼저 페르 귄트를 차지한 여성이 그곳 지역을 다스리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페르 귄트는 처음에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왜냐하면 막강한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곳의 공주와 결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 먼 훗날 도브르 알테의 왕관을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페르 귄트는 그들의 유혹과 계략이 너무 끔찍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어떻게 하든 이를 물리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마지막 주인공이 정복당하려고 하는 찰나, 그는 “어머니, 도와줘요. 죽을 것 같아요!” 하고 비명을 지릅니다. 이 순간 종소리가 들리고 유령들은 불현듯 사라집니다. 어느새 주위의 홀은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페르 귄트는 마력적이고 신비로운 영역 속으로부터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을 감지합니다.

 

6. 제 3막, 솔베이그와 사악한 악령: 페르 귄트는 종소리를 듣다가 깨어납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니, 자신이 어머니의 집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곳에서 그는 솔베이그를 다시 만납니다. 그미는 제 3막에서 페르가 거주하고 있는 숲 속의 집을 찾아왔던 것입니다. 솔베이그는 순박하고 성스럽게 보이는 처녀입니다. 주인공의 운명은 솔베이그를 만남으로써 순수한 삶의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순간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페르 귄트는 악령의 세계와 마주치며, 갈등을 겪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도브르 알텐”의 세 명의 딸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그미는 늙은 여자의 몰골로 나타나, 주인공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즉 페르 귄트가 그미와 통정한 뒤에 아기를 출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기는 찌그러진 험상궂은 악령이라는 것입니다. 일순간 페르 귄트는 경악에 사로잡힙니다. 그는 솔베이그와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립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부음 소식이 당도했기 때문입니다. 죽어 가는 어머니를 방문합니다. 그는 위험 속에서 황급히 어머니를 찾습니다. 어머니는 서서히 죽어갑니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자신의 판타지와 상상으로 인하여 커다란 슬픔을 느끼지 못합니다.